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교사의 답변들2. ⓒ김주희

지난번 칼럼에서는 거기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것들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거기에는 없고 우리에게는 있는 것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역시 소보사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대답을 모아보았다.

확연히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 더 많았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소보사의 농학생에게만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뒷산에서 흙을 만지고 노는 소보사 아이들. ⓒ김주희

너무도 주옥같은 답변들을 아이들이 해준 탓에, 여러 번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가볼까 한다. 아무도 안보는 칼럼이면 어떠한가?

나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 이 행복이 언젠가...누군가에게 읽혀진다면. 그들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길 바라본다.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우리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는 법을 배운다.

◾ 매일 오르는...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뒷산.

◾맛있는 제철 간식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화목난로

◾학교 뒷마당에 있는 방방이. 방방이를 뛰다보면 손에 닿는 복숭아 나무.

◾고양이

◾강아지

◾멧돼지

◾장수풍뎅이

◾장수하늘소

(이렇게 한참 나열된 온갖 곤충이름들...)

다른 학교에는 있는 우리에게는 없는 게 무엇이 있을까?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온 대답.

“우리 학교에는 운동장이 없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답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뒷산이 있어요! 운동장 필요 없어요!”

사실 운동장은 필요하다. 하하, 하지만 뒷산은 정말 소중하다. 아이들은 뒷산을 오르내리며 멧돼지가 목욕한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죽어 쓰러진 나무를 가르며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자연은 죽어가면서도 또 다른 생명을 키운다는 것을 배운다.

뒷산에서 따온 진달래로 화전을 만든다. ⓒ김주희

봄이 되면 학교 거실에 앉아 모두 가만히 창문 밖을 바라본다. 봄바람에 떨어지는 봄꽃들이 창문 한 가득을 채우며 내린다. 아이들은 뒷산으로 쫄래쫄래 바구니를 들고 올라가 진달래꽃을 따온다.

“많이 따면 안돼.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보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조금만 따자”

찹쌀로 반죽하여 만든 진달래화전. 고소한 냄새가 소보사를 가득 채운다. 아이들은 그렇게 봄이 시작되었음을 냄새로도 느낀다.

학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아이들이 오를만한 맘씨 좋은 나무들이 많다. ⓒ김주희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마음은 맑디 맑다. 스마트폰 속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자극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소박함과 잔잔함뿐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은 이렇듯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야한다. 그 순리를 벗어나면 아프고 삐그덕거린다. 그 자연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정답이 보이기도 한다.

자연 속에는 강한것과 약한 것이 함께있다. 호랑이과 토끼가 함께 있고, 소나무와 민들레가 함께 있다. 본디 자연은 강한 것과 약한 것이 함께 있고 이들 모두는 생명이다. 경하고 중한 것이 따로 없다.

세상은 마치 장애인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도전하고 인내하여 장애를 극복시키려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지. 우리 사회에도 강한것과 약한것은 함께 존재해야한다. 그것이 완전한 사회이다.

강한 것이 좋은 것이고 약한 것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니 무엇이 강함이고 무엇이 약함인걸까? 어떠한 것은 크고 어떠한 것은 작다.

누군가는 입을 오물거리며 말하고, 누군가는 손과 얼굴을 움직이며 말한다. 이것은 그저 다양함의 문제이다. 그리고 다양한 모든 것들은 함께 어울릴 때 가장 아름답고 완전하다.

그렇게 자연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내가 농인인 것의 의미를 알아간다.

겨우내 멈춰있던 모든 것이 다시 피어나는 봄을 보며. 이 세상 어느것도 영원히 겨울잠을 자는 것은 없음을. 모두에게는 각자의 봄이 오고, 그 봄에는 모두가 다양하게 피어나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렇게 하루하루 자라간다.

학교 앞에 핀 꽃잎으로 코뿔소가 되어본다.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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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칼럼니스트 우이동 북한산 아래 만 2살이 안된 농아기와 다 큰 농소년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김주희입니다. 소리를 듣기만 해본 이들에게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언어인 수어를 사용하며 농인답게 나답게 성장해가고 있는 농청소년들의 이야기. ‘정상’을 강요받으며 농정체성_농인으로서 나는 누구인지를 고민해온 농청년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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