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미용실 앞에서 실망하는 현민. ⓒ최선영

"덜컥덜컥"

"안되겠네...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현민이는 미용실 문 앞에서 돌아서는 것이 오늘만 벌써 세 번 째입니다.

더운 시간을 피하기 위해 미용실 오픈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왔지만 세 곳을 다니다 보니 벌써 햇살이 뜨거워졌습니다.

"아니, 현민아 왜 그냥 왔어..."

"엄마, 물부터 좀 주세요."

엄마는 후다닥 주방으로 가서 시원한 얼음 물을 현민에게 가져다줍니다.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은 비에 젖은 듯,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물을 마시는 현민이를 보며 엄마는 마음이 아픕니다.



현민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엄마. ⓒ최선영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집 근처에는 없어서 조금 멀리까지 가봤는데... 없어요."

"어휴... 윤헤어 있을 때는 편하고 좋았는데..."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현민이가 편하게 가던 미용실이 없어지고 현민이 머리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처음 현민이가 이 동네에 이사 올 때만 해도 엄마가 현민이를 업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꼬마였습니다.

현민이를 업고 미용실 오는 것을 두어 번 지켜보던 원장님은 현민이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올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해주셨습니다.

"현민 어머니 이제 편하게 휠체어 타고 오세요."

"원장님 너무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당연한 거죠."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 당연한 작은 배려가 없어서 큰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많습니다.

원장님의 배려로 현민이는 지금까지 불편 없이 미용실을 혼자서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두 달 전 원장님과 그 가족들이 제주도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미용실은 다른 분이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미용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리모델링을 하느라 미용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공사 소리가 도로 밖까지 새어 나왔습니다.

이모같이 포근하게 현민이를 반겨주던 미용실은 예쁜 누나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미용실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픈 소식이 들려오자 현민이 제일 먼저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현민은 미용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경사로가 있던 자리에 계단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출입문도 너무 예쁘지만 휠체어가 들어가기에는 불편함이 있어 보였습니다. 한참을 왔다 갔다 하던 현민이는 그날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되겠다. 엄마가 해줄게."

"엄마 가요?"

"응 이발기 사서 한 번 해봐야겠다."



집에서 이발 하고 있는 현민이. ⓒ최선영

더운 날씨에 덥수룩하게 길어진 머리 때문에 불편하던 현민이는 엄마가 해주신다는 말에 살짝 걱정은 되었지만 마땅한 미용실을 찾기 힘들어 엄마에게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이발기가 오고. 엄마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현민이 머리를 잘라주셨지만 현민이는 거울을 보는 순간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처음이라서... 마음에 안 들지?"

"아뇨... 자꾸 해보면 잘 하실 것 같아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애써 웃으며 오히려 엄마 마음을 다독이는 현민이가 더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현민 엄마는 미용실을 찾아갔습니다.

"어서 오세요"

"네... 저 죄송한데... 미용실 앞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요... 비용은 제가 부단할게요... 우리 애가 여기 어릴 때부터 단골이었는데 경사로가 없어져서 올 수가 없어서요..."

"아.. 그러시군요.. 사실 저희도 예전 원장님께서 경사로 설치는 꼭 해주셨으면 해서 처음에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사용하려면 도로점용료를 내야 한다고 해서 하지 않았어요. 지난번 원장님은 사용료를 내시고 경사로를 설치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가 오픈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손님도 많지 않고 사용료까지 내면서 설치하기는 좀 부담스러워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죄송하실 건 없어요. 잘 알겠습니다."

지난번 원장님은 말도 없이 사용료를 내고 계셨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도로점용료를 내고 경사로를 설치하는 과정도 허가가 잘 나지 않아서 애를 많이 쓰셨다는 말이 자꾸만 현민 엄마 마음을 눈물 나게 했습니다.

다른 보행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넉넉한 공간임에도 담당 공무원이 까다롭게 해서 몇 번이나 찾아가고 연락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답니다.

"현민이 말고는 그 경사로를 이용하는 손님도 없었는데..."

1년이 지나도 엄마의 커트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았습니다. 할 때마다 현민이 스타일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마트를 다녀오던 엄마는 동네 친구를 만나 새로 오픈한 미용실 소식을 들었습니다.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경사로가 있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으로 미용실로 달려갔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 네.. 저 저희 아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녀서..."

"언제든 편하게 오세요. 현민이 어머님 맞으시죠?"

"어머~ 어떻게..."

"저, 윤헤어에서 잠깐 일할 때 뵀었어요."

"아~그러시구나"

윤혜어에서 일을 하며 모든 손님들이 편하게 오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원장님의 모습이 좋아서 다음에 내 가게를 갖게 되면 꼭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고 또 왔을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또 마음이 뭉클거렸습니다.

미용실에서 커트하는 현민. ⓒ최선영

한 달 두 달이 되어도 커트를 미루던 현민이는 이제 2주에 한 번씩 미용실을 찾아갑니다.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현민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원장님이 너무 좋아서 더 자주 가게 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손에 들기 쉬운 화이트보드를 준비해 놓으신 세심한 배려 때문에 이곳에는, 멀리 사시는 청각장애인분들도 많이 오시기도 합니다. 원장님이 간단한 수화는 하시지만 구체적은 헤어스타일에 대한 대화를 위해 준비해 놓으신 화이트보드를 통해 또래 친구도 사귀게 되었습니다. 현민이와 친구가 된 지영이와 진호는 미용실 오는 날을 모임 날짜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한사람 때문에 그것까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을 위해서도 해야 한다는 배려의 시작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은 배려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요^^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 미용실. ⓒ최선영

휠체어 경사로는 그 배려의 시작입니다.

작은 배려가 실천될 수 있도록 휠체어 경사로 설치하는 부분에 있어서 융통성 있는 행정 또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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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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