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음악교육을 하는 지인들에게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한다고 말하면, 모두 하나같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정말 대단 하세요", "엄청 힘 드시겠네요"

"저는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힘들고 고된 일종의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한다.

 

"아니요, 힘든 적도 있는데 아이들과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저도 너무 보람차요."

 

내가 이렇게 대답하면  갑자기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해석되어버린다.

 

"아휴~ 그래도 전 선생님처럼 못 할 것 같아요.  살신성인이시네요. 선생님 너무 좋으신 분이에요."

 

초보 교육가 일 때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또한 교육가의 정체성과 마인드 사이에서 '나는 어떤사람인가?' 자아성찰을 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나 자신을 평가해 보면  난 그냥 장애 아동들이 좋다.  내가 장애가 있어서 마음이 갔던 것도 아니고,  장애아이들을 구원하고자 뛰어든 것도 아니다. 

피아노 교육을 할때 교사와 맞는 대상이 있다. 성인레슨이 맞아서 성인만 레슨 하는 교사들이 있는 것처럼, 난 장애아동과 잘 맞다.

개구진 표정과 눈빛으로 나를 골탕 먹이려는 아이들의 얄미운 모습까지도 난 그냥 좋다.

 

웃긴 건 난 좋은 사람이 아닌데, 내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서 장애아동을 가르친다고 착각하는 선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난 그렇게 착하지도 좋은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12년째 살고 있는 내 와이프도 그 점을 인정했다.

 

맡기지 않은 책임감 뿜 뿜

사람들은 누군가가 장애가 있으면 수직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도와주고 받아주며 챙겨줘야만 한다는 그 누구도 부여하지 않은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지려한다.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왜 스스로 짐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장애인들은 모든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하고 안 되는 건 그들만의 방법과 방식으로 해나간다. 비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방식대로 하지 않다고 해서 괜찮지 않거나 잘못 된 건 아닌데 비장애인들은 그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들을 책임 지려한다.

 

그들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장애정도와 유형에 따라 악기를 개량해야 할 때도 있고 특성에 따라 악기를 나눠준다.  일어서기가 불편한 아동은 앉아서연주하도록 했고 소 근육 만 사용할 수 있는 아동은 소 근육으로 연주할 수 있는 '에그 셰이크'나 '터치 벨'을 연주하도록 했다. 

노래 음정을 따라할 수 없을 때는 음악에 따라 신체를 흔들거나, 특정한 모음으로 웅얼거리는 것이 노래 부르기에 참여하는 그들만의 표현이다. 물론 좀 더 준비하고 빠른 판단력을 나타내야 할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더 힘들거나 고되지 않다. 이렇게 자신의 장애에 따라 그들이 표현하고 사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악수업은 진행된다.

 

초점의 변화가 이루어지길 

 

아직도 우리사회는 누군가가 다른 모습과 다른 방법,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괜찮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장애인에게 평범한 일상이 비장애인에게는 특별하고 신기한 일이 되고, 장애인이 살아가는 방법이 비장애인에게는 불행함으로 비춰진다.

정작 장애인 당사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살아가는 모습과 방법이 다를 뿐 그들의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결국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마다의 방식과 방법이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 

 

장애음악교육가로서의 목표

 

아직 한국에서는' 장애음악교육가'라는 정확한 명칭이 없다. 수식어가 정착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음악치료사', '음악교육가'처럼 '장애음악교육가'라는 직업수식어가 일반화되고 통용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장애가 괜찮지 않은 것, 장애인을 가르치는 건 힘들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한다.

또한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들도 이루어져야한다. 아직은  장애음악교육이 그 출발선상에 있지만 교육의 밑변을 다지며 넓히고 싶다. '장애음악교육가'라는 수식어가 정착될 시기가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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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유 칼럼니스트 한국 최초 클리펠 파일 증후군 (Klippel-Feil syndrome) 피아니스트로 다년간 장애아동 및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해왔다. 음악치유에 관심을 두어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겸임교수로 음악치유 강의를 진행 중이며, 한국인문예술치유연구소 대표이기도 하다. 음악의 거창함과 화려함, 치료적 접근 보다는 마음의 쉼과 힐링을 주는 역할로서 장애아동과 청년들이 어떻게 음악을 사유하고 즐길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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