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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도 '여의도 정치' 문법으로 상대해야

새 국회 여당 180석…새로운 장애운동 전략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5-01 10:11:01
펄럭이는 국회 깃발. ⓒ장지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펄럭이는 국회 깃발. ⓒ장지용
180석. 그리고 거기에 열린민주당 같은 다른 성향 비슷한 정당이나 무소속까지 더하면 184석.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합당 형식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의 제21대 총선 성적표입니다.

180석 시대에는 이제 장애인 운동 전략도 바뀌어야 합니다. 뭔가 제2, 제3세력의 힘을 빌려 쓰기에는 ‘패스트트랙’도 뚫는다는 180석이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단 정치권에 대한 요구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향할 것은 당원인 제가 봐도 확실히 느낍니다. 거의 다 이룰 수 있는 당이니 미래통합당을 제쳐두고도 충분히 법안 통과는 가능하니까요. 문제는 다시 여기서 시작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 미래통합당처럼 대중들을 기만시키거나 선동해서 지지율과 당원을 끌어 모은 정당이 아닙니다. 열성 지지자들과 열성 당원들의 조직력은 저도 인정할 정도로 꽤 단단하고 짜임새까지 있습니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인 언론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조직력만으로 선거 4연승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 역량도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미래통합당의 전략적 오류와 도덕성 상실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대중들의 조직력이 중요해진 이상, 장애인 관련 정책 요구 같은 문제도 이제 새로운 문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목소리만 올려 세운다고 장애인 정책이 진보할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정책 요구를 들어줄 정당도 꽤 영향력도 있고, 게다가 정부여당도 자칫 장애인 표 뺏기기에 두려워한 나머지 들어주던 것도,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신경도 안 쓰면 그냥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납니다.

장애인 운동이나 정책 요구의 방향은 이제 무리하게 ‘공중전’ 방식의 투쟁을 접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극렬 집단의 강경 투쟁은 이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료들에게는 볼썽사나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장애인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제 더불어민주당을 잘못 건드린 대가가 어떠할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성공 비결은 대중들의 조직화에 있습니다. 지역 조직부터 시작해서 전국적이고, 인터넷으로도 연결된 단단한 조직망, 김대중-노무현 시대부터 내려온 역사에 의한 단결력 등은 이제 장애인 운동 진영도 참고해야 할 사안입니다.

장애인 운동 구호도 이제는 ‘톤 조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애대중을 넘어서 비장애인에게까지 장애인 운동의 이념과 구호가 잘 와 닿게 하는 투쟁이 필요합니다. 이제 대중 중심의 투쟁을 전개할 시점입니다.

지난 장애등급제 개편 당시, 그러한 투쟁 과정에 대해 대중들이 인지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개편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래통합당의 아무개는 결국 장애인의 다양성을 ‘흘러간 옛날 노래’인 등급제 틀에 맞춰서 말했다가 결국 쫓겨났습니다. 여기에 뭔가 힌트가 숨어있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장애인 운동의 과제는 대중들에게 얼마큼 인식이 되었느냐에 달릴 것입니다. 인터넷을 넘어서 대중 곁으로 가는 장애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이제 ‘거리 투쟁’만으로 장애인 여론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과거 의석수가 비등비등했을 때는 그것을 기회삼아 정치권이 ‘러브 콜’을 보냈지만, 이제는 ‘입 다물면 끝’인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집단에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대놓고 정부여당 불편하게 하는 수준의 투쟁에는 이제 관용을 베풀 가능성은 낮습니다. 대중들 곁으로 가는 투쟁을 통해 대중들에게 와 닿는 장애이슈 선점과 공감을 통해 대중들이 자연히 요구하면서 진보를 일궈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중들이 아직 탈시설화, 자립생활 이런 개념에 대해 아직도 무지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인식 개선 투쟁이라도 전개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금은 무리한 권리 투쟁만큼이나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투쟁도 필요해진 시점입니다. 지지자 조직력으로 선거 4연승을 일궈낸 정당에게는 거리 투쟁도 불편해 할 것입니다. 지지자들이 요구하면 자연히 이뤄지는 정당인데 말입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말씀드리지만, 이제 장애인 운동이나 요구 사항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했다가는, 결국 이뤄질 일은 없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아니면 장애계 요구 수준에 못 미치는 투쟁성과를 낼 것이 자명하다는 것을 미리 경고 드립니다.

끝으로, 이제 장애계 비례대표도 오랜만에 있다는 것도 다시금 잊지 맙시다. 최혜영 당선인의 화력을 기대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장애계도 이제는 ‘거리의 정치’ 문법뿐만 아니라 ‘여의도 정치’ 문법을 좀 제대로 배우기를 바랍니다.

요구는 거리에서 할 수 있지만, 결국 실현은 여의도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문법인 ‘여의도 정치’의 문법을 이 김에 장애계도 배워둡시다. 경제계에 유리한 법안이 계속 나오는 것도 사실 경제계는 이미 ‘여의도 정치’의 문법을 확실히 체화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을, 잊지 맙시다.

이제 대중들의 공감을 받으며, 대중들이 자연히 요구하는 방향에서, ‘여의도 정치’의 문법도 적절히 활용할 줄 알면서 장애인 정책 요구를 해봅시다. 이것이 국회 여당 180석 시대의 새로운 장애인 운동 전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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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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