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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적·동정적 사회인식, 장애청년 사망 부추겨

장애인은 생명권 주체란 인식이 사회에 뿌리내리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5-14 14:27:37
대전지방법원 종합청사의 전경. ⓒ위키피디아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전지방법원 종합청사의 전경. ⓒ위키피디아
대전에서 평소 장애인복지시설 소일거리를 하며 빌라에 거주했던 한 청년이 수시로 친모와 활동지원사에게 빨랫방망이 구타 및 화장실 감금을 당해왔다. 이 청년은 지적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사망하기 6일 전부터는 시설에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사망했고, 필자는 이번 주에 청년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시신 부검 결과 ‘외상성 쇼크와 다량 출혈로 인한 사망’이라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추측하고 있다. 심지어 피부 깊숙이 있는 피하 조직 출혈 흔적도 있어 “너무 많이 맞으면 이런 증상을 보일 수 있다”라고 말한 의료계 관계자들도 있었다.

장애청년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활동지원사와 친모는 검찰에 송치됐는데, 이 둘의 주장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친모는 아들이 약속을 잘 안 지켰기에 훈육을 목적으로 큰 소리 나는 게 좋다는 활동지원사의 의견을 참조해 빨랫방망이를 샀으며, 활동지원사 몰래 자기 아들에게 밥을 준 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활동지원사는 자녀 교육 방식을 알려주었지만, 장애 청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친모의 의지 없이는 사망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친모는 남편과 별거 중이고 활동지원사에게 아들 문제에 관해 평소 의존한 상황으로 비추어볼 때 둘이 같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에서는 보고 있다. 이 사건 재판은 대전지법 형사 11부에서 맡았다.

일각에선 상식적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에는 조금은 복잡한 사정이 있다며 기사가 단편적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사실관계가 좀 더 드러나면 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나로선 빌라에 거주했던 주민들이 그 청년의 신체에 있는 멍과 상처에 조금만 관심을 보였어도 이런 참극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심지어 이 청년은 장애인복지시설에 다녔다고 했으니 사회복지사가 조금만 주의와 관심을 기울였어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관련 기관에 바로 신고할 수 있었을 텐데...

장애인학대유형 관련 키워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학대유형 관련 키워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2018년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등이 발생한 이후로 가정폭력이 가정 내 문제에 국한한 게 아닌 사회문제라는 인식하에 사법기관이 신체적 폭력 대응대책을 내놓은 건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을 지역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에, 아직도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문제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는 것 같아 분노가 밀려온다.

또한, 훈육하려고 자기 아들을 방망이로 구타했다는 친모의 진술, 심지어 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가 범행에 가담했던 모습 속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생명권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며 시혜적․동정적 대상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인식의 한 단면을 직시하게 된다. 꽃이라도 때리지 말라고 했거늘...

이런 인식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은 기본적인 생명권조차 박탈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인식은 결국 극단적인 상황에서 장애인을 사망으로 내몰게 만드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장애인이 생명권을 지키는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이 지역사회에서 확고했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재판부는 장애인을 훈육한다는 등의 이유로 가해자에게 죄를 감경하는 등의 전력이 있다. 이번 사건 재판에서도 훈육 등이 감경의 이유로 참작된다면 이는 사망한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재판부는 가정폭력이든 장애인 학대든 폭력의 본질이 권력의 불평등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장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등 인권적 관점에서 판결해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 생명권 보장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 사회에서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생명권의 주체이며 동등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학대 신고의무자 대상 확대, 정신적 장애인이 스스로 신고할 수 있도록 장애 유형에 맞는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의 의견을 반영해 고안하는 것 등이 이에 대한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장애인이 학대 등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지 않고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도록 정부와 재판부에서 이번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길 바란다. 그래야 장애인이 생명권 주체라는 인식이 사회에서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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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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