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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자신의 장애에 있어서는 베테랑

자취방 이야기-9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30 10:13:42
“현석씨. 잠깐 제 자리로 와 주세요.”

퇴근 준비를 하려던 찰나에 들어온 관리자의 메시지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소통했기도 했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나의 신체적 특성을 알기에 자리로 부르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호출이라니 무슨 일일지 궁금했다.

“내가 무슨 사고를 쳤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관리자에게 가니 의자를 주면서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꺼낸 이야기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회사에서 자네가 눈이 안 좋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겼어. 모니터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앞으로 당겨서 보고 문서를 볼 때도 글씨가 작은 부분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찍어서 그걸 확대해서 보는 사람에게 무슨 그런 생각을 하나 싶었지.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현석씨가 눈이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버스 번호는 잘 보고 빨리빨리 탄다는 거야. 걸음도 보통 사람보다 느리고 시력도 안 좋으니 버스를 빨리 탈 수가 없을 텐데 버스 번호는 잘 본다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 난 모르겠어.”

양 눈의 교정시력이 0.2 정도이기에 버스 번호를 즉시 식별하기는 불가능했고, 만약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상황이라면 특히 힘들었다. 그렇게 고민의 시간이 이어지다 방법을 찾게 되었다. 버스의 도색, 번호판 표출 방식의 차이, 그리고 버스의 제조사로 내가 탈 노선의 차이를 구분한 것이다.

우선 도색,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은 녹색, 빨간색 파란색 버스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 빨간색은 좌석버스이기에 제외하고 파란색인지 녹색인지를 확인한 후, 다음으로는 번호의 표출 방식을 살펴보게 된다. 기존의 버스들은 버스 상단에 번호판이 고정되어 있었지만, 기존 버스보다 번호를 표기하는 숫자가 크거나 붉은색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좀 더 식별이 용이하다. 저상버스의 경우에는 일반 차량보다 숫자가 크게 표시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제조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버스 마니아가 아니기에 버스의 모양이 바뀐 것 같다고 생각이 되면 회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버스 뒷면에 적힌 제조사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구분을 해 놓으면 버스가 낡아 폐차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고 이를 통해 버스를 놓칠 확률을 줄이게 된다.

그렇게 관리자에게 “버스 번호를 잘 보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놓칠 확률을 줄이는 것”임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버스를 이용하니 언제부터인가 지팡이만 보고도 내가 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탑승이 쉬운 위치에 세워주는 등의 도움을 받아 좀 더 편리한 버스 이용이 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나에게 자신이 오해했다며 커피를 내 자리에 두고 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시 사내에서는 내가 장애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며 상당한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편하고 저렴한” 장애인콜택시를 놔두고 일부러 버스를 이용한다며 오해를 받기도 했다. 비장애인들이 알고 있는 “편한” 콜택시가 대기자만 수백명에 이르는 때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비장애인이 보기엔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우선 당사자에게 조심스럽게라도 물어보고, 장애인도 장애와 관련된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나 오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대비책이 있는 노련한 베테랑임을 알았으면 한다. 독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독립이기에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장애에 대한 사내에 인식 역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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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현석 (dreamgm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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