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자폐성장애)은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 학교 친구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접촉자에 해당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음성이 나왔는데 A 군만이 확진자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검사인 PCR 검사 CT 수치가 애매하게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수치가 20이고, 정상은 40인데 A 군은 33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A군 부모는 확진자로 볼 수 없는 경계 수치인데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추이를 보면 안 되겠느냐고 하고, 보건소에서는 40은 아니니 그래도 생활치료센터로 가라고 하였다.

질병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폐성장애인에게 감당할 수 있는 조치인가가 걱정이다. 무증상으로 수치가 33이 나온 것은 아직 바이러스가 덜 퍼져서 그럴 수도 있고, 면역이 강하여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수치가 애매하니 치료센터에 격리수용하더라도 10일 동안 격리하지 말고, 며칠 후 다시 검사를 하여 음성으로 나오면 수용을 해제시켜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지만, 보건소는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하니 자폐성장애인은 병원으로 보내야지, 생활치료센터에서 받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려면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보건행정 직원들끼리 장애인이니 병원으로 보내자는 의견과 생활치료센터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달랐고,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 격리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걱정하는 부모 앞에서 병원으로 보내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는 표현은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무증상으로 병원에 갈 정도도 아닌데,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병원으로 간다는 것은 행정편의가 아닌가 싶었다. 병원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돌발 행동을 하면 어쩌냐고 묻자, 그땐 묶어 두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자폐성 장애인이 외부와 차단된 방 하나의 공간에서 10일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하였다. 일단 A군 부모는 아이에게는 여행을 간다고 설득하여 생활치료센터로 갔다. 외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별도로 운영한다고 하니 우리는 왜 장애인에 대한 코로나19 매뉴얼과 별도의 센터가 없는지 아쉬웠다.

A군의 가족들은 확진자인 A군의 접촉자이니 모두 격리 대상이다. A군은 보호자가 필요하니 어머니는 생활치료센터에 같이 가고, 아버지와 여동생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어차피 모두 격리를 한다면 나누지 않고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도록 할 수도 있지 않을까.

A군이 지하철에서 성추행자로 몰려 경찰이 우리가 장애인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장애인 증명서를 내라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은 이미 장애인인지도 다 사전 조사를 해 두고 있었다.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이해 부족과 인권을 인정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 것에 대해 경찰은 장애인인지 몰랐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문제로 1년이나 고생을 했던 악몽이 다시 코로나로 인해 되살아나고 있었다.

A군이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라고 할 수 없어 부암동 한옥을 개조하여 A군을 위한 공간을 직접 설계하여 이사할 7년 전만 해도 이제는 열심히 노력하고 사랑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단꿈을 꾸었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활동지원제도도 자폐성 장애인의 이해가 부족한 지원인의 서비스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서비스를 포기하였고, 복지관이나 장애인콜센터도 모두 형식만 갖추었지 실제적인 전문적 도움이 되지 못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생활치료센터는 입소할 때 입고 간 옷은 퇴소시에 모두 소각하므로 퇴소할 때 입을 옷과 스마트폰을 챙겨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다. 생활치료센터는 도시락을 문 앞에 두고 가고 직원은 만날 수 없으며,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는 자가 측정하여 앱으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생활치료센터는 이렇게 체크하여 이상이 없이 격리 기간이 지나면 퇴소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으로 가는 것 외에는 아무런 치료 조치는 없었다. 해열제 타이레놀과 기침약 코푸시럽을 입소시에 지급하고 증상이 있어 복용시 간호사실로 연락하라고 하였다.

A군이 며칠을 견디어 낼지 초조와 긴장, 그리고 걱정으로 부모들은 사색이 되었다. A군은 입소하여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여행을 왔는데 빨리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언제 돌발행동을 보일지 걱정은 너무나 무겁게 온몸을 덮었다.

이런 어려움을 온전히 가족만의 부담으로 두지 않고 사회와 국가가 같이 짐을 나누고 응원해 줄 수는 없을까, 나아진 복지제도가 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지 한숨만 나왔다.

필자는 사회나 정부가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것이 아니겠느냐, 장애에 대한 포괄적 배려가 형식적 구색만 갖춘 복지냐, 감수성을 가진 개별화된 욕구를 인정하는가가 선진복지의 기준이 아니겠느냐고 답해 주었다.

분명 코로나19의 대응은 재난 시의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다. 장애를 포용한 사회는 동이 트지 않고 밤중과 새벽만 반복하고 있다. 행정이 장애를 인식하는 것은 당사자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장애 가족의 외침은 음성이 아니라 음향으로 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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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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