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업중 선유도 출사 촬영을 하는 지은이. ⓒ나종민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사진 강의를 시작했으니 사진을 가르친 경력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진 촬영을 취미보다는 사회공헌 목적으로 해왔듯이 사진 교육 또한 취미로 하겠다는 분들보다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진을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더 많이 해왔다.

자립을 위해 시설에서 나와 가정을 꾸미고 사는 장애인들의 가족사진을 찍던 중 사진에 관심을 보이던 준희라는 친구가 있었다. 촬영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지 가족사진 촬영 후 촬영법에 대한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리고 헤어지려는 순간 준희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렸다. 그 뜻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나는 사진공부 만남을 제안했고 그 후 여러 번의 교육이 이어졌다. 교육 중 숙제로 촬영한 준희 아버님의 사진은 자연스레 준희의 과거를 얘기해 준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제자는 ‘함께 웃는 사진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만났다. 함께 웃는 사진 교실은 발달장애인 친구들과의 사진 놀이 수업이다. 지식 전달보다는 사진을 도구로 활용해 재미를 주고자 하였기에 그들과의 시간을 사진 놀이라 불렀다.

그런데 놀이 수준을 넘어선 지은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이 어머니께 여쭤보니 교회에서 봉사할 정도로 사진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있으나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지은이는 8주간 ‘바라봄 사진 교실’에 참여하여 사진 제자로서의 인연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이들과의 인연의 전부다.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깊은 만남을 통하여 준희와 지은이가 멋진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연을 이어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나는 그들의 사진을 읽지 못한다. 분명 사진 속에 그들이 하고픈 얘기가 들어있지만 나는 짐작만 할 뿐 읽어내지는 못한다. 이럴 때는 사진 심리치료를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이 광각렌즈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렌즈는 사진기 본체보다 더 중요한 표현 도구다. 그중 망원렌즈는 좁은 화각으로 피사체를 깊게 담아낸다. 반면 광각렌즈는 넓은 화각으로 많은 피사체를 담아낸다.

나는 장애인의 촬영 권리에 집중하고, 이들 한명 한명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는 하지만 촬영하는 시간 동안 방문하는 이들의 사연을 깊숙이 파고들 수는 없다. 보다 많은 이에게 사진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기에 ‘망원렌즈’보다는 ‘광각렌즈’로서의 역할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모두 나름 타당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찜찜함이 남기도 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즐거운 가족사진 촬영을 마치고 영정사진을 부탁하는 말기 암 환자 엄마의 사연, 중증 장애인 시설에 계신 분의 장수 사진을 촬영한 지 오래지 않아 그 사진이 사용되었다는 얘기.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힘들어했던 기억들 때문에 애써 인연을 멈추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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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민 칼럼니스트 외국계 지사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사진을 찍다 장애아이 어머님의 한마디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 사진관을 설립하고 8년간 대표를 맡고 있는 착한 사진가. 지난 10년간 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진을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사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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