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막고 있는 차량. ⓒ정민권

고령자나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물리적 장벽을 없애 불편함을 제거하자는 취지로 디자인된 것들을 배리어 프리라고 합니다. 또 장애인을 포함한 노약자, 아동, 임산부 등 누구에게나 편리하게 디자인된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죠. 들어는 봤나요?

근데 장애인 편의시설은 비단 건물에 관한 것만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포함한 공공 시설물 모두를 포함해야 하죠. 우리가 건물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공원, 극장, 놀이시설, 대중교통 등등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이용 가능한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도 시설물이죠. 그래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포함됩니다. 반면 장애인 주차구역은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이 더 당당하게 사용하는 시설물이기도 하죠. 평소에는 장애인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장애인 주차구역은 어떻게든 이용하려 애쓰기도 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어쨌거나 인도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안전하게 만드는 점자(유도) 블록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도로와 인도의 시작과 끝이나 횡단보도 앞 등 단차를 낮춰 이동약자의 보행에 불편함을 없애는 중요한 기능도 있습니다.

한데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도록 낮춘 기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탓인지 그 앞을 버젓이 차량으로 막아 놔서 유모차, 노인 실버카, 휠체어, 손수레를 비롯한 이동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인간들이 많아도 너무 많네요.

그래서 주차되어 있는 차량 틈새가 너무 좁아 그 사이로 휠체어가 빠져나올 수 없어 위험하다는 걸 뻔히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빠른 판단과 스피드로 도로에 뛰어든 후 재빠르게 안전지대를 찾아 올라와야 합니다. 안 그랬다간 순간 경적 소리에 휩싸여야 하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주차를 했겠지만 누군가는 그 때문에 생명을 걸어야 하기도 합니다.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인도로 올라 보겠다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다가 차량에 스치기라도 하면 졸지에 죄인의 입장이 되고 말지요. 심지어 “우리 애가 아파서… 죄송합니다.”라는 부모님을 비굴 모드로 만들기 십상이죠.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휠체어를 탄 그 애는 아픈 환자가 아닐뿐더러 자기 편의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얌체 주차를 해놓은 양심 없는 이들의 문제이고, 그들이 길을 막아 이동이 불편해진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는 시선이 문제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집안에 장애인이 있다는 건 아무리 뼈대 있는 집안도 굽신거리게 만들 뿐이지 말입니다. 참, 예전에 비로 시작하는 고급차를 불법 주차해 놨다가 손수레를 끌던 노인이 차량에 흠집을 내고 불안에 떨자 불법주차를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는 운전자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당연한 일에도 우리는 미담처럼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물론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니고요. 아무리 시설물이 도로가 그리고 모든 편의시설이 좋아진대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먼저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