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청각장애인 시계들. ⓒ서인환

장애유형 중 가장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것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대구대학교 재활학과를 만들면서 장애인 고등교육을 위하여 장애인 당사자가 주로 수업하는 학과를 만들 것인가, 재활 전문 과정을 만들 것인가 논의가 있었다.

가장 재활이 어려운 것이 당시에는 중증장애인까지 미쳐 고려를 하지 못하던 시절이라 감각 장애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모아 학과를 만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칠판에 판서를 하면 시각장애인이 보지 못하고 강의를 말로 하면 청각장애인이 듣지 못하니 수화도 하고, 점자교재도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고, 학생들도 서로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어서 수업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이 제안은 채택되지 못하였다.

실재로 서울맹학교와 서울농아학교가 제생원(조선시대의 의료기관 이름과 동일)이라는 이름으로 한 학교였다. 시각장애인들은 주로 말로 소통하고 촉각으로 인지하는데 청각장애인들은 음성이나 촉각을 소통에 사용하지 않으므로 학생 간 소통은 매우 어려웠다.

심지어 점심시간이면 시각장애인 식판의 맛있는 반찬은 청각장애인이 몰래 가져다 먹고, 시각장애인은 빛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므로 밤에 식당의 냉장고를 털었다. 청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때리고 도망가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대신 한번 붙잡히면 꼼짝 없이 크게 당하였다고 한다. 청각장애인의 활동은 주로 낮에 이루어지고, 대신 시각장애인들은 밤이 활동무대였다.

그래서 장애인 중 서로 소통의 벽이 높은 것이 청각과 시각 장애라고 여겨왔다. 지체장애인은 이동에 어려움이 있고, 시각장애인은 보는 것이 어려우므로 서로 어려운 점을 보완하여 협력하면 장애를 느끼지 않을 수 있으나 시각과 청각 장애인은 서로 돕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정말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각장애인 남성과 청각장애인 여성이 결혼하여 서로 눈치로 소통하거나 몸짓과 표정으로 소통하면서도 잘 사는 경우도 있다. 두 장애 유형은 감각장애로서 서로 감각의 상실에 대한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동병상련의 공감이 가능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시계는 매우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의 시계는 음성이나 촉각으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 점자시계는 유리 뚜껑을 열어 바늘을 만져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 전통적 시계였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관계로 매우 귀한 물품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원뿔형의 음성 탁상시계가 만들어졌다. 장애인 인구라는 시장은 좁아서 음성 손목시계를 개발하는 것은 경제성이 약하다고 여겨 국산 음성시계는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음성시계는 한국어가 나옴에도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하여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었다.

이원 대표는 대학에서 시각장애인 친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촉각시계를 발명하였다. 자석이 시간에 따라 돌도록 구슬을 넣은 것인데 시는 상위, 분은 측면에 구슬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금방 외국에서 시와 분의 구슬이 모두 상판에 붙어 있는 것으로 모방하여 생산하자 저렴한 가격에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한 방송사에서 창업 아이디어 대회를 하여 시상하고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최우수상을 받은 점자시계는 바늘을 만지다가 잘못 건드려 움직여 버리면 시간이 틀려지고, 음성시계는 다른 사람에게 소음을 일으켜 수업 시간이나 회의 중에 방해를 줄 수 있고, 구슬형 촉각시계는 자석에서 이탈하면 구슬이 돌지 않아 시간을 알 수 없기도 한다. 정확한 시간을 위해 닷이라는 회사에서 점자시계를 개발하였다.

스마트폰 블루투스(페어링 앱을 이용)로 연결하면 표준시를 스마트폰에서 나타내듯 자동으로 맞추어 알려주고, 문자나 전화가 오면 진동으로 알려주어 스마트워치 기능으로 발전한 것이다. 측면 중앙에 있는 큰 버턴을 돌리면 배터리 잔여 시간을 알 수도 있고, 타이머 기능 등 선택도 할 수 있다. 큰 버턴 위쪽 선택 버턴을 누르면 초시계도 나오고, 날짜도 점자로 알 수 있다. 점자는 네 칸으로 구성되어 00시, 00분을 알려준다.

청각 장애인은 시력에 문제가 없으므로 일반 시계를 사용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잠을 자면서 시간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경우(알람 등) 문제가 된다. 그래서 몸에 지녀서 진동으로 느끼는 시계가 나왔다.

그리고 휴대하면서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진동으로 알 수 있도록 진동 손목시계도 나왔다. 그리고 또 초인종 음성 등을 감지하여 알려주는 추가 기능이 들어간 시계도 개발되었다.

어떤 사람은 시각과 청각 장애인용 시계는 모두 시간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고, 단지 정보를 촉각으로 주느냐, 음성으로 주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촉각으로 주는 것은 시각과 청각 장애인 모두에게 해당되므로 시청각 장애인 시계로 만드는 것을 착안한다. 시각과 청각 장애인은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시계에 있어서는 같이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도 온라인 쇼핑몰 중에 장애인 용품으로 널리 판매되는 것은 장애인용 시계이다. 매우 다양한 제품이 장애인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어떤 제품은 연간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외국에서 수입하여 판매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러한 시계 기능을 장애인에게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다. 스마트폰은 진동 기능도 있고, 음성출력도 가능하므로 앱을 이용하여 장애인이 사용 가능한 시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점자로 표시는 어려울 것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각종 소리의 감지기도 스마트폰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건강 체크 등 스마트워치가 장애인용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이제 시계는 계속 발전하면서 제품 간 서로 전쟁을 하고 있다. 제품의 수명이 얼마나 갈 것인가, 얼마나 장애인의 기호에 맞게 만족한 정보를 주고, 편리성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가격이나 구입의 접근성은 편한가가 관건이지만 너무 외국의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여 사후관리도 어렵고, 고장이 나는 등 구입에 대한 후회를 하기도 한다.

장애인 시계가 온라인 쇼핑몰 어디서나 취급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구매력만 있다면 다른 보조기기도 온라인 판매로 일반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계 전쟁에서 특정 제품이 죽더라도 장애인은 반드시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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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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