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더운 날씨로 인해 머리를 세게 묶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보청기는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나는 그 당시 살던 숙소를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나와 같이 탔던 아주머니 한 분은 나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의 보청기를 포착한 것인지 이내 한마디 하셨다.

- 말은 할 줄 알아요?

- 네. 입 모양 보면서 대화할 줄 알아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청각장애인으로 살던 나는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청인들의 이러한 관심에 멋쩍은 태도로 내가 말을 할 줄 안다며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그다음에 이어진 아줌마의 말은 가관이었다.

- 그래. 잘 못 듣는데 그나마 말이라도 해서 다행이네.

다행인가요? 어떤 부분에서 큰 다행인가요?

잘 못 듣는 와중에 말이라도 한다고 다행인 건가요.

못 듣는데 말도 못 하면 그것은 불행 중에 큰 불행인가요.

농인도 말을 합니다. 수어로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