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삼성사옥에 조기형태 위치로 계양되어 나부끼는 삼성 깃발(왼쪽), 중앙에 있는 서초동 삼성사옥. ⓒ이원무

지난주 일요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33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부터 삼성그룹 회장을 지내왔다.

27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자식, 마누라 빼고 모든 걸 바꾸자’라고 말하며, 신경영을 옹호했다. ‘2등은 기억하지 않고 1등만 기억한다’고 말하며 초일류 기업으로의 방향을 제시, 삼성이라는 기업을 이끌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전 세계 1위 품목을 20여 가지 출시하는 등 글로벌 삼성으로 가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삼성그룹의 총매출이 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했고, 반도체가 대한민국 경제의 한 주축을 담당하게 한 것도 이건희 회장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 이런 것들은 재계에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일일 것이다.

이렇게 삼성은 이건희 시대 때 초일류 기업의 방향으로만 앞만 보고 달렸지만, 그만큼 그늘도 상당했다. 삼성에 노조가 있는 경영을 위해 싸우다 희생당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직업병 피해자와 시민사회 등에 대해 삼성은 불법으로 사찰행위를 공공연히 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해결하라는 시민사회와 노동자의 요구에, 이들은 아직도 답이 없다.

직업병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 예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의 질병을 얻어 죽음에 이른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여럿 있었던 게 뉴스를 통해 전파를 탔다.

이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인 삼성은 이들의 죽음을 회피하려 했지만,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로 최근에서야 최소한의 사과를 이끌어냈을 정도였단다.

이렇게 삼성과 같은 대기업과 관련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은 이윤 앞에 말살당하고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스코와 삼성, LG등 대기업 사업장 11곳이 하청업체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 비중이 높은 걸로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닐 테다.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한 국회의원의 조사결과를 통해 5년 연속 장애인고용부담금 최다 납부기업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은 다름 아닌 삼성그룹 계열인 삼성전자였다. 지난 5년 동안, 총 고용부담금이 429억으로 매년 80억 원 이상의 고용부담금을 냈다. 삼성만이 아니라, LG, SK등 대기업들도 고용부담금으로 때우려는 경향은 약간의 정도 차이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저조하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장애인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설령 장애인이 대기업에 들어가도, 근속년수는 1~2년을 채 못 넘기는 게 다반사다.

이는 장애인 고용 시 안전문제, 편의시설 설치비용, 각 장애 유형별 정당한 편의 비용이 발생하는 등의 고용비용이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장애 인식이 부족한 것 등이 있다. 또한,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 심지어 이보다 적은 비정규직 평균임금보다 작아서인 것도 있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30대 재벌기업(삼성, LG, 현대 등 포함)의 장애인 의무고용 준수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 장면. ⓒ에이블뉴스 DB

특히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은 대기업에 가는 것조차도 꿈꿀 수 없다.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편견으로 정신적 장애인의 일할 기회마저 주지 않는 등 노동권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장애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하면, 이들은 대기업에서도 멋지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자인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이 해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장애인 고용은 이들의 고용이 가장 큰 화두로 등장할 건 분명하다. 부진한 장애인 고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고용은 절실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삼성 등의 대기업은 편견과 눈앞의 이윤에만 매몰되며 장애인을 거의 배제하다시피 한다. 이는 국가의 복지비용 증가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도 해 사회에도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 물론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의 복지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말이다.

지금 현실과는 반대로, 정신적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고용이 삼성 등 대기업에서 활발해진다고 해보자. 그러면 대기업은 장애를 겪는 직원들을 통해서도 장애인들이 제품에 대해 어떤 욕구가 있는지,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될 거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 등 모두가 진짜 좋아하는 다양성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매출의 증가 등 기업의 이윤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대기업들이 사내 유보금 쌓지 말고 제발 이 돈을 장애인 고용에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적어도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보다는 높게 책정되어, 대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게 유도하는 등의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장애인 권리와 차별금지 내용을 통한 정기적 장애인식 제고와 장애 유형별 정당한 편의의 제공을 통해, 대기업에 다니는 장애인의 근속 년 수를 늘리게 하는 등 고용의 질을 높이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한, 기업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는 기업 범죄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랬으니, 노동자들의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가 대기업에서 생기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실효적 강화 등 국가 차원에서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그래서 대기업이 눈앞의 이윤보다도 노동자 인권 증진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경영하며 다시 거듭나는 게 현실로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삼성의 경우도 이건희 회장 시대 이후 노동자 인권 증진 방향으로 가는 게 맞고, 그래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장애인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이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을 테고, 그래야 대기업 입장에서 그렇게도 원하는 매출과 부를 오히려 장기적으로 안겨다 주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회적 소임을 다하는 대기업이어야 진정으로 존경받지 않겠는가?

그것이야말로 대기업이 21세기에 다양성과 공감의 시대에 걸맞게 발맞춰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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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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