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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탈시설이란 무엇인가?” 답하라

확실한 정의 필요…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말아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5-04 10:00:52
필자의 서재 겸 침실. ⓒ장지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필자의 서재 겸 침실. ⓒ장지용
이제 탈시설은 단순한 ‘썰’을 넘어서 이제는 새로운 장애인 사회를 바꿀 새 패러다임 수준으로 급부상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이것을 적용하는 것이 남았는데, 문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장애계와 시설 관계자, 이용자 부모 간 갈등에서 이 문제의 전개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여야 하는,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탈시설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탈시설 그 이후입니다. 탈시설은 탈시설 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냐에 대한 논쟁을 애써 무시하고 탈시설 자체에만 집중된 논쟁이라 좀 뭔가 알맹이는 쏙 빠진 것같아 보입니다.

대놓고 표현하면 한국 극우세력이 가진 북한에 대한 인식과 장애계의 탈시설에 대한 인식은 매우 닮았다고 극단적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극우세력에게 북한, 특히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날 즉시 자유와 해방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이, 장애계에게는 탈시설이 이뤄지는 즉시 장애인은 자유와 해방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극우세력이나 장애계나 북한 정권 아니면 시설이 ‘타도’된 뒤에 어떠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막연히 자유와 해방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자유와 해방이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았을뿐더러 ‘그 윗전’만 사라진, 흔히 ‘무두절’이라고 부르는 직장인들이 상사가 외근, 출장, 휴가 등의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날 수준의 인식을 보입니다.

그렇지만 몇몇 기업은 상사가 자리를 비운 날에는 대체 업무자를 지정합니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그러한 것을 잊은 채 ‘오늘은 자유롭게 점심 먹고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겠구나!’라는 발상만 할 뿐이니 이것은 매우 닮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직장인들에게 상사가 없는 날이라고 해도 직장인으로서 업무를 놓을 수 없습니다. 상사가 없는 날이라고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탈시설이 아무리 이뤄져도 그 삶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게 외치던 자들은 책임지지 않고 나 몰라라 식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극우세력은 북한이 사라지면 그들의 삶을 이끌 존재가 자칭 ‘해방자’인 자신들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일궈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상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서 남한 극우세력 지도자로 바뀌는 것일 뿐입니다.

결국 통일 후 남한 극우세력에게 그들의 정치적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냉혹하게 그 사람들을 버릴 것입니다. 특히 한국 정치 특유의 ‘꽃놀이패’ 전술이 지금도 여러 곳에서 극우세력이 자주 써먹는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실컷 이용해놓고 버리는 전술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서는 ‘이제 여러분은 자유입니다!’라고 떠들고 다니며, 자신들이 북한을 해방했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니며 정치적 자산으로만 이용할 것입니다.

비슷하게 장애계는 시설이 사라지면 장애인의 삶을 이끌 존재가 장애계 각 단체나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 시설보다 더한 일정이나 결속의 연속이 될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고서는 ‘장애인은 이제 자유롭게 지역 생활에서 생활합니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다닐 것입니다. 세상은 그것이 탈시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탈시설 장애인의 그러한 삶을 이른바 프로그램 일정이나 단체가 쥐게 되면 그것이 진정한 ‘탈시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사실상 장애인이 서 있는 곳이 시설 바닥이 아닌 지역사회 바닥으로 바뀔 뿐, 사실상 장애인의 삶은 각 장애인이 아닌 외부 세력이 쥐고 있는, 마치 상전만 바뀌는 그런 신세입니다. 그러한 ‘지역사회에 길들어서 자유가 없는 삶’도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와 별개로 탈시설 반대 진영의 주장대로 지체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주장하는데 정작 시설에는 중증 발달장애인이 거주한다는 모순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발달장애 유관 단체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탈시설을 지지하는 태도인 점이 다행인 지점입니다. 즉, 시설 거주의 상당수를 차치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에 걸맞은 탈시설 프로젝트를 구상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칫 탈시설도 실제 시설 거주자와 달리 장애인 통계를 무리하게 적용하면 자칫 앞뒤가 안 맞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설 관리 법인이 가장 우려하는 구 시설의 재산 및 인력의 재활용 대책까지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설은 엄연히 재산이 있고, 그 재산 일부는 부동산과 같이 처분이 어려운 재산도 있습니다. 영국은 이러한 시설의 건물과 부동산 일부를 주택단지 또는 문화유산, 병원 등으로 재활용하는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인력도 비슷하게 장애인 관련 지원 인력으로 재훈련하여 지역사회 각종 기관으로 재배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즉, 그러한 재산과 인력의 재활용 및 처분 대책을 마련해야 시설도 ‘명예로운 퇴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장애계의 탈시설 주장에서는 시설 폐지 이후 남게 된 재산과 인력을 어떻게 처분하고 재사용할지에 대한 대책을 들어본 것이 없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탈시설은 그래서 탈시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을 넘어서 탈시설 그 이후에 대한 준비가 갖춰진 뒤에 자연히 탈시설로 이행하는 것이 더 안전한 전략입니다. 탈시설을 하면 많은 필요조건이 있습니다. 당장 거주할 주거지 마련부터 시작해서 복지서비스 지원, 생활용품 마련,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체계 마련, 주 수입원 확보를 위한 일자리 확보 등 대단히 많고 복잡한 문제가 탈시설 다음날부터 거대한 숙제로 자리 잡을 것인데, 장애계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부분부분 쓴 것도 있지만 완벽한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답안지가 충분히 마련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탈시설 찬반 논란은 마치 쳇바퀴가 돌 듯이 계속 해결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탈시설이 대체 무엇인지, 탈시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탈시설은 어떤 과정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등등 대단히 복잡한, 한마디로 한국 장애인 사회의 구조를 ‘밥상까지 뒤집어 엎어버리는’ 이 논쟁을 속도전으로 해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느 대학교수는 경영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마케팅 이론을 가르치고 나서 시험 문제로 항상 내걸던 문제를, 탈시설 논쟁에 맞춰서 다시 해석한다면 아마 이럴 것입니다. 그런데, 탈시설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정부나 결국 탈시설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 문제를 답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결국 쳇바퀴 도는 논쟁으로 끝날 것입니다.

이 문제를 모두 다 같이 풀어봅시다. 이 탈시설에 연관된 자 모두가 말입니다. 이 문제의 답을 바탕으로 탈시설 논쟁의 결론을 찾아내 그 답을 찾으면 장애계가 그토록 원하는 시나리오는 실현될 것입니다. 이 문제의 유일한 다행은 대학교 시험과 달리 답안 작성 제한 시간이 없는, 무제한 시험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험은 논리만 합당하면 얼마든지 A+ 학점이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풀어보시면 됩니다. 그 문제가 뭐냐고요?

“도대체 탈시설이란 무엇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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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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