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 때문일까?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코로나가 정말 질기고 센 놈이다. 보통은 날씨가 더워지거나 추어지면 시들해졌는데, 코로나는 날씨와 계절과 무관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유행하면서 먼저 발원지가 되었던 곳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다른 곳으로 번져간 곳이 코로나가 창궐하다가 그곳이 어느 정도 진정될 만하면 다시 처음 발원지로 이동하여 창궐하니 사람들의 두려움과 피로감은 너무나 과중하다.

이 질병에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소독과 마스크 착용이다. 마스크는 KF94 등 시리즈가 있고, 덴탈 마스크가 있으며, 쿨 마스크와 연예인 마스크가 있다. KF는 중국에서는 KN, 미국에서는 N으로 표기되는데 미세먼지와 비말의 통과를 어느 정도 차단해 주는가에 따라 94, 80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비말을 차단한다고 하여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차단은 미세먼지와 황사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비말을 막아주면 마스크로서의 기능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덴탈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덴탈이란 말은 어려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원래 덴탈은 의료용 마스크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사실은 KF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50에서 80 정도의 차단을 의미한다. 미국 FDA 기준은 80이다.

덴탈은 가볍고 호흡에 부담감을 덜 주면서 어느 정도의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의미 외에 KF와 같이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을 모두 포함하여 덴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제조사나 판매자가 그렇게 부르면서 영업을 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KF 마스크는 부직포 외피와 내피,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지지대, 그리고 MB필터, 코핀과 귀걸이(원형 끈으로 보통 3미리미터)로 구성되어 있다. MB 필터는 멜트블로운 필터의 약칭으로, 열가소성 고분자를 용융하여 노즐을 통해 압출 방사하여 냉각시켜 만든 부직포로서 이러한 필터만이 KF나 의료용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MB 필터 외에 나노필터, 해파필터, 한지필터 등도 사용되는데 KF나 의료용 마스크가 식약청 허가를 받은 의약 외품인데 반해 다른 필터를 사용하거나 필터가 없는 것은 면 마스크처럼 공산품으로 판매된다.

연예인 마스크는 여러 가지 섬유소재를 귀걸이를 포함하여 일체형으로 찍어내어 가운데를 미싱 처리하여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스폰지처럼 빈약한 소재가 있는가 하면, 항균 기능을 가진 특수재질을 이용하여 제조하여 판매를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공적 마스크라고 하여 의약외품 중 KF94, KF80 마스크를 생산량의 80%를 강제 매입하여 국민들에게 보급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상인들끼리 얼마나 많은 양의 마스크를 보유하는가가 큰돈을 벌 수 있는가가 결정되는 세상이 되자, 현금을 들고 마스크를 찾아 나섰고, 필터를 판매하거나 제조하는 회사들 중 일부는 필터 없이는 마스크를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필터를 마스크 제조사에 공급하면서 마스크 생산자에게 마스크 완성품을 모두 자신들이 가져가 판매하는 조건을 요구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또 한국이 코로나 방역에 모범적 국가로 인식되면서 외국에서는 한국산 마스크를 찾게 되고, 중국에 공장을 둔 마스크 회사들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산을 만들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스크 생산 회사가 122개 정도에서 한 달에 수십 개가 새로 생겨나고, 마스크 생산 설비(기계) 한두 대로 사업을 하던 공장이 갑자가 땅 투기로 벼락부자가 되듯이 호황을 맞자, 마스크 생산 설비 100대에서 심지어는 800대를 보유한 공장을 짓겠다며 나선 이들도 생겨났다.

외국 바이어들이 덴탈 마스크 몇 억장을 구매한다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당장은 마스크를 대량 보유하고 있지는 않으니 앞으로 생산될 것을 미리 계약금을 주고 선점하는 등 온 세상이 마스크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들 중에서 리드릭, 강서장애인직업재활센터, 화성아름장애인보호작업장 등 마스크를 생산하는 시설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직업재활시설들도 설비를 구매하거나 기능보강비 지원을 신청하는 등 마스크 생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 있게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은 정립전자로 장애인 수 1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초고속 마스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려 계획하고 있다. 마스크 설비는 마스크 모양의 금형을 몇 개 장착하느냐, 귀걸이를 달아주는 기기가 몇 대가 한 설비에 붙느냐, 자동포장 기능이 있는가 등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데, 분당 50장에서부터 1000장까지 마스크 생산 설비의 능력은 기계마다 매우 다양하다. 즉 하루에 2만장 정도를 생산하는 기기부터 수십 만장을 생산하는 기기까지 있는 것이다.

정립전자는 그동안 생산해 온 LED 등과 LED 전광판, CCTV, 컴퓨터 생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속 마스크 설비를 24대나 갖추어 연간 20억장 정도의 생산을 하는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장애인 400명 정도를 추가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상북도청이 150억원을 투자하여 도내 마스크 생산공장을 증축하도록 지원하였고, 이어서 충남도 보령에 같은 규모의 생산공장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민간 투자가 수백 억원씩 투자되어 대규모 공장들이 신설되는 추세에 장애인들도 이러한 새로운 고용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장애인고용장려금과 의무고용 제도 등에 힘입어 일반 마스크 고용 시장에 장애인 일자리가 생기기도 하고,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나 직업재활시설에 마스크 공장이 들어서기도 하여 마스크와 관련된 장애인 일자리가 2천에서 3천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북 문경에 소재하고 있는 웰킵스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 등에서는 여름철 마스크 착용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하여 의료용 마스크 덴탈과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 가늘고 KF모양을 한 비말마스크를 시장에 내어놓고 있다.

정부가 비말마스크를 식약청 허가 품목으로 정한 것은 중국산 마스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사재기로 인한 가격 인상을 막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또한 공적마스크가 아니어서 자율 시장화도 추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스크 설비는 자동화되어 있지만, 자재를 계속 기계에 걸어 주어야 하고, 품질검사가 필요하고 특히 포장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자동화가 인간에게는 단순한 노동만을 남겨 놓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장애인에게는 노동경쟁력을 가지게 하고, 수익성이나 장기간의 안정성도 좋아서 장애인 일자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마스크 대란이 국민들에게 위기이기는 하지만, 장애인 직업개발과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마스크는 항시 필요한 생필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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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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