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4일, 나는 평소대로 SBS 8시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틀었다. 그런데 뉴스의 한 꼭지가 내 귀를 의심케 했고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떻게 삼만 달러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방배동에 사는 30대 노숙인 A씨는 거리를 전전하는 도중에 노숙인 발굴 사업을 하는 개인 사회복지사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A씨로부터 사회복지사가 전해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6개월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회복지사는 A씨와 함께 집으로 향했고 집에는 이미 여러 달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이는 시신이 방치되어 있었다. A씨는 장애인이지만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도 이후 서초구청에서는 A씨가 긴급복지 생계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더하여 서초구청장 역시 도움이 될 방법을 찾을 것이며 송구스럽다는 말을 SNS를 통해 전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마지막 안전판이다. 이런 땜질식 보여주기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21대 국회에는 장애인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한 명, 국민의 힘에 두 명이 있다. 그렇지만 방배동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해 국회에 입성한 사람이라면 본인은 가지 못하더라도 보좌관 한 명은 보내려 노력하며, 앞서 말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양의무제로 가장 어렵고 도움을 받아야 할 장애인이 목숨을 잃은 일은 매 정권마다 있었다. 대표적으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60대 여성과 딸 두 명이 생활고로 인해 자살한 사건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60대 여성이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부양의무제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2019년 강서구에서도 부양의무자인 아들이 어머니와 장애를 가진 형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와 비슷한 사건들은 잊을만하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에 주거급여를 폐지했고 2022년에는 생계 급여를 폐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료급여에 대한 폐지는 아무 계획이 없다.

생계가 어려운 장애인들은 병원을 자주 찾는다. 그럼에도 의료급여가 부양의무제에 막혀 여전히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일시적인 대안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부양의무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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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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