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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만든 편의시설, "동정은 싫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불편신고 단일화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08 13:47:27
조지프 P 샤피로 작가에 의해 1994년 발간된 미국 장애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동정은 싫다(No Pity)>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1990년대 미국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과 편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필자가 10년 전 장애계에 입문할 때 가장 감동적이고 충격적으로 읽은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래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얼마 전에 겪은 불편한 장애인 편의시설 때문이다.

사회활동이 활발해 질수록 편의시설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장애인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손잡이가 거꾸로 설치가 되어 있거나, 영등포 어느 쇼핑몰에 있는 장애인화장실의 상하 이동형 손잡이가 길이도 상식이 넘게 길거니와 위로 재꼈을 때 고정이 안 되고 자꾸 내려와서 몇 번이나 변기로 옮기기를 시도하다가 지쳐서 결국 그냥 나온 적이 있다.

어떤 장애인화장실에서는 벽에 고정 설치된 손잡이를 잡고 변기로 몸을 옮기다가 손잡이가 빠져서 바닥에 떨어질 뻔한 아찔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 손잡이를 눌러보거나 흔들어 보는 등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화장실 안에 청소용품이 쌓여있는 곳도 많고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 주차하기 어려운 무늬만 장애인주차장인 곳도 있다. 숙박시설에 허울 좋은 장애인객실(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 등)도 그렇고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관광지도 마찬가지이다.

궁평항 주차장 여성장애인화장실 내부. 대변기 옆에 T자 손잡이만 설치됐을 뿐 L자 손잡이가 없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 궁평항 주차장 여성장애인화장실 내부. 대변기 옆에 T자 손잡이만 설치됐을 뿐 L자 손잡이가 없다. ⓒ박종태
한 주민센터에 있는 경사로는 혼자서 오르내릴 수 없는 각도라 매번 벨을 눌러 도움을 청해야 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모양만 경사로인 곳이 지천이고 규격에 맞지 않는 점자블록 설치도 많고 위험한 횡경사도 수도 없이 많이 접한다.

열거를 하려면 끝이 없다. 이것을 볼 때마다 또는 직접 곤란함을 겪을 때마다 불편함보다는 동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한 반응일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이란 보행이 불편한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특정시설이나 장소로 이동·접근·이용 시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인증이 있어야 되는 법적인 구속력도 가지고 있다.

2015년 7월 29일부터는 국가 및 지자체 공공시설 신축 시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도로, 공원, 여객시설, 건축물, 교통수단도 인증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BF인증으로 인하여 건물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급적용이 안되어 법 이전의 시설물은 이행 의무가 없고, 시설 규모가 작은 경우에도 이행 의무가 없어 손바닥에 모래 빠져 나가듯 우리의 생활반경과는 다른 체감도가 있는 것은 아쉬움이다.

통일된 규정이 없이 시설마다 각기 다른 법률로 정합성이 없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법의 정비와 필요에 따라서는 강제화가 필요하다.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생각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튼 잘못 설치된 시설물은 당사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적지 않다. 에이블뉴스의 박종태 기자가 규격에 맞지 않고 장애 유형에 맞지 않는 시설물들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접근권은 우리 장애인에게는 당연한 권리이다. 그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는 분개를 해야 하고 시정을 요청해야 한다.

박기자의 기사 댓글에 “있는 게 어디.. 그지 같지만 있긴 하네요, 없는 데가 수두룩한데”라는 댓글은 그래서 불편하다. 그나마 있는 것이라도 고맙다라는 생각은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이제는 양적인 BF와 함께 질적인 BF에도 집중을 해야 할 때이다. 잘못된 시설물들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시정조치가 될 때까지 꾸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동정을 받는 장애인이 될 뿐이다.

편의시설에 대한 모니터링, 신고와 개선 그리고 잘된 곳은 독려하는 단일의 신고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생활불편신고앱에 편의시설 불편신고 항목의 추가되어야 한다.

BF인증기관은 물론 장애인 단체가 운영하는 편의증진센터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한다. 전국에 퍼져있는 활동가들과 당사자들의 관심만이 동정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기반을 만든다.

나는 동정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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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찬우 (elvis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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