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사원 앞. ⓒ 안성빈

사실 나는 런던 여행 중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두 번 방문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첫 방문 때 벌써 문을 닫아서 또 와야 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런던의 박물관들은 오후 3시 반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시간을 정확히 알아보고 방문해야 한다. 3시 45분에 도착했는데 벌써 문을 닫아서 나는 다음날을 기약해야만 했다.

두 번째로 찾아가는 길이라 아주 익숙하게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정면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하여 멋지게 한 장 찍은 후 티켓박스로 향했다.

입장료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3만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중증장애인과 동반 1인은 여기도 무료입장이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줄을 지어 입장을 했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했다.

박물관을 제대로 구경하기 위해서는 오디오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 우리말 서비스가 지원되는 곳도 많으니 꼭 대여해서 작품마다의 설명을 들어보길 권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입구. ⓒ 안성빈

오디오 가이드를 목에 걸고 이제 본격적으로 관람에 들어간다. 정말 아쉬운 것은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모습들을 소개할 수 없어 참 안타깝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 성공회의 교회로 만들어졌다. 최초로 지어진 것은 7세기고 이후 여러 개증축을 통해 지금의 탑 두 개의 고딕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예배당이기 때문에 내부에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넓은 장소가 있다. 신부가 설교를 하는 강단이 있고 그 옆으로는 엄청나게 큰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그 오르간을 보는 순간 마치 웅장한 오르간 연주가 들리는 듯했다. 어떤 소리가 나올지 참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성가대석이 있고 중앙에는 신자들이 앉아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좌석이 있다. 이곳은 예배당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영국 왕의 탄생과 죽음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영국 왕은 태어나서 세례를 받게 되면 주로 이곳에서 세례를 받는다. 또 왕위를 이어받을 때 즉, 대관식을 이곳에서 치른다. 왕이 죽고 나면 장례식을 또한 이곳에서 치른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말 그대로 영국 왕의 탄생과 죽음이 일어나는 장소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독특한 측면. ⓒ 안성빈

실제로 이곳에는 영국 왕들의 무덤이 있다. 내가 둘러본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아주 웅장하고 아름다운 무덤이었다. 영국의 역대 왕들이 이 사원에 묻혀있다. 왕 말고 묻혀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국에 공이 많은 인물들이다.

우리가 잘 아는 처칠, 뉴턴, 다윈,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등 영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정치가, 예술가, 과학자 등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이곳에 뼈를 묻고 있다는 자체가 대영국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의미이다.

영국의 성당 중 가장 높은 본당과 16세기 초 지어진 아름다운 직립식 천장으로 유명한 헨리 7세 예배당,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역사가 그려진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팔각형의 챕터 하우스 등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장소다. 2011년 4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은 개신교 장로교회의 웨스트민스터 신조가 만들어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찬찬히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내가 영국의 역사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교과서에서나 보던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내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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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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