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빼앗아갔습니다. 일하는 것도 빼앗아가고, 삶을 빼앗아가고, 먹을 것을 빼앗아가고, 친교를 빼앗아가고, 결국 모든 것을 빼앗아갔습니다.

간신히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만, 저는 상당수 삶을 빼앗겼습니다. ‘업무 후 라이프’라고 부를 수 있는 회사 끝나고 할 일들이 사라졌습니다.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서울시 방침은 “퇴근하였다면 곧바로 집에 가세요”였으니 말입니다.

사무실이 사무실이었던지라, 제게 급하게 공부해야 할 과제는 영어였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어학원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토익시험을 공략하는 곳이라, 제게 급한 ‘영어의 기초를 다지는 것’에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토익 500점도 못 나올 것 같아서 그것이 큰 걱정이고, 그 근원은 영어 실력이 근본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 홈페이지 초기화면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습니다. 결국, 우수한 교육 품질로 교육하면서 토익 그런 것에 신경 안 쓰는 어학원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토익이 급한 것이 아니라 영어를 기초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니까요.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 수업을 듣기로 맘먹고 접촉을 시도해보려고 했습니다만, 그쪽도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과감히 비용을 지출할 각오를 하기로 했습니다. 먹고 노는 일에 돈을 쓰느니, 의미 있는 일에 돈을 써보자는 각오로 결석 걱정 없이 자율적으로 조절하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육반도 찾았습니다. 교육 체계도 필요한 수준만큼 제공해준다 합니다. 물론 그쪽에서 요구할 ‘레벨 테스트’라고 부르는 진단평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영어는 배워야 사는 것이니까요.

유일한 걱정은 이 수강료가 1개월에 40만 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투자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워서 인생 역전을 시도하고, 이제 좋은 직장으로 갈 수 있다면 이 비용은 훗날 두둑한 연봉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과감한 시도를 해볼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기초적 소양인 영어를 배워서, 몇 년 안에는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여차여차하면 이직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영어는 제가 걱정하는 문제라고 한다면, 운동은 집에서 걱정하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집에서 하도 운동 타령을 하는 것이 이제는 지겹고, 결국 운동해주면 결국 그 소리를 잦아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살이 어느 정도 쪘기 때문에 그 걱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서울에서만 수강 가능한 영어와 달리, 집이 있는 인천에도, 그것도 가까운 시내에 24시간 운동센터가 있어서 좋긴 좋습니다. 비용을 치른다고 해도 집에서 건드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역시나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실내 운동시설도 폐쇄되는 등의 걱정이 들면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는 운동 좀 하라고 하는데, 문제는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이것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요일 일정에도 공백이 생겼습니다. 제가 짜놓은 ‘업무 후 라이프’ 시간표에서 수요일은 교회 저녁 감사성찬례(필자 주: 성공회의 예배/미사) 참석을 기본으로 할 생각을 해놓고 있었습니다. 주중 1일은 영적인 일에 투자해본다는 생각으로 그런 구상을 해놨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시기 잠시 특별 조건이 부과된 상황에서 열린 감사성찬례 기간에도 수요일 감사성찬례는 아예 없는 일로 결정된 상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즉, 업무 중 지친 몸을 ‘하느님 품에서 쉼을 누리는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라는 별명이 붙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와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나, 그렇다고 무엇을 해보려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아쉬울 뿐입니다.

지적인 것, 신체적인 것, 영적인 것 모두를 충전하고 싶은 업무 후 시간표는 그렇게 짜였지만, 돈도 돈 걱정이지만 일단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진정되어서 적어도 실내 체육시설 개방과 학원 대면 수업이 가능할 수 있을 런지입니다.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내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것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업무 후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들이 다 사라졌기에, 누군가의 말대로 ‘코로나 블루’가 이럴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제 자기계발 시간을 다 빼앗아갔습니다. 장애인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계발을 하고 평생교육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그러한 기회를 날려버린 코로나19가 원망스러울 지경입니다. 영어도 공부하고 운동도 좀 하고, 주중 종교의식에도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돌아왔으면 합니다. 그렇게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