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이상한 ‘동맹’이 있습니다. 하나는 ‘엘롯기 동맹’이고, 하나는 ‘흥행참패동맹’입니다. 각각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 셋이 ‘엘롯기 동맹’이고, SSG 랜더스-키움 히어로즈-NC 다이노스-kt 위즈(창단 순서 기준. 주: SSG 랜더스는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합니다.)를 묶어서 다시 ‘흥행참패동맹’이라 부른다 합니다. 전자는 인기도가 높은 3개 구단이고, 후자는 인기도가 낮은 4개 구단을 묶은, 인기도에 따라 묶은 표현입니다.

다만 실력은 후자가 좀 더 좋은 편입니다. 일례로, 2020시즌에는 ‘흥행참패동맹’ 4개 구단 중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9위를 차지하느라 참석하지 못한 포스트 시즌에 나머지 3개 구단이 참여했고, NC 다이노스가 우승했습니다. 그러나 ‘엘롯기 동맹’에서는 LG 트윈스만 포스트 시즌에 올라왔습니다.

그런 동맹이 야구에만 있기를 소망하지만, 이상하게 발달장애인 채용에는 이제는 공공연하게, 그렇지만 암묵적으로 형성된 동맹이 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은 공채로 안 뽑아 동맹’입니다.

사실 제가 이것을 공식적으로 거론해야 할 정도로, 발달장애인은 공채 들어가면 이제 참패를 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발달장애인 채용에 적극성을 보여야 하는 공공분야와 대기업의 발달장애인 채용은 ‘뉴스거리’입니다.

그리고 직무에서도 그러한 것이 보이는데, 바리스타 같은 분야는 가끔 뽑지만 정작 일반직 채용에서는 ‘절대로’ 뽑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일반직 채용에 도전하는 발달장애인은 향후 몇 년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전하는 발달장애인이 거의 없을뿐더러, 성공한 확률은 공무원 1명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발달장애인은 공채로 안 뽑아 동맹’은 근절되어야 하는 ‘동맹’입니다. 사실 제가 여기서 ‘장애인은 공채로 안 뽑아 동맹’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제가 도전했던 대기업이나 공공분야 채용 도전 모두 ‘장애인 제한 선발’로 응시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 유독 차별적이라고만 말할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 채용 최종 불합격을 알리는 온라인 통지서. ⓒ장지용

제 도전 역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2015년에는 롯데그룹, 2018년에는 산업인력공단, 2019년에는 인천교통공사, 2020년에는 서울시50+재단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모두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졌고, 2021년에는 없을 것으로 보여도 최근 산업은행 장애인 사무보조 채용에서 다시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졌습니다.

짜낼 눈물이 없어서 눈물을 흘릴 수 없다고 말해야 할 지경입니다. 오죽하면 집에선 ‘너는 필기시험은 붙는데 왜 면접시험만 가면 유독 떨어지는 것이냐?’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라서, 비극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기업들은 발달장애인이 일반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충격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나 봅니다. 물론 저를 직접 만나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일반직은 잘 하는데 생산직이나 바리스타, 미화 업무 이런 것을 오히려 못하는 ‘발달장애인치고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들이 ‘과잉행동’, ‘지시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등의 편견은 과도하게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원인은 그들에게 발달장애의 편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간과한 구석도 있습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발달장애인이라면, 대기업과 공공분야가 가진 그러한 생각은 그저 막연한 편견일 뿐임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려면 그 정도의 실력은 이미 갖췄다는 뜻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입니다. 차라리 대학 학점이 낮아서 발달장애인 채용에서 떨어졌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대학 학점은 3.21이라서, 조금 낮더라도 최저선이라 할 수 있는 평점 3점은 넘겼습니다.

대기업이나 공공분야에는 아마도 발달장애인 채용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든다는 편견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보조공학기기에 돈을 덜 쓰는 대신 지원 인력 등의 수요가 더 크다는 점이 있다는 것은 결국 발달장애인 채용도 같은 비용을 치르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유형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굳이 더 필요하다 해도 회사 내부적으로 도와주는 것에 가까워서 그런 걱정은 줄이셔도 좋은데 말입니다.

다음번 채용에서는 한번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도전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제한 채용 도전이 불가능하거나, 아니면 더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봐야 할 가능성도 상당히 있지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대기업과 공공분야는 뼈저리게 후회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채용에 적극성을 띠지 않은 대가가 결국 장애인 고용의무 규정을 결국 못 지키게 되는 현실로 다가올 것을 미리 경고합니다. 진짜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이러다 진짜 발달장애인을 공채로 뽑으면 그것이 뉴스거리가 될 것이 아닐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 뉴스에 제 이름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침공이 어디냐?'고 물었던 마이클 무어의 질문처럼 다음 도전 공공분야나 대기업은 어디냐고 저는 또 실패해도 공공분야 재도전 카드를 만지작댈 것 같습니다. 면접 특훈을 받아도 실패하고, 유력인사의 지원을 받아서 가도 실패하는 그러한 비극 속에서 저는 어떻게 생존해있는지 잘 모를 정도니까요.

‘발달장애인은 공채로 안 뽑아 동맹’은 이제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말합니다. 그러한 ‘치사한 동맹’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장애인 인구에서 발달장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가는 이 현실 속에서, 발달장애인을 대기업과 공공분야에서, 그것도 사무보조라도 뽑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 현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런 ‘치사한 동맹’ 따위는 ‘파기’되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을 일반직 공채로 뽑겠다!’라고 크게 선언할 대기업이나 공공분야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조건만 맞으면 저도 아마 지원할 것 같습니다. 바리스타, 미화, 생산직 이런 것 안 됩니다. 발달장애인을 사무보조로 채용한다면 넘어가겠지만 말입니다.

바리스타, 미화, 생산직에 발달장애인 채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부분은 점차 줄이고, 특히 대학을 졸업한 발달장애인에게 이러한 것을 가라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직종만 발달장애인을 뽑으면, 역설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늘어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 ‘발달장애인은 공채로 안 뽑아 동맹’을 공식적으로 ‘파기’할 대기업과 공공분야를 찾습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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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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