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학부모회를 열어 학교발전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교발전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학부모회가 앞장서서 학교발전을 시키겠다고 하니 모범적인 학교라고까지 생각이 든다.

가정통신문에 의하면, 학부모의 참여교육의 일환으로 이러한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발전 지원단 운영을 통해 학교발전 및 효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이 만족하는 교육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니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부탁한다고 통신문에는 적혀 있다.

학교발전지원단의 활동내용으로는 학교생활 안전지도로 이탈학생 예방지도, 등하교 안전지도, 학생 부적응 행동 문제 발생 시 해당 학생 보호활동, 교과교실 이동 시 학생 인솔 지원을 하고, 생활지도로 화장실 이용지도, 손 씻기, 이 닦기, 쉬는 시간 놀이활동 등을 지원하며, 수업지원으로써 수업 보조인력 요청 시 협력교수, 교육자료 제작 지원 등을 하며, 그 밖에 교사의 지원 요청에 따른 지원을 정하고 있다.

가정통신문은 학교장의 명의로 되어 있고, 학교발전지원단 신청서에는 학생 이름과 학부모 이름을 적도록 하였다. 특수학교의 인력부족과 부적응 문제행동 아동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마련된 듯하다. 특수학교에서 학생의 지도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를 학부모의 참여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학부모회의 자발적 회의에 의한 결정이면 학부모회장의 명의로 통신문을 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모든 학교의 공문을 교장의 명의로 보내는 것이 합당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의 결정에 교장의 명의로 통신문을 보내고 보니 학교에서 학부모에 그러한 결정을 하도록 역할을 하고 학교장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학부모들은 직장생활이나 가사일도 바쁘고, 집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대에도 무척 지쳐 있다. 장애 학생을 학교에 보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까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물론 학교와 소통을 하고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상당히 개방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를 학교에 맡긴 시간만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고, 학교에 보낸 시간만큼은 아이들로 인하여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발전지원단의 활동은 또 다른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감안해 추가적으로 안내문을 보내어 학교발전지원단은 학부모회의 주관으로 시행되는 것이며, 학교발전지원단에 교육 현장을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얻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또 교육활동의 모든 준비와 운영은 교직원이 전적으로 맡아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교육 주체인 교사와 교직원, 학부모가 교육공동체로서 모두가 만족할 교육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학교발전지원단 운영은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해 검토한 후 학교교육활동계획에 반영할 것이며, 학교발전지원단 운영의 목적은 교육참여 실현, 학교와의 소통, 학교와 학부모가 모두 만족하는 교육실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수업이 이루어지는 연간 36주에 책임을 맡을 학년을 정해 해당 학년 학생의 학부모들이 학교발전지원단에 1주일간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교육을 개방한다면 언제든지 교육 참관을 하게 한다거나, 교육에 대한 상담과 설명기회를 늘린다거나 할 수 있다. 학부모회의를 자주 열거나 학부모교육을 실시하거나 하는 것도 참여확대가 될 것이다. 장애 학생의 생활과 안전지도, 교사 보조를 해야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만족할 교육현장은 학교가 학부모 관여 없이 잘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진정 학부모와 소통을 위해 학교발전지원단을 운영하고, 교육참여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족한 인력과 힘든 생활지도와 안전, 신변처리 등의 활동을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교사의 잡무를 줄이려는 것은 아닌지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책임을 학교가 학부모와 분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는 않은가 싶기도 하다.

학교발전지원단의 활동은 부적응 학생의 활동을 맡는 것으로 되어 있고, 교사의 통제권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어 교육 참여라기보다는 일손 나누기처럼 여겨진다.

과거 어느 학교에서 등하교 교통정리를 학부모에게 배당하자, 혹 아이에게 불이익이 없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시간을 낼 수 없는 학부모 일부가 인력을 돈으로 사서 학교에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장애 학생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러한 학부모회나 학교의 요구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교육활동의 지원은 보조교사제도가 있고, 유급 보조교사를 학부모 우선으로 선발해 등하교를 부모가 직접 보조하는 경우 이왕 학교에 오게 된 것이니 교육활동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등하교 버스의 안내나 수업 이동의 경우 학부모가 맡음으로써 안전사고 등의 문제나 부적응 행동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렇게 학교발전지원단 운영을 하는 것이 교육청에 모범사례처럼 보고되고 나면, 굳이 보조교사를 두지 않고 자발적 학부모회가 보조를 할 수 있으므로 굳이 예산을 들여 보조교사를 둘 필요가 없다고 결론이 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된다.

진정 학교발전지원단을 두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상호 만족할 교육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보조교사 등은 유료 인력으로 학부모를 우선으로 배정하고, 교재개발의 참여 등은 보다 전문성을 가진 학부모로 엄선하고 활동 영역을 세분화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

강제성은 없으나 강제성으로 느끼는 학부모가 없도록 해야 한다. 1주일씩 활동 시간을 정해 신청을 받는 것은 개방화와 소통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보조업무별 영역을 정해 포괄적 참여가 아닌 보조업무 유형별 세분화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이 학교가 인권침해 시비가 일자 학부모들에게 인권침해 시비가 있을 수 있는 생활지도를 학부모가 맡아달라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학교가 얼마나 열약하고 힘든 일을 맡고 있는데 인권시비가 있으니 억울해 학부모에게 한번 경험해 보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통과 교육 참여,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1주일씩 보조교사 역할을 봉사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개별화교육과 아동의 욕구를 파악하고 교육의 방법을 효과적으로 찾아 나가는 교사활동에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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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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