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2019년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장애인이 어떠한 편의를 보장받아야 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려던 서울교통공사의 행정 미숙은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사실 저도 유사 기관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에 응시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인천교통공사의 필기시험에 응시했습니다. 물론 장애인 특별 전형으로 응시를 했습니다. 다만 응시 직렬에 제한이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제가 원했던 직렬은 사무직렬이었기 때문에 상관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공공기관/공기업 채용 정보 카페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준비를 거쳐 곧바로 응시원서를 작성했습니다. 거기서는 장애인 직렬 선택과 장애유형과 정도를 기입하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별로 문제를 삼고 싶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응시원서를 다 걷고 나서, 나중에 해당 기관에서 정식으로 전화를 걸어서 “당신은 장애인 응시자로서 어떠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저도 직장에서 노동을 하던 도중 전화가 와서, 전화로 해당 편의 제공 요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답했습니다. 제가 답한 내용은 “시험장에서 안정적인 상태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도로 끝났습니다. 다른 신체적 요구사항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 답안이었습니다.

저는 자폐성장애인이기 때문에 별다른 신체장애에 따른 정당한 편의 제공은 필요 없었습니다. 다만 정신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환경 정도는 필요했다고 봤습니다.

결국 사실상 “정당한 편의 제공은 관련 없음”으로 기관측이 해석을 한 모양이었습니다. 다른 수험생과 똑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본 것으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층에서 시험 봤기 때문에, 다른 장애에 따른 정당한 편의제공은 잘 모르고 끝난 셈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응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요.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의심을 해야 합니다. 바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해야 합니다.

몇몇 시험은 장애인에 대해서 시험시간 연장 등을 일률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험은 시험 유형에 따라 다른 문제가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지적 기능, 의사소통 등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 맞는 정당한 편의제공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장애계에서도 논의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미국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인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 시즌 9에 출연한 발달장애인 도전자 헤더 쿠즈미치(자폐성장애와 ADHD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는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최종 우승자 후보로 예상했지만, 제가 알기로는 의사소통 문제로 중도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작업 성적은 대단히 좋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음에도 그랬기 때문에 의사소통 같은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마 그녀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러한 원인은 발달장애인들이 많은 시험에 응시한 사례가 없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도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한 사례도 없는데 어떻게 정당한 편의제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이제 장애인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발달장애인의 비중이 커지고, 발달장애인의 자격증 시험 등 각종 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인 바리스타조차 공식적으로 자격증이 있어야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발달장애인 고용에 따른 면접 시행도 당연히 늘어나면서 구술시험격인 면접에서의 편의제공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달장애계도 이제 공식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각종 시험에서의 정당한 편의 제공 방법에 대하여 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발달장애인 나름대로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있어야 하니까요.

물론 시험의 공정성 등을 해칠 요소도 있다고 합니다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차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많은 시험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저 자신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학 인증 시험이나 컴퓨터 자격증 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결국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항상 시험을 앞두면 또 다른 질문을 제게 던집니다.

“나는 어떤 정당한 편의제공이 필요할까?” 이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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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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