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주택공사의 홈페이지 화면. ⓒ조현대

2007년 3월 나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해 4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 그때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사 지원은 필요치 않아서 컴퓨터를 배운다거나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주는 서비스 및 이동 지원을 주로 받았다. 하지만 서비스 시간이 한 달에 20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에 2009년 장애인 영화제가 종로에서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활동지원사와 함께 방문했다. 시각장애인은 그렇게 많진 않았고 주로 지체 장애인들이 참석했다. 그곳에서 나는 깜짝 놀랐다. 활동지원 업무를 하는 대부분이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든 일을 젊은 대학생들이 하고 있다니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 후 시간이 꽤 흘렀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신변 처리, 가사 지원, 체위 변경 등을 서비스해야 하고,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대독, 대필이나 SH와 LH를 통한 주택 청약 및 임대 아파트 청약과 같은 인터넷 활용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분들의 연령이 7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60대, 그리고 50대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동작구와 구로구에 있는 센터를 통해 들었다.

LH와 SH의 청약은 연령대가 높은 활동지원사에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못해서 활동지원사의 딸이나 아들에게 부탁하는 일이 생기고, 그런 경우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되기 마련이다. 또한 나처럼 글을 쓴다던가 인터넷으로 주민등록 등초본 그리고 그 외의 서류를 발급해야 할 때는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활동지원사의 연령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계속해서 활동지원사의 연령이 60대, 70대가 주를 이룬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SH주택공사의 청약 화면. ⓒ조현대

경기도에 있는 내 지인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70대 활동지원사가 자신의 집에 방문해서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며 힘들어서 이런 저런 가사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푸념하는 앞에서 스무 살이나 적은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에게 일을 시키기가 참으로 난감했다고 한다.

또한 이용자가 자신의 아들, 딸에게 훈계를 할 때 활동지원사가 "왜 아드님, 따님을 야단쳐요. 그러면 안돼요."하고 되려 이용자에게 호통을 치는 일이 있어 마음이 불편해 서비스를 받지 않는다. 경기도 지역이기 때문에 40시간이 추가 지원되어 시간은 충분하지만 적절한 인력이 없으니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활동지원 제도는 장애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도이다. 그렇지만 활동지원사의 평균 연령이 지금처럼 높은 상태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70대가 되면 몸도 노화되고 정신력도 젊을 때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른 직업군에서는 정년이 존재해 60세에서 65세가 되면 업무가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활동지원사에 관한 규정에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럼에도 활동지원사의 연령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활동지원 중계기관은 60대, 70대가 대다수인 활동지원사 평균 연령의 문제를 왜 공론화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 활동지원 중계기관의 업무가 교육받고 오는 사람들을 이용자와 매칭하는 일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노력을 통해 젊은 인력들도 활동지원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장애인을 잘 모르는 20대, 30대의 젊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도 다양한 연령대에서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활동지원 업무에 종사하는 기관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며 해결점을 찾아내야하고, 장애인 활동지원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반드시 연령 제한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21대 장애인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를 입법화하고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조금 더 다양해져서 당사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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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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