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잔소리'에 대한 뉴스 보도. ⓒJTBC 뉴스 갈무리

코로나19 와중에도 어쨌든 추석은 찾아왔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와중이라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예외입니다. 여행 계획은 아예 없을뿐더러, 가족 모임은 친척들이 ‘밀집대형’으로 모여있다는 이유로 다 모이게 되었습니다. 다만 가족 모임은 추석 당일, 오후 몇 시간으로 제한되는 차이점이 있지만요. ‘밀집대형’으로 모여있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친척들이 근거리에 모여서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두려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잔소리’입니다. 예상외지만, 잔소리를 듣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잔소리를 하고 싶으시면 돈을 내시기 바랍니다.”라는 유머가 심지어 TV 뉴스에서도 소개될 정도였으니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2014년 이후로 잔소리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애인은 있느냐, 연봉은 얼마냐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 동년배 청년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제 집안에서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긍지를 느껴서인지, 이제는 그러한 질문들이 쏙 들어갔습니다. 특히 2019년의 학자금 대출 전액 상환 성공 이후에는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촌에게 역으로 제가 잔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하는 잔소리가 “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즉 전교조에 가입할 거냐?”가 대표적입니다. 그 사촌이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장애 청년들은 이중 잔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장애에 부정적으로 인식한 사람들이나 의학적 모델에 치우쳐진 말인 “너 언제 낫니?” “이런 거 하면 장애 치료할 수 있다는데….” 같은 말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이제 실례가 되는 말로 전락한 시설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말을 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청년은 장애를 떠나서 청년이기에 꼭 듣는 잔소리도 몇몇 있습니다. 진학, 연애, 취업, 결혼 등을 듣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잔소리와 조언의 경계선은 제가 느끼기에는 간단합니다.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냐 안 해주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면 조언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없으면 이것은 잔소리입니다.

특히 저는 발달장애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듣는 말도 있지만, 저도 연애/결혼 관련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특히 제 가족 중 일부는 결혼까지 했기 때문에, 비혼을 선언한 사람을 빼면 사실상 다음 결혼 상위 순번이 이미 저입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기에는 안정적 직장과 마음에 드는 결혼 상대방을 구하지 못해서 지지부진한 편이라, 잔소리가 터져 나올 것을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발달장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다는 것이 유일한 다행입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한정적으로 나오는 잔소리도 들려올 것입니다. 결론은 사회생활 할 수 있겠냐는 그런 말로 흐를 전망입니다. 최근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그런 의문도 제기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겹다는 그런 ‘명절 잔소리’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간 존재는 아마 발달장애 청년들일 것입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은 명절에서도 이러다가 열외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청년 자녀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고, 발달장애 청년 당사자들은 명절 모임에 초청받지 못하거나 겉도는 신세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거꾸로 말해서, 발달장애 청년들은 가족들의 특별한 노력이 있지 않은 이상 존재를 부인당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집단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명절 잔소리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명절이라도 안부를 물어볼 것도 없다는 역설적인 ‘희망의 상실’을 의미할까봐 그것이 걱정스럽습니다.

발달장애 청년들도 언젠가는 명절 잔소리 고통을 겪어볼 정도로 사회적 입지를 단단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판 명절 잔소리를 언젠가 정리하는 글이 나오기를 소망합니다.

언젠가 발달장애 청년들도 명절 잔소리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명절에도 잔소리를 듣는 것이 역설적으로 발달장애 청년들에게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러한 역설적 상징이 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발달장애 청년들이 명절 잔소리를 들었으면 합니다. 명절 잔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그만한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말이며, 최소한의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발달장애 청년들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잔소리를 적당히 하는 것은 친척들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눈치’입니다.

저는 올해 추석에 아마 자서전 관련해서 잔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거꾸로 말해서, 역설적으로 자서전 선전을 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자서전 관련 잔소리를 적당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연애, 결혼 이런 잔소리는 적당히 듣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직장 관련 잔소리는 누가 ‘월 실수령액 200만 원 이상, 사무직’ 일자리를 알아봐 주시면 듣겠습니다. 연애와 결혼은 제가 눈독 들일만 한 상대방을 알아봐 주고 그렇다면 듣겠습니다. 그러한 잔소리가 아니면 사양합니다.

역설적으로 ‘발달장애 청년도 역설적으로 명절 잔소리를 듣고 싶은’ 그런 추석입니다. 관심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을 거꾸로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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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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