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오기 전 대구에 살았었다. 중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과목별 선생님들 대부분이 대구 출신이셨다. 생각보다는 가깝게 느껴진 이유가 그것이었다. 대구에는 장애인 특례입학이 가능한 대학이 있었고 시설 또한 괜찮았다. 휠체어나 목발을 이용해야 했던 나에게조차 약간의 희생을 한다면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이 가능할 정도였다. 대구는 가능성을 선물한 도시이다.

친구가 대구에 산다. 학교생활을 마치고 잠깐의 미국연수 후 대구로 내려와 직장생활을 한다. 어떤 불편함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내 힘듦만으로도 벅찬 시간들이었기에 친구의 자세한 상황까지 알기에는 나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한 달 전에 SNS에 친구의 근황이 떴다. 활동지원사가 코로나19에 걸렸고 그 가족들도 걸려 자신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괜찮겠지... 우리가 그 정도로 재수가 없지는 않아... 라고 댓글을 달았다. 며칠 뒤 친구는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열심히 늙어 가는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친구가 돌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과 상의를 하고 일단 마땅한 병원이 없어 집에서 강아지를 맡길만한 동물병원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강아지를 맡길만한 동물병원은 없었다.

담당 공무원은 새벽에 전화를 해서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나왔는데 국군병원이라고 전했다. 국군병원은 국군 즉 비장애인 중 건장한 국군을 대상으로 한 병원이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을 리 없다.

답답했다. 장애인에게 이동통로가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병원에 들어가라고 하다니,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친구가 속상했겠다 싶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결국 친구는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대남병원인가 하는 정신요양원에 확진자가 대량으로 나왔고 대부분이 중증이었다.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바닥에서 지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 거기 알코올 중독자도 함께 입원이 되어 있어서 그 사람들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정신요양시설은 장기입원자가 많고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로 이루어졌다. 누군가 죽어 나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대남병원의 환자들이 확진자가 받아야 하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은 낯선 환경에서 치료받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치료나 보호를 했던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 역시 병이 옮을 수 있어 쉽게 나서기 어렵고 치료 상황에 따라 다른 곳으로 옮겨 가야 할 수도 있기에 대남병원 확진자들은 안전한 곳에서의 치료가 어려웠다.

며칠 전 대구 모 정신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 되었다. 우려했던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소통 방법이 다른 정신장애인들의 감염은 어쩌면 예견되어 있는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병원이나 복지시설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이들이 보균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또한 입원한 그들이 어디가 아픈지, 아프지 않은지에 대한 설명을 해도 듣지 않는다. 보통은 정말 열이 나거나 기침이 날 경우에만 아픔을 겨우 알아차린다. 그들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신병의 증상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입원하지 않은 친구에게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해서 입원을 하라고 한다. 병원이 안전한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친구가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병원에서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강아지 또한 돌봄을 받아야 하기에 친구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일지도 모른다. 혼자 해외연수도 다녀온 친구는 이제 사람 만나는 게 두렵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이 힘든 시간이 끝날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상황이 나아져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으리란 장담도 하지 못한다.

친구가 올리는 글에 열심히 같이 화를 내주고 있다. 지금은 그저 친구가 화내는 상황에 같이 화내고 열 받아하고 욕해 주는 일이 내가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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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주 칼럼니스트 현재 삼육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학생으로 장애 전반, 발달장애 지원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장애인 당사자로 당사자 지원에서, 일상생활에서 장애로 인해 느꼈던 것들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체장애인으로 보여지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어 일상생활 자체가 글감이 될 수 있어 나는 좋은 칼럼니스트의 조건을 갖고 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거의 매일 쓰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매개로 생각하고 지나다니다 본 것들에 대해, 들은 것, 경험한 것들에 대해 쓴다. 전동휠체어 위에서의 일상, 지체장애인으로의 삶에 대해 꿈틀꿈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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