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체육대회 개회식 모습. ⓒ김최환

매년 이때쯤이 되면 아주 풍성한 체육대회나 크고 작은 스포츠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장애인스포츠 축제인 경우에는 장애 유형 단체별로 혹은 전국단위나 지역 또는 장애인단체별로 각각 개최하고 동호인들의 건강 증진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몇 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각종 대회들이 봇물 터지듯이 여기저기에서 개최한다는 공문이 팩스를 타고 전해오고 초청해 옴에 따라 때로는 일정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연습과 훈련으로 경기력 향상에 노력하면서 출전을 준비해 오던 팀들이 어느 대회나 어떤 종목을 택하여 참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필자 역시 때로는 심판으로, 때로는 선수로, 총괄 대회 진행자로 참가하게 되는데 종목 선택이나 일정을 맞추기 위해 달력에 체크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관계자들과 상담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의 체육대회 같은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에 전북도농아인협회와 지원본부에서 체육대회를 개최되고 주관하는 그들만의 스포츠 축제가 한 지역에서 열렸다.

도내 각 시군 지회에서 슐런, 볼링 등 9개 종목에서 약 1,200여 명의 회원 및 가족, 자원봉사자와 내빈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설운동장과 체육관 등에서 농인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재활의지를 고취시켜 긍정적인 사회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체육대회를 통한 건강증진 및 자신감 회복과 우수선수 발굴을 목적으로 하여 이틀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이에 필자는 첫날에는 슐런 종목에 심판과 경기 총괄 진행자로 참여하여 대회에 투입된 수어 통역사들과 함께 농아인 체육대회를 주관하고 경기를 탈 없이 운영할 수 있었다.

두번째 날에는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전세버스로 공설운동장으로 달려가서 개회식을 참관하고 몇 가지 종목별 경기가 지정된 장소에서 진행되어 가는 가운데 ‘디스크골프 경기장’으로 옮겨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 경기를 참관하게 되었다.

디스크골프 경기장은 수어통역사 1명과 비장애인 심판 1명과 자원봉사자 1명 등 셋이서 경기를 진행하는데 무언가 아쉬움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경기 진행을 도와주면서 경기를 매끄럽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농아인 체육대회에 심판과 경기진행자, 참관자, 응원자로 참가하면서 느끼는 한 가지 아쉬움과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장애인 체육대회만큼이라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최, 주관자들이 되고 참여자가 되고 자신들이 대회를 진행해 갔으면 더욱 빛나는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농아인체육대회는 농아인협회가 주최하고는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비장애인인 수어 통역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관여하고 대회를 열어가고 대회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해 갔던 것 같다. 장애인들만의 스포츠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은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장애인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경기진행자도, 장애인 심판도, 장애인 행정가도 장애인 자원봉사자도 별로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대회의 수혜자로, 방관자로, 경기 참여자로만 가담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가 되려면 장애인 당사자들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그리고 좀 더 전문적으로 자신들을 준비시키고 역량을 강화하고 참견하여 우리들의 축제, 우리들의 대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비장애인을 배제한다거나 그들의 지원을 거절한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만큼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스포츠 축제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우리들의 축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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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최환 칼럼니스트 38년 간의 목회생활에서 은퇴하고 인생 제2막으로 국가 체육지도자 자격증(제7520)과 경기단체종목별 심판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스포츠지도사로 체육교실과 동호인클럽을 지도, 감독하고 있으며, 전국, 지방 각종 유형별 대회 등에 심판 혹은 주장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한장애인슐런협회 등 경기종목단체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배리어프리(무장애)스포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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