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들었던 건강 강의 중에 남성건강 관련 강의가 있었다. 강의 중 정자 관련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자의 운동성이 많아지고 정자 수가 많아지면 임신할 가능성이 많아짐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난자와 수정해서 아기가 탄생하려면 정자는 고난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정자들은 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3억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일단 머리가 둘이거나 핵이 없거나 건강하지 못한 정자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만 난자의 선택을 받는 한 마리의 정자를 위해 희생한다.

정자는 유전물질을 포함하는 머리, 중간체, 긴 꼬리로 구성되고, 머리 밑쪽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형태의 에너지 연료가 추진력의 근원이다. 정자의 긴 꼬리가 약 1000번 정도 움직여야 1cm 정도 앞으로 나아간다. 나팔관에 있는 난자까지의 거리는 약 18cm, 이는 170cm의 남자가 5km 수영하는 것과 같아 난자까지 가려면 정자 추진력은 엄청나야 하는 거다.

자궁경부를 통과하는 정자는 점액과 만난다. 있는 힘을 다해 꼬리를 움직여야 정자는 경부를 통과하고, 힘없는 정자의 경우 점액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후 외부침입자 침입을 막는 백혈구의 저항을 이기는 정자들만이 나팔관으로 가게 되고, 나머지는 다 사멸된다.

난자는 한 쪽 나팔관에서 정자를 기다리며 난자가 없는 나팔관 쪽으로 가는 정자들은 처량한 신세가 된다. 난자가 있는 나팔관에 갔다 해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나팔관 섬모체들이 정자들의 운동을 방해하지만 이를 이기는 정자들은 난자 근처까지 가며 대략 500마리 정도이다.

정자와 난자 설명(좌측), 정자들이 난자들을 찾아 자궁 속을 헤엄치는 모습(우측). ⓒ네이버블로그, Gettyimage

정자들은 난자로 들어갈 길을 마련하려고 난자 주위를 수영하며 난자도 정자 때문에 흔들릴 정도가 된다. 정자 한 마리가 난자로 들어가면 난자는 다른 정자들의 접근을 막는다. 이때부터 정자와 난자의 핵들이 서로 합쳐져 수정을 시작해 수정란이 분화되고, 분화된 상실배는 엄마의 나팔관에서 자궁으로 이동해 착상한다. 이후 태아가 생기고, 영양공급이 잘 되면 결국 아기가 탄생하게 된다.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연구원 출신의 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아빠가 아이를 낳으려 생각할 때 정자 1억 마리 중의 한 마리만 살아남을 정도로 기적이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전부 다 1등 한 대단한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다 소중한 사람들이니 싸우지 말고 잘 났네, 뭐네 등의 얘기도 하지 마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맞아!’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보니 그렇지가 않은 거다.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피부색을 이유로 백인우월주의 정책이 판을 치던 시대가 있었으며 아직도 그런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 있다.

장애에 관해서는 어떤가? 장애를 가지고 비하하며 혐오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장애는 하나의 특성이자 다양성인데도 말이다. 이외에도 종교 등을 이유로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차별, 배제, 분리, 거부하며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투브 채널 '씀'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에서 이해찬 당대표가 비하발언을 한 문제의 장면(이 장면은 현재 삭제된 상태임). ⓒ에이블뉴스 DB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 대표의 장애 비하발언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는 등의 발언 때문이었다.

나는 선천적인 아스퍼거 장애를 겪는 사람이다. 다이어트를 했을 당시 건강을 위해서 집중하고 강한 의지를 다지며 운동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총 20kg 정도 빠졌다. 이 하나의 경우만 해도 당 대표의 말은 맞지 않다. 그런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한 당 대표에게 묻고 싶다. “선천적 장애인이 의지가 약하다는 근거는 뭔가요?”

그리고 당 대표의 말 속엔 선천적 장애인 말고 후천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만 사람으로 본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선천적 장애인은 존엄성을 지닌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또한 선천적 장애인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며 무시하는 느낌마저 든다.

사람이 겪는 장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상관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1등으로 태어난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당 대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사실을 아예 무시했든가. 피부색이 하얀색이든 까만색이든, 장애를 겪든, 겪지 않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다 1등 한 거다.

나 자신도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며 ‘내가 잘 났네’하는 느낌을 남에게 심어주려 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나나 다른 사람이나 누구나 다 1등으로 태어난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 그 자체인데 말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나 자신도 완벽하지 않고 죄인이라 항상 자신을 성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부색, 종교, 장애, 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게 비일비재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어쩌면 ‘우리 모두 소중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말은 사실이다. 세상에 있는 우리는 1등으로 태어난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차별이 만연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우리 모두 소중해!’라는 말을 가슴에 심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2020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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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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