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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안전하고 건강한 삶

세상의 모든 정보가 쉬워질 때까지-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04 09:34:38
안전하게 살 권리

2018년 여름, 태풍이 왔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그 이름 솔릭. 당시만 해도 안전 문자가 지금처럼 하루에 몇 번씩 오진 않았던 때라 ‘태풍을 조심하라’는 내용은 충분히 긴장감과 경각심을 갖게 했다. 갑작스런 안전 문자에 ‘퇴근 하고 집에 가서 신문지를 붙여야겠다.’라고 잠시 생각하고 다시 일을 하려던 찰나,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동료가 문자를 보며 짜증을 냈다. 문자 내용이 어려운 말 ‘투성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내용은 한자어 중심의 개조식 표현들로 가득했다. (문자 내용 : 태풍 내습시 하천, 해안가 등 위험지역 접근금지, 논밭 관리 행위 자제, 낙하물 주의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안전 문자 내용을 보다 쉽게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전 문자를 쉽게 제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이미지를 만들어서 바로 SNS에 올렸다. 관련 내용은 같은 해 한글날을 기념해 한 신문사의 지면에 비중 있게 게재되었다.

안전 문자 관련 신문 게재 사진. ⓒ소소한소통 에이블포토로 보기 안전 문자 관련 신문 게재 사진. ⓒ소소한소통
안전 문자는 원하는 사람이 선택적으로 받는 정보가 아니다. 생명,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긴급한 정보이므로 어린이부터 시골에 혼자 사는 어르신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위치 기반 서비스로 제공받는다.

그런데 ‘내습’처럼 생소한 표현을 포함한 안전 문자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보로서 온전히 기능하지 못한다. 정보에 빠르게 접근하거나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무엇보다 감염병 시대가 도래한 이후 안전은 매일, 매 순간 챙겨야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상의 1순위가 되었다. 일상의 모든 정보는 쉬워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 안에서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단연‘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는 정보다.

누군가에게는 불친절한 감염병 정보

코로나19가 불현듯 찾아왔던 작년 2월에는 매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기는 생전 처음 보는 어려운 용어와 개념들을 발달장애인에게 쉽게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익숙해진 비말감염,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의 용어는 모두에게 처음부터 쉽지 않았지만, 특히 발달장애인에게는 보다 ‘친절한’ 정보, 설명이 필요했다. 소소한소통은 늘 코로나19 뉴스에 민감하게 귀 기울였다가 필요하다 싶으면 곧바로 카드뉴스를 만들어 SNS에 올렸고 많은 개인과 기관에서 활용하게 됐다.

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되었던 때에는 대구에 사는 발달장애인 1만 여 명에게 코로나19 관련 쉬운 정보를 배포하고 싶다는 장애인지역공동체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도와 재능기부로 ‘쉽게 알아보는 코로나19’를 만들었다. 알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들이 가득한데 발달장애인에게는 제대로 알고 지키기에 어려운 내용이라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물론 한 장애인단체, 한 사회적기업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후 6월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만들면서 코로나19에 대해 쉽게 알려주는 자료(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안내서)를 소소한소통에 의뢰해 제작해 웹용과 인쇄물로 현장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개별 현장 곳곳까지 정보가 닿지 않아 일선 기관이나 학교에서 일일이 찾아야 하거나 직접 만드는 수고를 들이게도 한다. 정부 차원에서 전달되는 중요한 정보는 제작부터 배포까지의 과정에 정보를 활용할 사람을 중심에 둔 세심함, 친절함이 필요하다.

코로나19 관련 쉬운 정보 2종. ⓒ소소한소통 에이블포토로 보기 코로나19 관련 쉬운 정보 2종. ⓒ소소한소통
건강, 의료 서비스 정보 더 쉬워져야

삶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건강’일 것이다. 건강한 삶에 대한 전제 없이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 의료 서비스 정보가 쉬워져야 하는 이유다.

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쉬운 정보를 만들고 있는데, 그 중 건강과 관련된 정보가 자주 보인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몸이 보내는 건강의 적신호를 적절히 알아채기 어렵고 나아가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주도적으로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적장애인의 45.9%, 자폐성장애인의 49.6%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발달장애인의 정신과 약물 복용에 대한 고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약물 복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가이드도 요구된다.

What is cancer? ⓒCHANGE 에이블포토로 보기 What is cancer? ⓒCHANGE
실제 영국의 easy read 제작 전문 기관인 CAHNGE에서는 암이 무엇인지 쉬운 그림과 글을 통해 알려주는 자료를 만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질병이 되었고, 가족력 등의 영향으로 미리 알아두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예방도 가능한 병이다.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건강 정보가 꼭 필요한 이유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이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이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고,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에는 장애인주치의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 두 제도가 생겼지만 발달장애인이 공공의료 서비스에 더 가까워졌다는 변화의 사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도 안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의료진이 발달장애인을 바르게 이해하고, 환자로서 그들을 존중하며 치료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건강 정보, 서비스 제공이 함께 전제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 독자를 위한 쉽게 쓴 칼럼 - easy read version]
-쉽게 쓴 칼럼에는 위의 칼럼 내용을 쉽게 풀어서 쓴 내용 외에, 발달장애인인 독자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안전하고 건강한 삶
세상의 모든 정보가 쉬워질 때까지-①

안전하게 살 권리는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2018년 여름, 태풍이 왔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안전 문자가 지금처럼 하루에 몇 번씩 오지 않았던 때였는데요. ‘태풍을 조심하라’는 안전 문자는 태풍을 대비하여 주의를 기울이게 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안전 문자에 ‘퇴근 하고 집에 가서 신문지를 붙여야겠다.’라고 잠시 생각하고 다시 일을 하려고 했는데요.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동료가 문자를 보며 어려운 말이 많다고 짜증을 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문자에는 한자어로 된 어려운 표현이 정말 많았습니다. (문자 내용 : 태풍 내습시 하천, 해안가 등 위험지역 접근금지, 논밭 관리 행위 자제, 낙하물 주의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안전 문자 내용을 보다 쉽게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안전 문자를 쉽게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바로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관련 내용은 한글날을 기념해 한 신문에 실렸습니다.

안전 문자는 원하는 사람이 신청해서 받는 문자가 아닙니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정보라 어린이부터 시골에 혼자 사는 어르신까지 휴대폰을 가진 모두가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습’과 같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은 문자를 받는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는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대가 온 이후 안전은 항상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접하는 모든 정보가 쉬워져야 하지만, 그래도 가장 필요한 것을 이야기라고 한다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는데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감염병 정보,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찾아왔던 작년 2월에는 매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기는 어려운 용어들을 발달장애인에게 쉽게 알려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친숙한 표현인 비말감염,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의 용어는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며 어려운 표현을 쉽게 알려주는 홍보물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 홍보물을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사용해 주었습니다.

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 되었을 때, 대구의 한 기관과 함께 코로나를 쉽게 알려주는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안전하게 살려면 알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이 많았는데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쉽게 설명하는 글을 쓰고, 그림을 더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한 장애인단체나 사회적기업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 정부에서 모든 국민을 위해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다행히 그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쉽게 알려주는 정보(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안내서)를 만들었습니다.

건강, 의료 서비스 정보는 더 쉬워져야 합니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건강, 의료 서비스 정보는 더 쉬워져야 합니다.

외국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주제의 쉬운 정보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그 중 건강과 관련된 정보도 많이 있습니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몸이 아프거나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 평소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요. 정신과 약을 먹는 발달장애인도 많아 건강하고 안전하게 약을 먹는 방법도 알려줘야 합니다.

영국에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한 단체에서는 암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쉬운 정보를 만들었습니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흔한 질병이기도 하고, 암에 걸린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에 더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정보입니다.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 이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이 생겼습니다.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에는 장애인주치의 제도가 만들어졌고요. (장애인주치의 : 장애인의 건강 상태나 병에 대하여 책임지고 상담, 치료하는 의사) 새로운 기관, 제도가 생겼지만, 발달장애인이 의료 서비스를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죠. 아직, 변화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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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백정연 (whitejy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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