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에는 탈시설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비용은 추계에 한계가 있어 미첨부 사유서로 대체하고 있다. 다만, 탈시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비용과 탈시설지원위원회 활동비만 밝히고 있다.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 예산은 정하지 못하면서 탈시설 지원을 위한 인력들의 활동비만 정하고 있어 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사업인지, 활동가들의 필요한 예산만 정한 사업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이 사유서에는 장애인 생활시설을 지역사회 통합시설로 전환하거나 폐쇄한다고 하였는데, 남은 재산의 처리방법이 무시무시하다.

모든 시설법인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다고는 하지 않았으나, 설립 허가가 취소되어 해산한 운영법인의 남은 재산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고 하였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재산을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하였으나, 법인 재산을 강제로 국가로 귀속한다는 것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 법에서는 해산된 법인 재산은 국가에 귀속한다고 정하여 해산을 시키면 국가재산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

시설 이용자의 인권침해 조사가 장애인의 인권보호 차원이 아니라 시설폐쇄와 법인설립 허가 취소를 통한 재산 몰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안에 탈시설을 완성한다는 계획은 이 기간 안에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을 문제를 발굴하여 시설을 국가가 몰수한다는 것이다.

법인의 정관 허가 조건에 법인이 해산할 경우 유사 사업의 법인에 기부하거나 국가에 귀속한다는 것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한 것은 법인 운영 과정에서 국가의 지원이 포함된 재산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탈시설 정책에 재산몰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 규정을 악용하여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안 제안 이유에서 장애인 시설보호는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있고, 집단생활을 하고 있으며, 인권침해 행위가 자주 발생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동의하는 바이며 탈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이 법안은 탈시설을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시설의 축소와 폐쇄이고, 다른 하나는 이용자의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이다.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시설 폐쇄가 목적이거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서비스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맞지만,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것은 인권침해의 부작용만 강조되고 현재까지의 장애인 보호에 대한 순기능을 완전히 부정하고 악마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악마와 손잡고 지원해 왔다는 의미가 된다.

탈시설을 해야 하는 이유로 지역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서와 시설의 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라는 두 가지를 든다. 시설을 운영하더라도 인권침해는 없어야 하는데, 시설 이용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한다면 탈시설이 맞지만, 학대 등의 인권침해 사건 때문에 탈시설을 해야 한다면 지역사회에서 학대가 없다는 근거가 없는 한 탈시설과 인권보호는 분리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한 환경이 시설보다 우수하다면 저절로 탈시설은 이루어질 것이다. 시설이 탈시설을 막고 장애인을 인질로 삼아 학대를 하면서 이익을 취하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그런데 인간다운 삶을 논하면서 어떤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는 전혀 규정하지 않고, 오로지 탈시설만이 인간다운 삶이고, 탈시설 수단으로 인권침해를 발굴하여 시설을 공격하여 파괴하는 것이 법의 요지인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완전한 사회통합에 시설은 분명 역행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설구조나 운영과 서비스의 개혁으로 통합을 지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워 시설을 공격해서 파괴해야 한다면 굳이 인권침해 사건을 발굴할 필요 없이 시설은 없애야 한다.

인권침해 사건을 빌미로 공격의 수단을 만들어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문제로 별도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인권침해 사건을 시설 파괴의 전략으로 이용하는 것은 인권보호 목적 차원이 아니라 공격의 수단이 될 뿐이다.

탈시설지원 조직을 전국망으로 구성하고 탈시설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새로운 법안 마련이 장애인의 서비스 확대나 개선보다는 센터나 위원회만 늘어나 새로운 밥그릇을 만들어 특정 인물들의 사업 확장만 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비용추계에 위원회 예산만 측정하고 다른 것은 유보한 것이 불만이다.

탈시설을 해야 하는 장애인시설로 거주시설과 요양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축소와 폐쇄를 거듭하여 10년 안에 마무리한다는 것이 법안이다. 세월없이 탈시설을 추진하면 추진력이 약해지므로 기간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기간을 정하는 것은 무리하게 그 기간 안에 끝내기 위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시설폐쇄에는 보상이 없으나 축소에는 지원이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만들었다. 사망에 대한 보상은 없으나 외상에 대한 보상은 가능한 보험제도이다.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장애인 개인주택마련 등 탈시설을 하는 장애인의 지원을 규정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집만 주어지면 통합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집은 탈시설의 필수조건은 맞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시설조사위원회는 상당한 권력을 가진다. 임시보호를 명할 수 있고, 인권침해 조사를 할 수 있어 사법경찰 수준의 권력을 가진다. 공무원이 아닌 위원이 이런 권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법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

조사 대상자의 출석 요구권이나 신고접수, 사건 발생시 타기관으로부터 의무적인 통보, 동행명령, 조치권, 시설폐쇄명령권, 법인 허가취소 요구권, 보조금 지금 중단 요구권 등의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단순 조사만이 아니라 회계조사를 통한 남은 자산 처분권과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넘어 모든 조치권을 가진다. 조사위는 탈시설 특공대다.

누구든지 탈시설은 자기결정권과 주거권, 자립생활권이 있다고 하면서 탈시설 대상자 선정을 한다고 하니 모순이다. 모든 장애인은 탈시설의 대상인데, 왜 우선순위 선정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탈시설지원법에 대하여 반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택제공만으로 살 수 없는데, 지역사회에 자립하도록 평가하는 내용은 있긴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는 서비스 지원이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시설은 없어질 것이고, 지역사회에 장애인은 방치될 것이다. 주택과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연금 등은 주어지겠지만, 그렇다고 중증장애인이 사회통합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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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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