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젤렌(SNOEZELEN)’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유니버셜 디자인을 선두에서 끌고 있는 ㈜밀리그램 디자인(대표 조명민)에서 ‘스누젤렌’의 주요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인 ‘물기둥(조명과 기포가 어우러지는 시감각 자극으로 심신안정을 유도하는 수조)’이 국내 최초로 개발되어 출시를 앞두고, 체험 설명회를 한다는 소식에 호기심 가득 발걸음을 했습니다.

우와! 체험실 안으로 들어가니 온통 순백색의 벽과 커텐이 드리워져 있고, 은은하고 향긋한 향기, 차분한 멜로디의 음악소리, 폭신하고 안락해 보이는 등받이 소파와 쿠션, 벽에는 빔프로젝터, 휠프로젝터가 눈길을 끌고, 바닥엔 광섬유로 제작된 가는 막대기처럼 생긴 무드등이 반짝이고, 저만치에 방 안을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비추는 사이드 조명등이 세워져 있습니다.

또, 한 번 우와! 한 쪽 벽 모서리에는 ㄱ자형 대형 거울이 붙여져 있고, 그 앞에는 천정까지 닿을 듯한, 긴 둥근 기둥 모양의 수조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오호! 거울에 반사된 각도에 따라 수조의 개수가 달라 보입니다. 가까이 가서 수조를 들여다보니 예쁜 조명 빛과 함께 물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다시 또, 우와! 수조 속 조명은 황홀하게 색을 달리하고, 올라오는 물방울은 크다가 작다가, 많다가 적다가, 격하게 회오리치다가 어느 틈에 소심한 물결이 되기도 하고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물방울 떼의 군무에 나는 무아지경으로 함께 헤엄치는 느낌입니다. 춤추는 물방울의 유혹에 끌려 언뜻 수조에 손이 닿았는데, 아! 따뜻해! 수조 속 따뜻한 물 온도가 전해져 손바닥이 간질간질, 온 몸이 노글노글히 물러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금 세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여기 체험실에 모여 이 노글노글한 기분좋음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스쳐갑니다.

스누젤렌 물기둥. ⓒ(주)밀리그램디자인

직접 느껴 본 이 곳의 체험과 개발자 조명민 대표의 강연을 들으니 ‘스누젤렌’에 대해서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해 보면 스누젤렌이란 빛, 소리, 음악, 냄새 같은 시각적, 촉각적, 후각적, 미각적 등의 다감각적인 자극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환경(방)을 의미한다.

스누젤렌의 단어는 영어snooze와 doze(졸다, 선잠자다)가 합성된 신조어로 다중감각공간(multisensory room)이라는 의미로 불려진다.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고안, 이후 독일 크리스타 메르텐스 교수에 의해 학문적 발달과 보급이 활성화되어 1990년부터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스누젤렌은 감각을 조절하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심신의 휴식, 이완, 안정을 위해 다양한 감각자극을 선택 제공할 수 있는 ‘잘 꾸며진 환경(방)’이라는 의미이고 음악, 소리. 쿠션, 향기, 광섬유 무드등, 미러볼, 기포를 만들어내는 수조기둥(물기둥) 등은 잘 꾸며진 환경(방)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스누젤렌, ‘잘 꾸며진 환경(방)’은 전문교육을 이수한 전문지도사에 의해 다양한 목적과 대상에 따라 자극을 선택 조절하여 이용인이 최상의 편안함과 이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현재 독일에는 2000개가 넘는 스누젤렌 환경이 있고 병원(신경과, 소아과, 정신과), 학교(특수학교), 유치원, 실버타운, 재활기관 등에서 노인, 청소년, 아동, 장애인에게 신체이완과 심리안정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스누젤렌협회(ISNA)로부터 지정받은 한국지부(ISNA KOREA),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스누젤렌 전문지도사 교육과 스누젤렌 이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강연을 들으며 감각과 긴장과 이완의 관계가 흥미로웠습니다.

스누젤렌 물기둥.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강연 내용 중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스누젤렌의 주요 구성 요소인 ‘물기둥’을 한국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준비 기간부터 꼬박 3년이 걸렸다는 조명민 대표는 독일에서 수입하는 스누젤렌의 단점을 보완하여 비용은 낮추고, 물기둥의 조명의 조도와 기포 크기 조절, 물 온도 조절 등의 기능이 효율성 높게 추가된 제품으로 최초 국내 개발이라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감각의 역치(최현석 저)라는 책을 몇 번이고 다독하며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 연구한다는 조명민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스누젤렌과 물기둥의 소재와 모델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이동식 카트를 개발해서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로서의 역할은 물론,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이 스누젤렌 휴식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피력했습니다.

특히 화재 진압이나 자연재해 대응,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관과 대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 직장인이 겪을 수 있는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에 도움 될 수 있는 ‘스누젤렌’ 휴식 방법을 강구중이라는 조명민 대표의 온화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는 분명 일상의 쉼표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 또박또박 힘이 느껴졌습니다.

‘잘 꾸며진 환경(방)’에서 스스로에게 적당한 휴식과 안정을 제공, 생활 리듬 속의 긴장과 완화의 균형을 맞추는 ‘나’에게의 위로는 미루어 짐작컨대, 세파를 이기는 강력한 파나세아(panacea)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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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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