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성 인풀루엔자에 대한 준비와 대응 원문. ⓒ미국국가생명공학정보센터

코로나19의 확산은 비장애인 뿐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은 신체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오히려 감염병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감염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대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의 예를 들어보면, 먼저 감염 전의 대비와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 시 더욱 주의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염이 의심되었을 때도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를 이용해 선별 진료소를 찾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 외에는 대중교통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차가 없고 운전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는 의미가 없는 제도이다.

감염병이 확산될 때 장애인이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밀접하게 접촉하는 근로지원인이나 활동지원사로부터의 감염 위험과 반대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원인을 감염시킬 위험을 모두 가지고 있어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비단 근로지원인과 활동지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으로부터 지원이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은 감염병에 걸렸을 경우 가족을 감염시킬 수도 있으며, 반대로 가족의 지원을 받으면서 가족으로부터 감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가족과 지원인에 대한 안전도 확보하여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사건(9.11 사건) 이후 ‘장애와 비상상황 준비 위원회’는 비상상황 준비와 대처 시스템에서 장애인에게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적절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후 두 차례의 허리케인을 겪으면서 장애인들은 적절하지 못한 대피와 피난처, 지원 서비스의 중단, 가족 및 지원사와의 분리 그리고 죽음을 경험했다. 그것은 모두 빈약한 계획, 적절하지 못한 위기 의사소통 그리고 느린 대응의 결과였다.

미국의 경우 역시, 비상상황에서의 장애인의 경험에 대한 인구학적 데이터는 거의 없으며,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데이터는 더욱 없다. 비장애인(32.2%)에 비해 장애인(36.5%)의 연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율이 더 높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매년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비상상황 대처를 결정하는 예방 시스템은 무능하며, 장애인을 위한 계획과 대응도 부족하다. 미국 국토안전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의 보고에 따르면, 비상상황 이전, 비상 중, 비상상황 후의 각각의 단계에서 장애인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하는 계획과 가이드라인은 거의 없었다.

또한 2003년의 저소득층을 위한 미국 메디케이드 의료 서비스에서도 가족, 친구 등의 가족 지원인들은 예방 접종 우선 대상자가 아니었다. 개인 차량이 없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에서 비장애인 가구의 경우 5.2%만이 차량이 없었지만, 장애인 가구의 경우 14%가 차량이 없었다.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한 대비 계획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의사소통 지원 및 재난 관리 시스템의 확보였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의 경우를 보면, 대피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은 매우 부족했다. 70% 이상의 청각장애인들은 미국 수어 통역사의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60% 이상의 청각장애인들은 자막이 제공되는 텔레비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청각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재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장애인의 재난 시의 의사소통에 대한 요구는 세 가지였는데, 그것은 첫째, 유행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정보 제공, 둘째, 필요한 물자가 불충분할 경우 적절한 공급 계획, 셋째, 유급 지원사에 의한 지원이 중단될 경우 또는 무급 지원인이 아프거나 지원을 할 수 없는 경우 지속적인 인적 서비스에 대한 대비와 계획 등이다.

법률 및 제도의 지원도 중요하다.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에게 예상되는 재난에 대응하여, 재난 전, 재난 중, 재난 후에 대한 계획과 대책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2004년에 재난 시의 장애인을 위한 행정 명령 13347은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연방 정부가 적절하게 지원하는 것을 보장하도록 기관 조정위원회를 설립하였다.

또한 2007년에는 ‘감염병 및 모든 위험 대비법(Pandemic and All Hazards Preparedness Act 2007)’에 의하여 ‘공중보건서비스법’ 2814조를 제정하여 미국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장관이 전략적 국가 비축 및 준비 보조금 프로그램에서 위험에 처한 개인을 고려하도록 하였다. 장애인은 감염병 및 모든 위험 대비법에서는 위험에 처한 인구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 보건성 장관은 공중보건서비스법 제2814조에 따라 장애인을 포함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올 3월 4일에 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었지만, 개정된 법률에 언급된 감염취약계층은 ‘노인과 어린이“로만 정해져 있고, 그 외는 보건복지부장관령(시행규칙)에서 감염취약계층의 범위를 정하도록 되어 있다. 감염취약계층에 포함될 경우 마스크 등의 지급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시행규칙에서 장애인을 감염취약계층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인을 위한 감염병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자가 격리나 감염병 확산시에도 지속적인 지원 서비스를 위해 장애인의 가족, 지원인 등을 예방 접종 우선 대상자로 지정하고 백신 접종비용의 지원 등을 검토하여야 한다.

1인 1실도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사적인 공간은 필요하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생활시설에서 1방에 여러 명이 생활하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감염병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국의 사례는 미국 국가 생명공학 정보 센터(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의 ‘유행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준비와 대응-장애인의 측면에서’(Preparing for and Responding to Pandemic Influenza : Implications for People with Disabilities)를 요약 번역한 것이다. 원문은 사이트(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504380/#__sec2title)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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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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