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두 번째 편지: 1월 12일

사랑스러운 딸 민정아!

2022년 임진년의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12일이나 훅 지나가고 있네. 예전에 엄마가 00극동방송 라디오에서 진행한 원고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민정이에게 편지 보낸 내용도 같이 있어서 읽어보았는데 지금도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단다.

2012년 5월의 어느 날 편지글을 지금 다시 써 볼까? 한단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와 민정이와 엄마의 볼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무얼까? 어린이날 엄마와 민정이는 엑스포광장을 거닐며 축제의 향연에 도취 되어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과 주변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 민정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편지를 쓰고 있단다.

갑자기 민정이가 3세 때 어린이날 생각이 나는구나! 그때 민정이는 부천에 있는 00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병원침대에 누워 있었지. 수술하고 난 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그때 마음이 매우 아팠단다.

심장 수술 직전까지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상태였던 것 생각나니! 심장 수술한다고 일주일 전부터 입원하고 있었는데 주일날이었나? 병원교회에서 예배를 잘 드리고 입원실로 들어와 너를 유모차에서 침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낙상하여 머리부터 몸 전체가 이상이 없나? 엑스레이에 머리 CT까지 촬영하고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머리에 피가 고이지 않았나? 금이 가지는 않았나? 별의별 걱정에, 낙상한 후유증으로 아파서 많이 울어 지쳐서 있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교차하여 맘이 아주 속상했어.

그런 지경에서도 성령님은 엄마의 마음을 위로하여 주시면서 마음에 평안을 허락하셨었어. 그런 하나님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이 “심장 쪽으로는 우리병원이 전문이지만, 머리에 피가 고여있거나, 금이 가면 심장 수술을 못 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세요” 하면서 엄마에게 말을 하였었는데,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머리에 금이 가지 않았고, 피가 고여있지 않네요. 그러나 떨어진 후유증이 아기에게 무리가 가서 심장 수술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아요. 수술하실 거면 각서를 쓰세요.” 하면서 각서용지를 건네주더구나!

엄마는 이렇게 생각을 했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우리 딸 심장이 위급했기에 심장 전문병원으로 보내주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 계시는 목사님께 중보기도를 요청했는데 “하나님께서 딸과 같이하신다고”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셔서 엄마는 이런 상황을 아빠한테 말도 하지 않고 엄마 혼자 결정을 내리고 각서를 쓰고 너를 수술실에 보냈었어,

수술이 4시간 30분 정도 진행이 되었나?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고 그 고통을 어루만져주신 주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단다. 수술하고 힘이 없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한창 뛰어다니면서 놀아야 할 시기에 이렇게 침상에 누워서 있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혼자 울었었던 모습이 이젠 희미하게 그려지는구나!

민정아!

지금은 엄마와 아빠의 곁에 건강한 민정이로 있어 주어서 고맙구나! 그리고 어제 심장 초음파 검사하러 강릉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잖아. 처음에 의사 선생님이 “심장이 많이 좋아졌네요.” 조금 있다가 “아! 변한 것 없이 그냥 그렇네요.” 하시면서 말씀하셨을 땐 엄마는 기분이 좋았다가 조금 실망을 했어. 사랑하는 딸 그래도 힘을 내자.

편지글이 벌써 10년이 되었네! 우리 딸 2012년도에는 7세였고 엄마는 40세 초반, 2022년 지금은 민정인 17세, 엄마는 50세가 되었네. 그러고 보니 유치원에 다니던 네가 벌써 중학교 졸업반이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일주일에 3번씩 받은 지도 17년이 되어가고, 2006년 11월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당시 의사 선생님이 10년 안에 걷지를 못하면 평생 걷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꾸준한 재활과 기도를 열심히 해서 우리 딸 민정이 만 9년 만에 걷게 되었지.

휠체어, 워커, 보조기를 졸업하고 이제 스스로 걸은 지 7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그 결과 평지는 스스로 걸을 수 있지만, 아직도 계단을 혼자서 올라가고 내려가고 할 수는 없잖아! 그렇지만 엄마와 손잡고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고 내려가고 연습을 많이 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못 걸었던 걸음도 혼자서 걷는 것처럼 계단이나 경사길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날들이 반드시 올 것이라 엄마는 의심치 않는다.

민정아!

2012년도에는 민정이와 손잡고 솜사탕을 먹으면서 시내를 걷고 있는 상상을 하였잖아! 그런데 지금은 손잡고 걸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씩 뛰기도 하잖아! 며칠 전 민정이랑 손잡고 핫도그를 먹기도 하고, 참!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지! 말을 하면서 엄마와 거리를 걷는 상상이 2023년 1월에는 현실이 될 것이라 확신을 해 본다.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뤄집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원하면 하나도 제대로 이룰 수 없습니다. 고르고 또 고르고, 버릴 만큼 최대한 버리고, 마지막 남은 그 하나를 간절히 바라고, 간절한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면 누구나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마음속에 새겨두면서 오늘을 살아 보자!

최선을 다하는 우리 딸 민정이를 항상 응원할게요! 사랑해요. 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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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칼럼니스트 한국장애인연맹 강원 DPI 활동가이자 세계는 민정이 놀이터 행복 강연가로 민정이와 엄마인 저의 성장 스토리를 연재한다.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그리고, 차별을 넘어 나눔과 배려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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