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법에는 점자는 누구나 무료 우편이고, 녹음물은 시각장애인 단체가 발송하는 경우만 무료라고 되어 있으나, 우정국 업무지침에는 점자와 묵자가 병기된 경우는 장애인단체가 발송하는 경우만 무료라는 법을 무시한 규정이 들어 있다. ⓒ서인환

‘우편법 제26조’는 무료 우편물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언급된 우편물에 한하여 무료로 우편배달을 한다는 것이어야 하는데, “무료로 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무료 우편물로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 결정은 시행규칙에 의해 우체국장이 결정하니 각 우체국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임의규정은 시혜적 복지의 산물이다.

제26조 4항에는 시각장애인 우편물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법조문을 인용하면, “시각장애인용 점자 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법인·단체 또는 시설(법률에 따라 설치되거나 허가·등록·신고 등을 한 법인·단체 또는 시설만 해당한다)에서 시각장애인용 녹음물을 발송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조문을 어떻게 해석하기에 각각 다른 해석들이 나오는 것일까?

첫째 “시각장애인용 점자”에 대한 해석이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쓴 편지는 무료이다. 이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이니 보내는 사람도 시각장애인이고, 받는 사람도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 모두 반드시 시각장애인일까? 시각장애인이 청와대에 진정서를 점자로 보내면...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점자편지를 시각장애인을 위해 보내면 무료일까? 행정기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보내는 편지들은 무료일까?

주민센터에서 점자로 복지에 대한 정보를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로 보내면 무료이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에게 점자로 보내어도 무료이다. 점자는 모두 시각장애인용이기 때문이다.

우편물은 우편함에서 수집하기도 하는데, 시각장애인이 보내는 사람이거나 받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다면 매우 번거롭고 불편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반드시 받아야 무료라면 꼼짝 말고 집배원을 집에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편요금을 물지 않으려고 점자와 보는 글자를 모두 함께 적어서 보내면 무료일까? 이는 부정행위이므로 무료가 아니다.

그러니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에게 우편물을 보내면서 점자를 모르는 것을 감안하여 자신은 점자로 편지를 쓰고 이를 번역하여 보는 글자를 병기하면 무료가 아니다.

편지가 아닌 점자서적은 무료일까? 법을 문구대로 해석하면 시각장애인용 점자이니 무료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시각장애인이 점자서적을 스스로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점자서적은 주로 점자도서관이나 점자출판을 한 단체 등에서 보낼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사서들의 도서분류를 위해 제목이라도 보는 글자를 쓰면 내용은 점자라도 점자도서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제목만 볼 수 있는 글을 비시각장애인에게 보내는 것은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는 우편물일 것인데, 일부 우체국에서는 무료 우편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점자도서에 출판사나 제작자 이름이라도 보는 글자가 단 한 자라도 있으면 무료 우편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우체국이 있다.

또 점자가 아직 서툰 사람을 위해 점자와 보는 글을 병기하는 서비스를 하면 도서 제작비가 더 많이 들 것인데, 이런 수고까지 한 세심한 배려로 인하여 이 우편물도 무료우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판매사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사용 설명서(매뉴얼)을 만들어 시각장애인에게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고자 하면서, 자신들은 점자를 모르니 보는 글을 병기하여 시각장애인이 현재 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점자와 보는 글(묵자)을 병기하였다면 이 서적은 무료로 발송할 수가 없게 된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더 들여서 만든 예쁜 점자서적이 점자서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니 제작자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묵자가 단 한 자도 없이 만들어 발송할 때에는 시각장애인 단체에 부탁을 하여야 하는 실정이다.

어떤 우체국에서는 “점자 또는 법률이 정한 시각장애인 단체나 법인에서만 발송하는 녹음물”이라는 문구 해석을 점자는 모두 무료이고, 녹음도서는 시각장애인 단체나 법인만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할 것을, 점자까지 시각장애인 단체나 법인만이 무료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점자는 어떤 경우이든 무료우편이고, 녹음물은 시각장애인 기관에서 발송하면 무료라는 법조문을 점자까지 시각장애인 단체라야 한다고 하여 거부하는 것은 법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법인이나 단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이란 이름이 들어 있는 단체와 시각장애인 복지관, 점자도서관 등이 될 것이다. 여기에도 해석상 문제가 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도서관에서 녹음도서를 빌려 볼 때에는 우편 무료이고, 반납할 때에는 유료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각장애인 단체나 법인이 발송하거나 받아보는 녹음물”이라고 해야 한다.

또 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시각장애인 단체가 아닌 장애인단체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도서를 제작하여 시각장애인에게 발송하는 경우는 무료가 아니다.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해 서비스를 하는 것인데, 시각장애인단체만 무료라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질 혜택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도서제작은 시각장애인 단체만 하라는 무언의 표현인 것 같다.

과거에는 점자에 묵자가 포함되어 있어도 점자의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면 제목만을 묵자로 병기하거나 점자와 묵자가 동시에 적혀 있어도 무료였다.

그리고 녹음도서의 경우도 자원봉사자가 집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하여 발송한 개인 녹음물도 무료였다.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들이 구입하는 흰지팡이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도록 무료였다.

왜 시각장애인에게만 무료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한글 점자를 발명한 박두성 선생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기 위해 우편물을 이용하여 점자교육을 실시하였다.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습득 방법이 점자와 녹음 외에는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문맹 탈출과 문화생활을 지원하고자 한 것이다.

1961년에 우편법에 우료우편물로 지정을 하게 되는데, 당시 국내 점자도서관은 한국점자도서관이 유일하였다. 사재를 털어 시각장애인을 위해 우편으로 도서대출을 하고 있었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외출을 하기에도 이동에 어려움이 있으니 우편으로 정보습득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다.

점자우편물이 무료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제도이다. 심지어 국제우편까지도 무료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점자나 녹음물은 부피가 크고 만약 우편물을 유료로 할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독서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 2011년에 와서 우편법을 개정하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를 “시각장애인”으로 문구를 수정하면서 흰지팡이를 제외하고 발송기관을 시각장애인 단체로 한정해 버린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며 재활의 기회를 가지기 힘든 상황에서 우편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마련한 제도가, 우정국의 손실을 줄이고자 서비스를 축소한 것이다.

수취인이 시각장애인이라면 녹음도서는 누가 발송을 하더라도 무료라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나 관공서, 시민사회단체 등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다. 하기야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녹음도서도 온라인으로 발송할 수는 있다.

점자는 편지이든 서적이든, 묵자로 표지에 제목이 붙어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무료우편이 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축소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정보제공의 기회를 우정국이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지 않도록 정확한 해석을 장애인단체와 협의하여 정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트집을 잡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적 발송에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혹 부정이나 악용은 없을까 의심하여 시각장애인들에게 서비스 기회를 막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의심이 많다는 편견을 가진 우정국이 오히려 의심이 많아서 이런 잘못된 해석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불편이나 마음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정말 나쁜 우체국이 늘어나고 있다.

한글을 한국 사람이 쓰면 한글이고 미국 사람이 쓰면 한글로 써도 영어로 본다면 말이 되겠는가? 점자가 묵자와 병기되어도 내용이 같으면 점자로 본다면 누가 발송하든 점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단체가 보내면 점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묵자로 보고 우편료를 내라는 것은 희귀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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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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