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고 있다. 척수장애인의 손상행태와 치료환경도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의 플랫폼 기술 확산으로 플랫폼 노동자라고 하는 배달민족들의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늘고 있다는 대형병원장의 칼럼이 새롭다.

다행히 응급 처치와 의료 기술의 향상으로 완전마비보다는 불완전마비가 늘고 있고, 60~70대 노인들의 낙상으로 인한 척수장애 발생도 늘고 있지만 이에 맞는 적절한 치료는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척수장애인의 재활치료라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기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의 영리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뇌질환 환자의 월 진료수입보다 상대적으로 척수장애 환자의 진료수입이 적다 보니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다. 재활치료의 꽃(?)이라고 하는 도수치료도 완전마비 척수장애인에게는 적용이 안 되니 기피를 하거나 변칙 적용을 하여 치료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양산하는 추세이다.

척수장애인에게는 의료적인 재활도 물론 중요하지만 종합적인 재활이 필요하다. 실생활을 위한 근력운동과 사회복귀를 위한 훈련, 휠체어를 잘 활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적절한 수가가 없어서 알면서도 방치를 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하게 된다.

최근 들어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방법이 개발되고 있고 현장에서도 적용하기를 원하지만 이 또한 수가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포기를 하게 된다. 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기조나 현실에도 맞을텐데 아쉬움이 있다. 건강보험기금이 여유가 없고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 제18조(재활의료기관의 지정 등)를 근거한 재활의료기관 사업은 2017년에 시작된 시범사업을 끝내고 본 사업으로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5일 제1기 제1차 지정대상 의료기관 26곳을 선정하고 공지하였다.

양질의 재활의료를 제공하여 환자의 기능회복과 조기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재활의료기관은 환자가 퇴원하기 전에 지역사회중심 재활사업 등의 복지서비스와 연계를 포함한 퇴원 계획 등을 실시하여야 한다.

즉 재활이 의료적 재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안착하기 위한 종합적인 재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발생된 문제점을 개선하여 보다 모험적인 제도 적용과 이를 위한 도전적인 수가 도입을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중증의 환자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당연히 기본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어차피 지역사화로 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면 병원 안과 밖을 활용하는 재활훈련공간의 확산도 필요하다. 신기술 적용과 가성비 좋은 훈련을 위해 필연적으로 수가의 신설과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활발한 연계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안에서만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시범사업보다 중요한 본 사업을 통해 재활의료가 도약하느냐 과거처럼 그 나물에 그 밥이냐의 기로에 놓였다. 기존의 틀 안에서 약간 수정으로만 해결하지 말고 개혁을 한다는 생각으로 했으면 한다. 시대에 뒤쳐져서 허둥지둥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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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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