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초, 골절된 오른발가락 보호차원으로 한 석고를 풀기 위해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골절된 뼈가 95% 정도 붙었다는 진단과 함께 석고를 풀고 걸음걸이는 조금 자유로워졌습니다. 석고를 푼 기념으로 혼자 뷔페 외식을 먹으러 갔지요.

외식 후, 집으로 돌아와서 대야에 물을 받아놓은 다음 발을 씻기 위해 엉덩이를 베란다에 대었는데 그 순간부터 다리에서 폐로 뭔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을 씻으면서 머리가 아파왔고 어지러웠습니다. 숨도 보통 때와는 달리 헥헥거리기 시작했어요.

겨우 발을 씻은 다음 잠시 자려고 하는데 고통이 계속 밀려오는 바람에 화장실에 갔습니다. 변기에 토하고 고통은 그치지 않고 숨쉬는 것도 힘들고... 점점 생사의 기로에 접어들었고 이러다 죽는구나 싶었죠. 그 순간 살겠다는 본능이 작동해, 고통을 무릅쓰고 병원으로 가려고 외출복을 입은 다음 집을 나섰답니다.

그런데 경비실을 지나는 순간 뭔가 속에서 올라오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려 할 때 계단바닥에 토하는 실례를 범했지 뭡니까? 고통을 겨우 참으며,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오지 않거나 거절하고.... 그래도 살겠다는 생각에 손을 겨우 들어 택시를 잡고 집 근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한 다음 혼자서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어 응급실 외부와 가까운 사람이 휠체어로 끌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러자고 했지요. 휠체어를 탄 나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이후 의료진이 보호자 성함을 알려달라는 말에 어머니 성함을 알려준 다음 핸드폰으로 어머니께 전화했습니다. 전화내용에 놀란 나머지 어머니는 운전하고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하셨죠.

필자가 복용했던 혈전 응고억제제 ⓒ 구글, 바이엘코리아

내 몸에 링거 꽂고 검사실에서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오른다리에 머물렀던 혈전이 폐로 올라가 폐를 가로막는 폐색전증에 걸렸다는 겁니다. 조금만 늦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이후에는 중환자실로 옮겨갔고, 이후 혈전용해제를 강하게 투여받았어요. 시간이 지나 고통은 수그러들었지요.

이후 가족들의 간호와 좋은 치료 덕에 폐색전증에서 회복되어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퇴원 뒤 1주 후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는 간질환 및 고혈압 의심에 LDL 콜레스테롤 위험수치라고 나왔는데요. 혈전 때문에 입원했던 저로선 다시 병이 생기면 어떡할까 하는 두려움에 간 내과 병원예약을 잡고 며칠 후 진찰도 받았습니다.

가족 식사모임이 있어 참여했으나 몸이 불편해서인지 식사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요. 돌아오는 길 여전히 내 마음은 무겁고 쉽지 않았으며 나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가족과의 소통이 어려워 어떡할까 하다 문득 교회에 한 형이 생각나 전화를 걸게 되었지요.

형과 차 한잔하면서 감사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런데 마침 그 형이 기계를 꺼내더니 내 몸 상태를 체크해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1분 정도 체크한 결과, 내장지방과 독소가 많이 쌓였고 신장기능이 좋지 않아 식습관을 바꾸고 체질개선을 하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더 자세한 이야기는 지면상 무리가 되어 생략합니다.)

야식에 초코파이, 피자까지 좋아한 나로선 식습관을 바꾸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선하지 않으면 혈전이 다시 올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병원 가는 것보다 굶지 않고 건강한 체질로 바꾸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비용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3개월 동안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다이어트 3개월 동안 필자가 먹었던 식단들 ⓒ 이원무

몸의 독소를 제거하고, 떡, 치킨 등 맛있고 흡수가 빠른 식품들을 덜 섭취하려고 노력하고, 배고플 때는 오이, 견과류 등으로 떼우며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생선, 연어, 야채, 오리고기 등으로 식사하면서 영양을 챙김은 물론 운동하면서 근육을 기르려고 노력했습니다. 운동하다가 어지러울 때는 먹는 양을 조금 늘리며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3개월을 지내니 체중은 20kg 정도 줄고, 체지방은 20이하의 정상수치로 감소했습니다. 내장지방도 감소하고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없어지며 성인병 위험이 줄어들었고요. 몸에 있는 건강수치들이 좋아지면서 병원에 갈 일이 없어지게 된 것, 얼굴의 칙칙함이 사라져가는 것 등은 덤으로 얻은 혜택이었지요.

이후 거의 2년 동안 꾸준히 건강체크를 했고, 지금도 식단조절하고 영양을 챙기고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건강을 되찾은 후, 내가 하고 싶은 여행, 권리협약 보고서 작성활동, 칼럼 기고 등을 할 수 있는 은혜가 주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전 나의 모습(좌측), 다이어트 3개월 종료 시점의 나(중간), 러시아월드컵 관람 겸 유럽여행 하기 직전의 나(오른쪽) ⓒ 이원무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크레믈린(좌측),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직후(우측) ⓒ 이원무

이런 2년 동안의 시간을 통해 저는 가난하든 부유하든, 능력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건강하지 않으면 허사이고,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살아있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자 은혜임을 깨닫게 되었고요.

그래서 올해 저의 1년 소망은 무엇보다도 '건강유지'입니다. 육체적․심리적․정서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2020년 경자년에 바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2020년 경자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이블뉴스 독자 여러분들도 건강을 챙기면서 소망하시는 것들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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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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