지난 1913년 서울맹학교(당시 제생원)와 서울농학교가 설립된 이래 특수학교는 사립이나 공립학교는 계속 증가했으나, 국립학교는 증설되지 못하고 있었다. 6・25가 발발하여 서울맹학교가 대전, 부산, 제주로 피난하여 운영되었고, 이후에 대전맹학교, 부산맹학교, 제주영지학교로 공립화되어 국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로 발전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1990년 3월 안산에 국립특수교육원이 설립되면서 한국선진학교 개교를 시작으로 1997년 3월 한국경진학교, 2000년 3월 한국우진학교가 개교함으로서 5개 국립특수학교 설립이 완성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특수학교의 교육대상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국가의 장애인에 대한 교육 서비스의 책임이 강화되었으나, 국립으로 학교를 개설하는 데에는 상당히 부진한 실천이 아닌가 한다.

특수학교의 설립에 대하여는 민간이나 지자체의 공립으로 부족한 학교를 채워나감으로써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모범적 태도보다는 설립에 드는 경비와 지역주민의 반대에 대한 부담감을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특수교육의 무상교육이나 개별화교육, 장애인지원센터 운영 등 서비스의 발전은 굳이 국립으로 운영해야만 교육의 질이 더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족한 교육시설의 확충에 있어 국가 차원의 대응은 매우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더불어 국립특수학교 인사규정 제정과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이 규정으로 인해 현장 교사들의 사기가 올라가거나 처우가 개선되기보다 오히려 자괴감이 들거나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는 사항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립특수학교의 교원수는 350여명이다. 이들은 묵묵히 학교현장을 지키고 있다. 교사로 어느 정도 경력을 갖게 되면 교감이나 교장이 되기 위해 1급 교사 자격을 획득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리고 자격을 획득하면 대부분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국립특수학교는 그렇지 않다.

교장이나 교감은 현장 교사의 차지가 아니라 교육부나 국립특수교육원과 같은 연구직, 교육부의 연구관이나 연구사의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교원과 분리하여 전문직 종사자라고 한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현장 경력을 쌓기 위해 학교로 파견될 때에는 교감이나 교장의 자리로 발령을 한다. 그래서 국립 특수학교의 교감이나 교장의 자리는 전문직의 스팩쌓기용이라는 말이 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전문직에서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보상 차원에서 교장이나 교감 자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립특수학교 현장의 교사가 경력을 쌓아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실제로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운영의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특수학교의 장애인 교육에서의 여러 교육 방법의 실천을 확대 적용할 기회가 없다는 점과 현장 교사의 푸대접으로 승진의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이 있다.

교원으로서 마지막 희망인 승진의 기회가 전문직 인사에 의해 기회마저 희박해지고 있다. 국립특수학교 현장을 지키는 교원은 350명인데, 전문직 종사자는 50여명이다. 하지만 승진의 기회는 이 50명이 독차지하고 있다.

교감인사의 경우, 그동안 많은 수의 전문직 출신이 짧은 기간씩 교감을 하였으며, 인사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최근 연도에 이르러서야 현장 출신의 교감이 늘어나 현장에서 7명, 전문직에서 3명이 승진하여 근무하고 있다,

최근 또다시 교감 발령이 전문직에 배정되어 그 관례가 깨어질 수 있겠다는 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교장의 경우도 현재 3명의 교장이 전문직 출신이다. 특히 전문직 선발 시 국립특수학교 교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문직 근무 후 학교현장으로 나올 때는 해당 시·도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특수학교 관리자로 나오므로 인하여 국립특수학교 현장 교원이 사기가 꺾이고,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학교보다는 전문직이 소속된 기관이 상부 기관이다. 상부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학교의 관리직이 우선 배정되는 것은 권력구조상은 그럴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학교 경영은 사립이나 공립학교의 운영에서와 같이 현장 교사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맞다.

전문직에서 현장 교감으로 전직되어 학교현장의 교육발전에 기여한 점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재직 1년 후 복귀, 2년을 못 채우는 근무사례에서 볼 때 학생들 교육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직무수행에도 원활한 수행의 어려움이 있으며, 교원의 허탈감과 사기 저하는 학교 발전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하겠다.

이는 학교현장 교육의 특성 반영에 배치되는 인사로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행정에 혁신을 하거나, 현장 경험을 반영한 교육실천을 하거나, 장애인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여 개별화하는 데에 전문직 종사자는 현장 교사에 비해 절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전문직 종사자가 학교의 경영에 있어 현장 교사보다 교육의 질이나 교사의 질을 능가 할 수 없듯이 현장 교사들의 의욕을 갖고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조성은 매우 절실하다.

교장 역시 특수교육정책과 과장을 역임하거나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을 역임하셨던 분이 순환이나 하듯 국립특수학교 현장 교장으로 전직되는 사례는 인사 돌려막기나 관례처럼 시행되고 있다. 현재 전문직 출신이 60%가 교장으로 역임하고 있는데, 일반 국립학교에서는 보기가 어려운 사례이며 현장의 특수교사들의 교감, 교장승진의 기회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교사들이 교감이나 교장 자격을 취득하고도 그러한 직에 종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교감을 해 보지도 않은 인사가 교장으로 낙하 되어 학교 운영을 할 경우, 현직 교사들은 승진의 기회가 없어 의욕을 상실하기 쉽다.

전문직은 전문직대로 해당 기관에서 승진기회가 주어진다. 연구직 전문가가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면 굳이 교장이나 교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단기간 행정직을 맛보는 수준에서 행정직을 맡음으로써 현장 교사들의 승진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교육의 비합리적 운영이고, 전문직 우선 처우는 특수교육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가장 성적이 우수한 교사가 국립특수학교에 먼저 임용된다 하더라도 동료 학우였던 교사가 공립이나 사립 특수학교에서 교감이나 교장이 되어도 평교사로서 평생 지내면서 말년에는 교사들 모임마저 기피 하면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니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소리를 듣는 현실을 교육 당국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기 측근 사람 챙기기가 인사에 반영되거나 낙하식 인사가 아닌 공정하게 현장 교사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교육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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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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