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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은 아니더라도 꺼리는 존재 되기는 싫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2-25 10:06:37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였다. 상술이다 뭐다 해도 아가씨 때에는 재미 삼아 혹은 은근한 마음 담아 초콜릿을 나눠주곤 하였는데 나이가 들어 감정이 메마른 건지 어쨌든 이데이 저데이 무시하고 모든데이를 열심히 소신껏 살자는 핑계 삼아 이벤트데이는 더이상 챙기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이나 젊은 연인들에게는 재미로든 로맨스로든 어쨌든 여전히 꼽아 챙기는 듯하다.

이제 3월이면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에게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아빠에게 초콜릿 주고 아빠한테 초콜릿 받는 것, 결국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며 '너는 내사랑'하고 고백하는 날일 뿐이었다.

그런 딸아이가 초콜릿 매대 앞에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당연히 아빠에게 살 초콜릿을 고르려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짐짓 궁금하다는 듯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에게 줄 초콜릿 고르는 거야?"
"아니, 나 아빠 말고 초콜릿 주고 싶은 애 있어."
허걱.

딸아이와 나는 자기 전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에 호감 가는 남자친구는 없어?" 하는 내 질문에 “없어, 남자애들은 모두 넘 유치해.” 했었다.

그런데 사랑 담아 초콜릿을 건네줄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애를 학년초 3월부터 맘에 두고 있었다니.... 거의 1년을 가슴에 담아 두고선 여태껏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니.... 나도 그렇지만 남편은 꽤 충격을 받은 듯 웃음도 울음도 아닌 기괴한 소리만 내고 있었다.

누군지 말해보라고 해도 절대 말하지 않는 딸아이에게 내가 이름 하나를 툭 던졌다.

이번엔 딸아이가 허걱.
"엄마 어떻게 알았어?"
이게 여자의 직감. 하하.

딸아이는 그 애에게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주겠다며 이런저런 재료를 사고 어떻게 전할 것인지 며칠 동안 007 작전 계획을 짜듯 나에게 의견을 물어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그 애도 날 좋아하면 좋겠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듯한 황홀한 행복감을 준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랫말처럼 우리 모두는 사랑받길 원한다.

나무가 태양 빛을 받고 커가듯 우리 역시 타인으로부터의 긍정적인 감정을 양분 삼아 살아가는 게 아닐까. 누군가가 날 좋아하고 사랑하고 인정해주고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이런 타인이 보내준 따뜻한 감정들이 있기에 힘들고 지치더라도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신체적 장애로 일상적 생활의 제약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에게 타인의 지지와 긍정적 에너지는 더더욱 필요하다. 아니, 신체적 장애나 일상적 어려움을 차치하고라도 우리 장애인도 사람이기에 당연히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다.

필자는 전맹이기는 하나 눈의 물리적 구조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기 때문에 외관상 비장애인처럼 보인다. 그렇게 비장애인으로 생각한 사람들에게 시각장애가 있다고 밝히면 그 순간 상대로부터 거리감과 불편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장애가 있다고 힘들고 난처한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더듬거리는 나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길까 봐 미리 얘기했을 뿐인데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그 불편하고 조심스러워지는 말과 행동들.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했을 때와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고 자격지심일까?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간 내가 무안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것도 바란 게 없는데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비장애인에게는 뭔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느끼는 걸까? 그래서 그런 부담감에 거리를 두고 불편하게 느끼는 걸까?

장애는 나의 것이고 내 몸이 불편한 것인데 그들에게 내가 불편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는 그 느낌이 싫다. 호감은 아니더라도 그냥 덤덤히 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거리를 두고 꺼려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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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미 (kkm75@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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