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그인 | 회원가입
Ablenews로고
서울다누림
칼럼니스트 발표
배너: 최첨단 스포츠의족 각종보조기전문제작 서울의지
뉴스로 가기동영상으로 가기포토로 가기지식짱으로 가기블로그로 가기사이트로 가기
[모집] 현재 에이블서포터즈 회원 명단입니다.
세상이야기
직업능력개발원 훈련생 수시모집
이지제주TV  유튜브
뉴스홈 > 오피니언 > 세상이야기 기사 인쇄기사 이메일 보내기기사목록 기사오류신고
이기사를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RSS 단축URLhttp://abnews.kr/1T6J

상처에 반창고를 잘 안 붙이는 독일인

독일인이 장애를 드러내는 모습에 대하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23 10:05:00
상처를, 나아가 장애를 드러내는 방식에도 문화적 차이가 있다. ⓒunsplash 에이블포토로 보기 상처를, 나아가 장애를 드러내는 방식에도 문화적 차이가 있다. ⓒunsplash
아들이 세 살 무렵 부엌 의자에서 놀다가 그만 바닥에 넘어졌다. 하필이면 전날 마신 맥주병을 모아둔 자리에 얼굴이 떨어지면서 유리병 입구에 얼굴이 부딪치고 말았다. 다행히도 눈이 아니라 눈 바로 아래 살이 2센치 정도 찢어져 피를 제법 흘렸다. 하필이면 그날은 일요일. 우리 가족은 부랴부랴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의사는 아이의 상처를 간단히 소독하고,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의료용 반창고를 붙인 뒤 “반창고가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이후엔 상처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관리하시면 됩니다”라고 할 뿐이었다.

“새 반창고 붙여줘야 하지 않나요? 연고 같은 거 안 발라줘도 되나요?”
“반창고도 연고도 필요 없어요”
“그래도… 흉터 생기지 않을까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내가 묻자 의사는 “어차피 수년간 흉터로 남을 거예요.”라고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베를린 최고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차분하게 지켜보던 남편도 독일에서는 원래 그렇게 한다고, 상처가 자연적으로 아물 때까지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하던 중, 직업이 소아과 의사인 엄마 한 명과 마주쳤다. 아이를 딱 보자마자 그녀가 말한다. “반창고가 저절로 떨어지고 난 후 최대한 공기 잘 통하게 관리하면 괜찮아요”. 그제서야 나는 이게 독일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되도록이면 반창고나 연고 없이 상처가 공기 중에 자연스레 아물도록, 오히려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권하는 편이다(물론 깊고 큰 상처인 경우는 다르다.) 흉터가 생겨도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독일에 오래 살다 보니, 상처와 흉터를 드러내는 독일인의 태도가 자신이나 가족의 장애를 드러내는 태도와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독일 장애인과 가족은 장애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불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장애나 가족의 장애를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안드레아스의 장애여부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그의 집을 처음 방문한 날, 현관에 놓인 의족을 발견하고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아~ 그거 내 다리야!"

오랜만에 놀이터에서 마주친 레나는 대화를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 내게 말한다. “우리 아이가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어. 이제 주변에 다 알리려고. 그래야 다들 우리 아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중도중복장애가 있는 딸을 둔 카트린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수시로 딸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며, 딸이 현재 어떤 휠체어와 (의사소통)보조기구를 사용하며 생활하는지, 어떤 테라피를 받고 있는지, 딸과 함께 일상에서 어떠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소소한 근황을 알려준다.

“안녕? 지금 뭐해? 잘 가!” 이 한 문장을 상대방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복하는 슈테판과 처음 만나 식사를 한 날, 중증지체장애가 있는 친구 헬렌이 즐겨 쓰는 말이 떠올랐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네 문제야!”(Das ist nicht mein Problem, das ist dein Problem!) 발달장애가 있는 슈테판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약간 당황한 건 나의 문제지, 슈테판의 문제가 아니었다. 슈테판 부모의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아주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식사를 이어 나갔다.

독일 장애인과 가족이 이토록 장애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모습이 처음에는 독일인 특유의 당당함과 떳떳함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 그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독일 장애인과 가족은 장애로 인해 당황하거나 불편해하는 주변 세계에 당당하게 표현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 문제예요!”

독일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들의 얼굴에 난 흉터를 처음 발견했을 때, “얼굴에 흉터가 났네. 무슨 사고 났어?”라고 물은 게 전부였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이의 흉터를 발견했을 때, “저런 저런, 얼굴에 왜 흉터 생겼어? 왜 아이한테 상처크림 안 발라줬어? 네가 관리만 잘 해줬으면 흉터가 크게 안 남았을 텐데!”라며 나에게 질책하며 거의 죄책감까지 안겨주었다. 이러한 모습 또한 한국인과 독일인의 차이, 즉 상처와 흉터, 나아가 장애를 대하는 한국인과 독일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아들의 흉터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다. 하지만 흉터가 있어도 괜찮다. 그 또한 아이의 일부이니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민세리 (nankleopatra@gmail.com)

칼럼니스트 민세리의 다른기사 보기 ▶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너: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구독료 1,000원도 큰 힘이 됩니다. 자발적 구독료 내기배너: 에이블서포터즈
이기사를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 RSS
화면을 상위로 이동 기사내용 인쇄기사 이메일 보내기기사목록 기사오류신고
최신기사목록
기사분류 기사제목 글쓴이 등록날짜
오피니언 > 세상이야기 아직은 '낡고 구린' 발달장애인 취업준비 콘텐츠 칼럼니스트 장지용 2021-12-02 11:59:42
오피니언 > 세상이야기 장애인 콜택시 자율운전 시대 열린다 칼럼니스트 서인환 2021-12-02 08:51:17
오피니언 > 세상이야기 장애인 힐링농업 도전기 칼럼니스트 서인환 2021-11-30 14:12:12

제20대 대선 장애계 어젠다 토론회 다시찾는 새로운 일상, 개인 안전은 더 꼼꼼히

[전체] 가장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더보기

인기검색어 순위




배너: 에이블뉴스 모바일웹 서비스 오픈


배너: 에이블뉴스 QR코드 서비스 오픈

[세상이야기]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 더보기


댓글이 더 재미있는 기사

댓글이 더 재미있는 기사 더보기

주간 베스트 기사댓글



새로 등록된 포스트

더보기

배너:장애인신문고
배너: 보도자료 섹션 오픈됐습니다.
화면을 상위로 이동
(주)에이블뉴스 / 사업자등록번호:106-86-46690 / 대표자:백종환,이석형 / 신문등록번호:서울아00032 / 등록일자:2005.8.30 / 제호:에이블뉴스(Ablenews)
발행,편집인:백종환 / 발행소: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7길 17 서울빌딩1층(우04380) / 발행일자:2002.12.1 / 청소년보호책임자:권중훈
고객센터 Tel:02-792-7785 Fax:02-792-7786 ablenews@ablenews.co.kr
Copyright by Ablenews. All rights reserved.
전동보장구휴대용충전기 무료대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장애인용품 노인용품 전문쇼핑몰, 에이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