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킨슨 스쿨(1893)의 시각장애인 지리 교육. ⓒhttps://www.flickr.com/photos/perkinsarchive/albums/72157629413575738/with/6902436870

전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색상 구분의 사례 이외에도 지리 정보학의 관점에서 장애인,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이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이동 약자 혹은 교통약자로 볼 수 있으며, 적절한 보행 지원 정보를 제공하여 독립적으로 이동하여 생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장애인(정안인)은 현재 위치와 이동 방향을 시각 정보로 습득하여 이동할 수 있지만, 외부 정보를 인식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경우 청각, 후각, 잔존 시각 등을 이용하여 현재 위치를 확인하여 고유한 랜드마크(landmark)를 설정하여 공간을 인지하고, 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고 이동한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위치 및 이동 정보를 적절하게 음성, 촉각 정보로 변환하여 제공해야 한다.

특히 촉지도와 같은 전통적인 지리정보뿐 아니라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와 같은 디지털 위치 정보를 비시각 정보로 변환, 제공하여 시각장애인의 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시각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공간을 인식하고 독립적으로 이동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공간 리터러시(Location Literacy for Orientationand Mobility)로 규정 할 수 있다.

공간 리터러시는 공간 도해력으로 번역되기도 하며,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보행 지원 정보의 이해도와 공간 인식의 수준을 판별하는 개념이다.

공간 리터러시는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이해하는 방향성(Orientation)과 길찾기(way finding)를 비롯한 이동계획을 수립하는 이동성(Mobility)으로 구성된다.

시각장애인의 공간 리터러시를 지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촉지도(Tactile Map)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퍼킨스 맹학교(Perkins School for the Blind)는 1830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맹학교로서, 헬렌 켈러 (Helen Adams Keller)가 어릴 때 교육받은 시각장애인 학교이다.

학교의 1893년 자료를 보면 지리 시간에 촉지도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촉지도를 만져보면서 지리 공간을 학습하고 있다. 특히 남아메리카 지형에 대한 모래 입체모형은 높이 솟은 안데스 산맥과 대서양으로 흐르는 아마존강을 표현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공간 리터러시를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서 3차원 프린팅을 활용하는 연구는 3차원 프린팅 초창기인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3차원 촉지도 초기 사례. ⓒhttps://wiki.openstreetmap.org/wiki/HaptoRender

Lulu Ahn이 2009년 제작한 촉지도(동판) 및 3차원 지도가 있다. 초기의 3D프린팅은 2차원 평면에 일부분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촉각 지도형태로 활용되었으며, 재질 및 기술적 한계로 촉각 심볼이나 색상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어려워 보급에 제한적이었다.

최근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우리나라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양대학교 팀은 3D프린터를 이용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3D입체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 제작된 3D 입체 촉각 지도는 기존의 낮은 입체감을 가진 촉각지도를 개선하여 건물뿐 아니라 버스정류장, 지하철 입구 등의 지형지물을 개별적인 3D로 모델링하여 레고 블럭 같은 형태로 제작하고 이를 모아 입체적인 도시의 형태로 구성하였다.

또한 음성센서를 지도에 삽입하여 음성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3D 지도 프린팅 사례. ⓒ이인애·김지은, 2016

그러나 이 지도는 대형 벽면 부착물로 제작되어 전시의 개념으로는 유용하지만, 시각장애인의 공간 인지 향상에는 어려움이 있다.

3차원 촉지도는 지도의 크기, 촉각 심볼의 높이, 형태, 질감 등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사용성 평가를 통해 실용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 선행 연구에서는 맹학교 시설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의 공간 인지특성과 길 찾기를 연구하였으며,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공간 인지 향상 방안을 연구하였으며, 인터뷰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심상 지도 (mental map)를 통한 공간 인지를 연구하였다.

특히 시각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3차원 형태의 평면 축소모형을 제작하여 시각장애인의 공간 인지를 평가한 연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은 기존의 공간 인식을 심상 지도(스케치맵1)로 작성하고, 3차원 모형을 학습하고, 실제 이동하면서 보행 경로를 체험하여 변화된 공간 인식을 스케치맵2로 작성한다.

사용성 평가를 통해 전맹 및 저시력자 모두 3차원 입체모형을 통해 공간인식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까지 촉각으로 변환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시각장애인도 색상정보를 인지할 수 있어야 태극기가 빨강과 파랑색이 모여 원을 이루고 검은색 막대기가 주변에 있음을 인식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적 기본권으로 보장된 정보 접근권 및 이동권을 구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이동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공간 인식을 향상시켜 실생활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3차원 프린팅으로 제작된 촉지도는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첫째, 3차원 촉지도는 사용자 중심적인 지리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지리정보를 선별하여 인식할 수 있는 수준에 맞도록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다.

또한 3차원 촉지도는 공통된 정보뿐 아니라 디지털 파일을 수정·보완하여 개인화된 지리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3차원 촉지도는 시각장애인 보행교육, 사회 적응훈련, 재난 대피 훈련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촉지 안내도나 종이 촉지도는 제작 비용 및 보관 등의 문제로 개인별로 보급되지 못하였으나 3차원 촉지도는 3차원 프린터로 쉽게 출력할 수 있어, 개인별 보급과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개별화된 시각장애인의 교육 및 훈련에 활용할 수 있다.

셋째, 3차원 촉지도는 디지털기술과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정보를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

3차원 촉지도는 디지털 음성 정보, 햅틱 기술 등의 최신 디지털기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이용하여 보행 내비게이션(pedestrian navigation system)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촉각 심볼과 색상정보를 동시에 표현하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하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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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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