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년간 쉬운 정보를 만들며 축적해 온 제작 경험과 노하우를 국내 현장에 보급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소한소통은 지난 4월 쉬운 정보 제작 가이드를 펴냈다.‘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어렵게 만들수록 쉬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쉬운 정보’를 만드는 9단계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을 두고 ‘그냥 글을 쉽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언뜻 단순히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공정을 펼쳐놓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일반적인 책자를 만드는 것에 견준다면 쉬운 정보는 만드는 일은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자료를 쉬운 정보로 제작할 수도 있고 기존에 있던 자료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재가공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후자의 경우가 훨씬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쉬운 정보를 만드는 과정을 9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쉬운 정보를 만드는 9단계』ⓒ소소한소통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존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쉬운 정보의 성격과 담을 내용을 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자료를 여러 번 읽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해야 할 정보를 확인한다. 정확성 측면에서 정보의 내용을 체크하고, 어느 정도까지 담을지 범위를 결정한다.

두 번째 책꼴 결정 과정에서는 책 크기, 책 두께, 종이 종류, 제본 방식 등을 정한다. 만들어진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책꼴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독자와 활용방법 등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한다.

세 번째 지면 구성에서는 목차를 구성하고 목차에 맞게 내용을 배치한다. 지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자료 성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집중력이 필요하다. 비슷한 내용끼리 묶고, 순서를 정하며, 순서에 따라 각 면에 들어가는 내용을 정한다.

네 번째 쉬운 글 작성 과정은 쉬운 정보 제작의 핵심 과정이다. 글을 쉽게 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독자의 문해력, 경험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쉽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본래 전하려던 의미가 잘 담겼는지 고심하면서 더 이해가 쉬워지도록 고쳐 쓰는 일을 반복한다.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는 어렵더라도 그대로 사용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다섯 번째 이미지 개발 단계에서는 문장을 보조할 삽화를 그리거나 삽입할 사진을 결정한다. 쉬운 정보에서의 이미지는 미적 기능 보다 정보 전달 기능을 고려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높은 접근성과 빠른 전달력을 가져야 한다. 전달해야 하는 정보에 따라 삽화가 적절한 경우도 있고, 사진이 적절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보가 전달하려는 내용에 맞게 활용하여야 한다.

여섯 번째 디자인 단계에서는 가독성을 최우선해야 한다. 쉬운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쉬운 정보의 주 독자층에게 적합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보기 좋은 것보다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하여 서체, 행간, 줄간, 정렬, 여백 등을 결정한다.

일곱 번째 편집 단계는 정보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다. 단어, 문장, 문맥부터 그림과 디자인 요소까지, 정보에 들어간 모든 요소를 꼼꼼하게 검토한다. 기본적인 교정교열을 통해 글의 정확성, 완성도를 높이고 동시에 쉬운 정보에 필요한 편집 체크리스트도 점검한다.

여덟 번째 감수는 단계에서는 독자인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를 검사 받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만들어진 정보가 실제 유용한지, 정말 쉬운지 확인한다. 직접 만나 소통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감수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더 쉽게 고친다. 한편,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법적 검토가 필요한 주제 등은 발달장애인 당사자 외에 관련 전문가에게 추가로 감수를 받는다.

마지막 인쇄․제작 단계에서는 일정, 비용, 서비스 등을 고려하여 인쇄 업체를 정한다. 업체나 제작 공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제작한 결과물을 활용할 시점이 정해져 있다면 시간 여유를 두고 알아보도록 한다.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

간단히 살펴본 9단계지만, 각 단계에서 제작자가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고, 단계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공정들도 많다. 또한 각 과정 과정마다 얼마큼의 공력을 들이느냐에 따라 쉬운 정보로서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독자에 대한 고민은 양질의 ‘쉬운 정보’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독자의 문해력과 경험,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려하며 고심하는 시간을 전 과정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야만 독자에게 정말로 유용한, 독자를 위한 ‘쉬운’정보가 된다.

다음 칼럼에서는 쉬운 정보가 갖추어야 할 6가지 특징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 이 칼럼의 일부 내용은 소소한소통에서 만든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의 내용을 활용하였습니다.

[발달장애인 독자를 위한 쉽게 쓴 칼럼 - easy read version]

* 쉽게 쓴 칼럼에는 위의 칼럼 내용을 쉽게 풀어서 쓴 내용 외에, 발달장애인 독자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소소한소통은 4년 동안 쉬운 정보를 만들었습니다. 쉬운 정보를 만든 경험을 사람들에 알려주려고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책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쉬운 정보’를 만드는 9가지 과정

쉬운 정보를 만드는 것은 ‘글을 쉽게 쓰면 되지’라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쉬운 정보를 만드는 과정을 9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과정에서 알아야 할 것을 간단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자료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쉬운 정보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료의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 자료에는 없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추가로 알려줘야 할 정보도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 책의 모양을 결정합니다. 책의 크기는 어떻게 할지, 두께는 얼마나 될지, 종이는 어떤 걸 사용할지 등을 결정하는 거죠. 쉬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책의 모양을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교육자료로 사용한다면 학교 다닐 때 사용한 교과서만 한 사이즈도 좋습니다.

세 번째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서 설명하고, 순서를 잘 정해야 보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습니다.

네 번째 글을 쉽게 씁니다. 쉬운 정보 작성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글을 쉽게 슬 때는 정보를 활용할 사람을 생각하면서 써야 합니다. 그 사람이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 하는 거죠. 어려운 표현 대신 쉬운 표현을 써야 하지만, 사람들이 자주 쓰는 어려운 표현이라면 그대로 사용하고 그 뜻을 쉽게 알려줍니다.

다섯 번째 글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거나 만듭니다. 여기서 이미지는 그림이나 사진을 말하는데요. 예쁘라고 넣는 게 아니라, 설명을 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이미지로 넣어야 합니다. 어떤 글에는 사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글에는 그림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여섯 번째 글과 그림을 잘 배치합니다. 눈에 잘 띄고 헷갈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글이 너무 빽빽하거나 폰트가 복잡하면 보는데 불편함을 줄 수 있어요. 내용이 잘 보이도록 디자인을 잘 해야 합니다.

일곱 번째 지금까지 만든 것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잘못된 건 없는지, 그림이나 디자인은 쉽게 잘 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합니다.

여덟 번째 발달장애인에게 검사를 받습니다. 이해가 잘 되는지, 더 쉽게 바꿀 것은 없는지 함께 회의하며 상의합니다. 회의는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좋고요. 발달장애인이 어렵다고 한 부분은 더 쉽게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료의 종류에 따라 추가적으로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쇄를 합니다. 인쇄 비용, 기간 등을 고려해서 어떤 인쇄소에 맡길지 결정합니다. 인쇄하는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

간단히 살펴봤지만, 과정 과정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얼마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정말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쉬운 정보를 활용할 발달장애인을 계속 떠올리며 발달장애인에게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쉬운 정보가 갖추어야 할 6가지 특징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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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연 칼럼니스트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의 대표.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위해 쉬운 정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되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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