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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권리를 누리기 위한 조건에 대한 생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23 16:27:57
어느 금융사의 광고에서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될 권리가 있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조셉 머피가 쓴 ‘당신은 부자가 될 권리가 있다’라는 책도 보았다.

광고에서 당신이 일하면 근로자이고, 당신의 돈이 일하면 투자자라고 하면서 돈을 맡기라고 한다. 머피의 책에서는 당신은 사치로 치장할 능력이 있는데, 왜 생계에 만족하느냐고 적혀 있다. 광고는 부자가 될 것이니 투자하라는 것이고, 책은 잠재의식의 힘이 부자를 만들어 줄 것이니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라고 한다. 부자가 되지 않으면 권리를 찾아 먹지 못한 자신 책임이다.

헌법에서 권리란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리가 있으니 그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이다. 국민이 권리가 있으니 국가는 그 권리를 실현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가는 정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권력 조직 혼자서 권리를 지켜주지는 않는다. 권리를 지킬 재력과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중에 누군가가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국가는 막아야 한다. 국가는 국민 개개인을 포함한 모든 권력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권리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권리를 가진 사람은 법이 정한 의무가 부여된다. 국가가 권리를 보장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처럼 의무는 있으나 그 의무가 일부에게는 면제된다.

권력은 자격이다.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허가이다. 허가는 특별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특혜를 준다는 의미이고, 누구나 누릴 것을 국가가 몰수하고 통제하여 특정인에게 한정하여 풀어주는 것도 허가이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을 통제하지는 않으나 자격을 보증하는 것도 허가다.

권리는 가능성이다. 국민 누구나 학생이 되고 교사가 될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학생이 된 후 모두가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되고자 할 경우 이를 막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권리와 자격은 구분된다.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자격은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교사로서의 권리가 아니라 교사가 될 권리이기 때문이다.

권리는 자기결정권이다. 그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권리를 가진 자가 선택을 해야 한다. 권리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행복권을 가진 사람이 불행을 선택했다고 하여 강제로 책임을 추구할 수는 없다. 권리는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있고, 행사하는 것도 있다. 심신미약자가 재산권을 가지고는 있으나 직접 행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금융사에서 부자가 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모든 사람에게 부자가 되도록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권리가 있다고 했지 그 권리를 보장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라는 것인지, 스스로 보장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부자를 권리로 표현하여 꿈을 기대하게 만들고 마치 금융사를 이용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투자 과정을 권리로 유혹하고 있다. 투자가 잘못되어 부자가 좌절되었다고 권리를 침해했다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머피의 부자가 될 권리에서 잠재의식을 끌어내어 스스로 그 능력을 발휘하여 부자가 되라는 것이니 권리는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 능력이 당신에게 있으니 개발하거나 행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남의 권리에 시비를 건다.

장애인에게 복지수급권이 있다. 기본권은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평등의 원칙 하에 보장을 해야 한다. 수급권은 국가가 권리를 누릴 기준을 정한다. 권리는 필요 수준을 정하여 자격을 제한해 버린다. 장애정도, 연령, 경제수준 등. 이러한 기준이 갈증을 심화시킨다.

단체에서 정관을 통하여 회원의 자격을 규정하고, 회원의 의무를 정하고, 조직을 정하고 회계규정을 정한다. 이를 국가 수준으로 올리면 헌법이 된다. 국민이 회원인 셈이고, 권리와 의무를 갖게 하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는지, 의무를 어떻게 지울 것인지 구체화한 것들이 하위 법이다.

장애인들이 시혜적 차원이 아닌 권리에 기반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 권리를 정하고, 선택적 권리를 정해야 한다. 이동권, 생명권, 접근권 등은 기본권이라고 한다면 그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자유권처럼 그대로 두기만 하면 보장이 되는 것이 아니고, 권리를 충족할 때까지 무한 노력을 해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수급권처럼 대상 선별 기준과 지원의 수준을 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권리라고 했는데, 이것을 선택권이나 가능성 또는 자기결정권으로 해석하여 신청하는 자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맞는지 우리는 따져보아야 한다. 울어야 젖을 준다고 하여 젖을 먹을 권리가 보장된 것일까? 권리가 행사하거나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신청할 자격에 불과한 것으로만 효력을 발하는 경우도 많다. 부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하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복권에 당첨될 자격이 있다고 하여 모두 당첨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자격은 복권을 구매한 사람에 한정된다. 복권구매는 당첨 가격을 구매한 것이지만 당첨은 극히 일부만 가능하다.

화사에서 급여를 받을 권리는 계약에 의한 것이다. 국가와 국민도 계약에 의한 것이다. 계약서는 헌법이다. 이를 우리는 사회계약설이라고 한다. 고용주는 급여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근로자는 계약을 파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국민의 자격이 해고될까?

태어남이란 선택은 선택 되어 지는 것이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란 것 역시 선택 되어진 것이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계약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의무와 권리는 짝을 이루지만 권리가 의무를 다해야만 행사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윤리이고, 그것이 정의이다.

아픈 사람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그 어떤 지출보다 우선할 것이다. 이는 건강권이나 생명권이기 때문이고, 아픈 사람은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가계에 어떤 기여를 했는 가와 치료를 받을 권리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생명유지 장치에 의해 누워 있는 사람도 기여도와 무관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생명윤리에 적용을 받는다. 이해 당사자 모두의 소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소득활동 등 역할을 해야만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의무는 감당 능력이 있는 것을 고려하여 정해지는 것이며, 의무는 권리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이 장애인에게 쓰여진다고 하여 부담스러워할 이유도 없고, 차별을 받을 이유도 없다.

의무는 아니더라도 양심상 장애인으로서 남아 있는 능력 정도만큼 의무를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할까? 자신의 자아실현이나 소득활동을 위해 선택할 수는 있으나 의무라서 무리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권리만 있고 의무는 전혀 없는 사람인가? 장애인이라고 하여 부가가치세를 안 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으로서 아버지나 아들이 아닌 것도 아니다. 사회적 역할과 법이 정한 의무를 모두 지키고 있다. 장애인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위험한 인물도 아니다. 가족을 부양하듯, 국가가 보장하는 국민인 것은 맞지만, 그리고 더 두터운 삶의 질을 보장하기를 요구하는 장애인인 것은 맞지만 사회적 부담을 주었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차별을 받을 존재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좀 착하기는 해야 할까? 사회적 약자로 보호를 받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은 가져야 할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삼가고, 과도한 요구는 자제하며, 장애인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참아야 하는 것인가?

착한 것은 성품이고 개인의 성향이며,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인격이고 성숙도이다. 이왕이면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고, 악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때로는 악해야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만들기도 한다. 감사한 마음이 지나쳐 저자세가 되면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감사는 강요를 받을 것도 아니며, 행복에 보탬이 된다면 알아서 할 문제이다. 장애인이라고 장애인다움을 요구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니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도 개인의 선택이다. 권리와 의무의 측면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장애인도 상대를 존중하고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적응이 필요하다. 의무가 권리와 무관하다고 하여 아무렇게 행동할 수는 없다. 지역사회에 통합되려면 지역사회의 변화와 수용 태도를 요구하지만 장애인도 수용 조건이 되도록 노력할 부분이 있다. 한국 국민 한 사람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행동을 한다면 국민 모두가 격이 떨어지고 욕을 먹으므로, 부정적 인식을 줄이는 것은 장애인의 생활양식에서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대국민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만이 아니라 장애인 대상 교육을 통해서도 인식개선에 긍정적 행동을 보이도록 노력할 때 부정적 인식은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한 남자와 사귀고 나서 실망을 하면 모든 남자는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한 장애인에게서 받은 인상은 모든 장애인을 일반화하여 나쁜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내가 대우를 받으려면 나도 대우를 해야 한다. 장애인이라고 갑질을 당해서는 안 되며, 장애인이라고 하여 갑질을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장애인은 자신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자신이 장애인의 대부라며 피의자 청각장애인의 통역으로 참여하여 수사관에게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한다면 그것은 청각장애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활동보조인에게 무시를 하거나,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며 오로지 자기중심에만 집중하라고 하면서 한여름 한나절 전동휠체어 뒤를 뛰어오라고 하면 되겠는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조금이라도 불로소득을 채우기 위해 장애인 인권을 주장하며 깽판으로 행사를 방해하고 시민들에게 너희들도 장애인의 아픔을 느끼라고 하면 되겠는가?

우리는 특히 우호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웃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감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편견과 잘못된 인습에는 과감하게 맞서고, 권리를 위해서는 투쟁을 하고, 통합을 위해서는 마음을 열도록 따뜻한 미소를 보내야 한다.

권리에 기반하더라도 권리를 따져서 싸우는 모습보다 권리보장이 되어야 함을 국민 스스로 느끼게 만들자. 우리의 작은 노력과 성과에도 국민들은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어주고 있지 않은가! 학생이 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대학이라고 모두 입학을 시켜주지는 않는다. 권리가 있다고 하여 가능성이나 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보장되는 삶을 그대도 꿈꾸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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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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