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사실은 확신할 수도 자신도 없지만 여하튼 우리가 과거라 부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선천적 장애인은 가족 내에서 최소한 환영받지 못하던 존재였다.

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반면 중도 장애인은 갑자기 변화된 몸이나 환경에 꽤나 많이 당혹스러움을 경험하면서 '장애'라는 형벌을 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혹은 ​변화된 '몸'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은 고난에 가깝다. 장애인의 몸이 섹시하냐 안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상식적으로 용인되는 규격진 몸을 가졌느냐 안 가졌느냐의 문제가 폭력에 가까운 시선의 문제를 유발한다.

이에 건강미 넘치는 정형화된 몸, 적당한 복근과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를 말하는 기능적인 몸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런 사람을 제외한 모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 '정상'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현재 장애인이 겪는 정치적 불평등, 배제, 혐오, 비하를 경험하게 된다는 원영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BS 다큐 프라임 '부모와 다른 아이들' 화면 캡처. ⓒEBS

EBS 다큐프라임 '부모와 다른 아이들: 장애를 극복하지는 않았습니다만'에서 보여주는 장애의 차이는 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데 장애의 유무와 사고방식에 따라 장애를 '인식'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연애에 있어 상처를 받는다는 감정적인 부분은 장애의 유무와는 관계없는 게 아니냐"는 다소 차별적인 시선을 경계하는 윤영과는 다르게 자신의 장애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달려라 구르님'의 운영자인 지영은 자신을 관종이라 표현하며 다소 가볍게 넘긴다.

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장애인들이 밖에 나오는 게 민폐다"라는 댓글에 분노하기보다는 관련된 영상을 만들어 장애가 민폐가 아닌 "자신의 성격이 민폐다"라며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장애를 별 것 아니라는 인식으로 표현한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영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혐오에 가까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해서라도 변화를 기대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밖에 영상에는 골형성 부전증의 원영은 연극 무대에서 자신의 몸을 춤으로 표현하고, 청각장애 부부 형건과 샛별은 육아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희귀 난치성 질환인 골형성 부전증의 윤영과 준우 부부, 척수염으로 중도 장애인이 된 승일의 부부의 이야기와, 의료사고로 신체장애인이 된 재원, 가연의 부부 이야기는 왜 장애인과 결혼한 비장애인이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선을 담았다.

나 역시 나와 사는 비장애인인 아내 음미에게 "당신 착한 사람이야?"라며 웃었다. 착한 사람이어서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함께 사는 걸 왜 모를까 싶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모두 장애를 이야기 하지만 각자의 생각들이 조금씩 다른 반면 공통적인 목소리는 장애는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성인이라는 증명도 다 끝난 21살에 장애인이 되었던 나는 장애는 '극복'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적 사명감이 있었다. 담당 주치의마저도 다시 매트(난 유도 선수였다.)에 설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늘 다시 운동을 하려면 재활을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에게는 분명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었다.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진했던 시간들은 장애를 극복했다기보다는 치아만 망가트렸다. 하도 이를 악물고 재활을 했던 탓이다.

영상 속 그들이 말하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도 나를 특징짓는 그 무엇도 아니다. 몸매가 다르고 성질머리가 다르고 머리 색이, 피부색이 다른 것처럼 그냥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하루에 21시간을 재활한다고 해도 난 더 이상 매트에 설 수 없지 않은가.

장애인이 변호사가 돼도, 유명한 유튜버가 돼도, 비장애인 상대와 결혼을 해도, 운동선수가 돼도 그런 모든 것들은 그냥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지 특별하거나 장애를 극복했거나 한 일은 아니다. 그저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다. 장애인이라고 사람이 아닌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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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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