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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발달장애 대학생의 '조건'

일상 관리하고 학업 수행할 수 있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1-13 14:12:40
필자의 200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표. ⓒ장지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필자의 200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표. ⓒ장지용
바야흐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시즌입니다. 많은 장애수험생들이 결전의 시간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수시모집에 이미 합격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대학 입학에 대해 나름대로 제 경험을 토대로 느낀 ‘조건’이 있습니다. 오늘 잠깐 ‘발달장애 대학생의 조건’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뒀는데 대학 진학을 시키고 싶으신 분들, 오늘 글을 주목해주세요!

먼저 발달장애 대학생이 되려면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대학에는 지원인이 붙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적 관리 부분에서는 도와주지 않습니다. 냉정히 말해서 강의 듣는 것만 도와줄 뿐입니다. 일상적인 신변처리뿐만 아니라 학사, 학점 관리 같은 것까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대학교 학생식당이나 대학가 맛집을 자기가 마음대로 골라서 이용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저도 대학시절 맛집 지도를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리면서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두 번째로 도시간 이동능력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대학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있다면 행운입니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대학은 자신이 사는 지역 바깥 멀리 있습니다. 만약 지방 거주 학생이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한다면 기숙사에서 생활하거나, 엄청난 각오를 하고 수백km을 통학해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집은 인천이었지만 학교가 충남 천안에 있어서 왕복 200km나 걸리는 긴 통학을 했습니다.

그러한 장거리 도시간 이동 능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대학 생활이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대학생활을 위해 이사를 할 역량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세 번째로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입니다.

강의는 짧게 잡으면 75분, 길게 잡으면 2시간가량 됩니다. 일부 교수나 강사들은 10분 정도의 중간 전환을 위한 쉬는 시간을 운영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러한 사례는 각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습니다.

강의에 집중하여 강의 내용을 들으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2시간 이상 집중할 수 없다면, 대학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간단한 테스트를 할 수 있다면, 75분 이상 되는 대중적인 특강에 발달장애 수험생이 들으러 가서 무리 없이 강의를 들었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만약 개신교인이라면 1시간 이상 진행되기도 하는 목사의 설교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여부로 대신 평가해도 됩니다.

여기에 덧붙일 수 있는 역량이 더 있다면,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는지 입니다.

제가 대학 3학년 2학기 때 경제학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각종 경제학이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각종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끔은 경제학 이해 평가 문제를 가지고 와서 풀어보라고 한 적도 있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답변을 매우 잘해서 교수님이 중간고사도 시작하기 전에 제게 질의응답점수 만점 처리를 선언했을 정도였습니다. 질문도 잘 해야 하는 것은 맞고요. 실제로 질의응답은 강의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로 ‘글을 어느 정도 짜임새 있게 쓰는가?’입니다.

대학교 시험은 글을 짜임새 있게 쓰는 것도 중요한데, 실제로 기초교양과목에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글쓰기를 넣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교 시험은 객관식 시험이 아닌 논술식/약술식 시험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저도 대학 1학년 1학기 때 약술식 시험에서 우왕좌왕 하면서 시험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익숙해지고 나서 약술식 시험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논술식 시험은 절대적 실력을 발휘했는데, 자유 논술로 시험을 보면 A나 A+ 학점을 자주 받고는 했습니다.

다섯째로 발달장애 수험생의 성적이 수능이나 내신(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나 도덕을 포함한 사회/과학만) 둘 중 하나라도 적어도 평균 5등급은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합니다.

대학에서 발달장애인이라고 학업 성적을 낮게 봐주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권 대학에서는 발달장애 수험생들의 장애학생 전형 응시조차 성적 제한을 통해 ‘사실상’ 막혀있을 정도입니다. 대학입시에서 발달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적 보정을 해 주는 사례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예체능계나 면접 비중이 높은 경우는 상관없습니다.

끝으로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대학에서 가끔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학과 동아리, 단과대 동아리, 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동아리, 교외 연합 동아리 같은 활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활동에서 대학생활의 쏠쏠한 재미를 찾고, 또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저도 교외 연합 동아리 활동을 했었고 그 교외 연합 동아리의 학교 지부 활동도 좀 했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 발달장애 대학생 후보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대학 캠퍼스로 환영합니다.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낙제만 면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이 부족하다면, 발달장애 자녀의 대학 진학을 재검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 참! 자폐성장애인 대학 입학자가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자폐인 모임도 있습니다. 네, 저희 estas는 특히 자폐인 중 대학에 다니는 자폐인들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대학생 estas’도 만들고 싶습니다.

참고로 나사렛대학교 자립재활학부나 대구대학교 K-PACE 센터를 목표로 삼으시는 분들은 다섯 번째 조건을 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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