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 저자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차별금지법 관련 전문 소송 변호사이다. 한국의 평등법 제정을 기대하면서 ‘차이, 차별, 처벌-혐오와 불평등에 맞서는 법’이란 책을 썼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성소수자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장차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중국인의 혐오가 심하고, 동양인으로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 갈라치기가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프롤로그에서 말하고 있다. 태초에 밤과 낮, 빛과 어둠이 생기듯이 구분이 생기면서 차이는 생겼다.

정치학자 도널드 호로위츠는 인종 간 집단학살의 과정으로 비인간화, 표적화, 폭력의 단계가 있다고 하였다.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게 하면 실제로 혐오가 일어나며, 폭력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이를 ‘인종 열등성 이론’이라고 한다. 그럼 장애는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한데 왜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까? 장애인을 자선의 대상으로 종교나 어른들이 삼으니 오히려 혐오가 생긴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혐오의 대상이 되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선이 생긴 것일까?

장애가족을 기피하고 싶은 생각에 장애아를 버리거나, 부양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한 원망이 장애를 무능력과 불완전한 존재로 여겼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이상적 사회에서 장애를 폐를 끼치는 존재로 보아 장애인 차별은 정당화된 것이 아닐까? 신의 저주 등 누명을 씌워서 말이다.

인종 린치 사건으로 틸 사건이 있는데,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여주인을 희롱했다는 누명을 쓰고 살해당한 사건이 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공공보건학과팀이 20년간 연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이성결혼율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였는데,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이 나는 집단에 대한 오해가 혐오를 가져온 것이다. 지금 국회 앞에는 ‘가정을 파괴하는 평등법 반대’ 피켓이 난무하고 있다.

달리기에서 부정 출발인지 판단하는 데에 ‘0.1초 룰’을 적용하는데, 청신호를 듣고 판단하는 데 0.1초가 걸리므로 그 이상의 차이로 먼저 출발하는 것은 부정으로 본다. 인간은 인상을 판단하거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도 0.1초가 걸린다. 0.1초 만에 판단하여 고정관념과 연결한다고 알렉스 토도로프가 주장했는데, 이를 ‘범주화’라고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경험한 것에 대한 판단은 두뇌활동이 둔해지는데, 이를 ‘반복 억제’라고 한다. 반복 억제가 감수성을 떨어뜨리고 과거의 판단을 반복하게 만든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내 집단이 아닌 외집단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경향을 가지는데, 이를 ‘외집단 동질성 편향’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외집단에 대해 고정관념이 아닌 개인의 특성으로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뒷담화이론’을 소개하였는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뒷담화를 한다. 뇌는 무임승차하거나 위험 요인이 될 만한 사람을 끊임없이 색출하는 ‘배신자 색출 모듈’을 가지고 있다. 색출을 통해 도파민이 배출되고 쾌감을 느낀다. 이러한 활동이 과도하여 ‘오버 생크션’이 발생하여 다르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배제 감정과 공격성을 가진다. 뇌의 노예가 아니라 뇌의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진정한 자유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는 자유가 강조되는 사회이고, 질서와 안전을 강조하는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집단의 일원으로 행동할 때 윤리판단에 해당하는 내측전두전야 영역이 둔해진다. 부족사회와 부족국가, 강한 국가와 신분제의 질서가 강조되는 사회가 지속되면서 장애인의 차별이 생성된 것이다.

사람들은 집단 구분을 즐기는데, ‘엘사’는 ‘겨울왕국’ 주인공이 아니라 임대아파트 사는 아동을 구분한 말이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생각대로 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자기 충족적 예언’이 편견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 고정관념이 ‘고정관념 위협’ 이론에 의해 개인의 능력을 떨어뜨린다.

인권은 로크의 사회계약설, 루소의 인민주권론 등의 영향으로 눈을 뜨게 되었고, 칸트의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란 말과 벤담의 ‘누구나 하나 이상으로 계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등이론도 소개한다.

데이비드 랜즈는 인류 역사는 단 한 번도 평평한 운동장인 적이 없었다며, 라이베리안이 흑인 해방을 위해 국가를 건설하였으나, 미국 백인에게서 받은 차별을 원주민에게 되돌려준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 혁명이 피의 복수였으며,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갈등이 진정으로 해소되는 자유라고 하였으나 허상에 불과했다.

‘최적 차별성’이란 소속감과 교유한 존재라는 느낌이 균형을 이룰 때에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니체는 ‘평등이란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거나 자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욕망’이라고 했다. 평등의 핵심은 기회평등인데, 평등을 말하는 과정상의 공정한 기회라는 것과 차별성을 드러내도록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반영되는 평등의 두 가지 요소가 담겨져 있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스티븐 핑커는 불평등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 우생학의 두려움을 예로 들었다. 특목고가 개성을 장려한 것인지, 평등을 위배한 것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저자는 후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생학은 장애 문제에 대해서는 인격을 빼앗는 역할을 하였다. 양성평등 입장에서 보면, 여학생은 문과, 남학생은 이과라는 것이 능력에 대한 성편견일 수 있으나 선호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부당한 차별의 판단 요소로 의도, 대상, 상황, 주체 등이 있지만,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도 지적했다. 한국 속담 2.7퍼센트가 장애 비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비하 의도 없이 사용하더라도 불편함을 줄 수 있고, 부정적 고정관념을 전염시킬 수 있다. 흑인끼리는 검둥이라는 의미인 nigga 용어 사용이 허용되나 백인은 사용할 수 없는 문화를 예로 들면서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장애 용어 중에 장애인끼리는 친근감 표현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차별이라고 하여 모두 법으로 다룰 수는 없다. 공적 영역이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고용, 재화와 용역, 교육, 행정 서비스가 해당된다. 국가별 차별금지 대상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 천차만별인데, 텍스사주는 7가지인데 비해 뉴욕은 2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 공무가 공적이 아니라 상거래인 재화와 용역도 공적 영역임을 알아야 한다.

차별 판단에 합리성이 기준이 된다. 1956년 허버트 사이먼이 제시한 ‘제한된 합리성’에서 따온 것으로 ‘분리, 배제, 제한, 구별, 불리’와 더불어 ‘정당한 이유 없이’ 또는 ‘합리적 이유 없이’란 단서가 붙는다. 장차법에서는 판단 기준에 ‘불리’가 없고, ‘거부’가 들어 있다. 한국의 이력서 사진도 차별이라고 예를 들었다. 커텐 테스트라도 실루엣으로 낌새를 차릴 수도 있으므로 완전한 차별금지 장치는 한계가 있다고도 하였다.

여성 교도소의 남성 교도관에게 응시자격을 박탈한 것에 대해 신체적 프라이버시와 안전성이 합리적 이유로 받아들여진 소송,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미를 기준으로 여승무원을 선발한 것은 안전이 임무이지 성적 만족감이 임무가 아니라며 정당성이 부인된 소송, 특정 종교인만을 교직원으로 선발하는 것이 건학이념으로 인정된 소송, KMBC 여성앵커에게 용모와 복장의 기준을 정한 것이 남성도 복장을 요구하고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으로 인정된 소송, 센프란시스코 발레단에서 외모로 선발하는 것이 직업 특성상 차별이 아니라는 소송 등을 소개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에서 “태어나는 데에 선택권이 있어? 2000년 전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에도 평등, 공리 공존이 정의라고 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공리는 같은 것과 같은 것들은 서로 같다. 포개어지는 것은 같고, 같은 것끼리 더하거나 빼도 같다.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등이고, 공리란 다른 점은 직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직선은 무한히 연결될 수 있다. 등이다.

저자는 미국 스타벅스는 한국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하루종일 앉아도 된다며, 흑인이 입장을 거부당한 사건 이후 이것이 가능해졌다며 합의금은 단 돈 1달러만 받고, 그 대신 지역 학교의 장학기금 20만 달러를 내는 것으로 합의한 것을 소개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우리가 이루어낸 진전이라며 사회적 감시 효과, 억압된 이들에게 진출 기회가 주어지는 노출 효과, 교육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법이 무분별하게 처벌 대상을 삼는 것이 아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오해가 있는데, 법으로 모든 차별을 금할 수도 없고, 사기도 표현의 자유라고 하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존엄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다른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변화가 시대적 요구라고 하였다. 심지어 ‘감정 지능’이라고 하여 상대에 대한 배려가 지능에 포함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원자 사이의 빈공간이 99.99퍼센트라며 빈공간을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인권을 채워나가자고 말한다.

장차법에는 이동권과 정보의 접근성에 관한 차별 기준이 미흡하다. 권리협약의 권리를 모두 보장하지도 못한다. 학대나 가정에서의 차별 조항이 있는데, 다른 법률에 근거하여 처벌이 가능하고, 일부 가정 문제는 법으로 다루기 힘든 부분도 있다.

권리구제 절차나 기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처벌이 아닌 차별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 방법 등이 법에는 부족하다. ‘장애인을 이유로’란 조항도 장애인을 이유로 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장차법에 성인지 소송 원칙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차별의 입증을 원고가 아니라 피고가 하도록 하는 것 역시 개정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장차법이 다른 법률상의 차별 조항도 단죄할 수 있는가? 다른 법률에 따른다고 하여 법률의 미비함을 인정해 버린다. 그리고 긴급 구제나 신속한 결정을 위해 기구의 개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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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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