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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사 기자의 시각장애 체험 글을 접하고

한나절 눈감고 벚꽃축제 체험…디테일한 시각장애 체험 큰 공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5-17 11:50:21
칼럼니스트 권순철씨가 하늘색 얇은 티셔츠 차림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아파트 화단에 흰 지팡이를 들고 서있다. ⓒ 권순철 에이블포토로 보기 칼럼니스트 권순철씨가 하늘색 얇은 티셔츠 차림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아파트 화단에 흰 지팡이를 들고 서있다. ⓒ 권순철
4월은 장애인의 달이라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4월에 미디어들은 장애인 관련 기사를 조금 더 만들어낸다. 지난 4월 말쯤 글쓴이는 SNS를 보다가 팔로워들이 다수 공유한 기사를 만나게 됐다.

‘눈 감고 벚꽃축제에 갔다[남기자의 체헐리즘]’라는 기사 제목이었다. 팔로워들 중 다수가 공유한 기사였고, ‘체헐리즘’이라는 낯선 제목이었지만, 글쓴이는 그냥 장애인의 달에 쓴 내가 잘 알만한 그런 기사겠지라는 생각에 기사 링크를 그냥 지나쳤었다.

하지만 공유되는 숫자가 많아졌고, 대체 ‘체헐리즘’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 링크를 열어봤다. 기사의 첫 머리엔 체헐리즘이라는 기획 기사의 설명이 달려있었다. 체헐리즘은 기사를 쓴 남형도 기자가 직접 만든 말로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합성한 단어라고 한다.

남 기자는 이 기획 기사에서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라는 각오를 전하고 있다.

사실 기사 첫 머리로는 “대체 어떻게 시각장애 체험을 한다는 걸까?”, “그냥 그림을 만들기 위해 눈을 가리고 흰 지팡이 질 몇 번 하다가 마는 거 아니야?”, “그런 체험이라면 내용이 뻔하겠군”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남 기자의 시각장애 체험은 달라도 매우 달랐다.

무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

보통 국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시각장애 체험은 눈을 가리고, 흰 지팡이를 짚은 채 정해진 짧은 거리를 걷는 방식이다. 하지만 남 기자는 한나절 동안 눈을 감고 벚꽃축제를 체험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 38년 가까이 형체를 구별하지 못하는 글쓴이도 종종 답답함을 느끼는데 30여 년 동안 정안으로 세상을 살았던 비시각장애인이 하루 종일 눈을 감고 생활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남 기자는 그 답답하고도 답답한 체험 방식을 택했고, 그 체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종일의 눈감음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 느끼다

남 기자는 하루 동안 눈을 감고 생활하면서 시각장애인이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어려움을 체험할 수 있었다. 끊겨 있는 점자 보도블록 때문에 보행이 쉽지 않았고, 타야 할 버스를 수차례 놓쳤으며, 주변인의 서툰 안내에 매우 당황해하며, 길을 헤맸다.

그뿐인가? 먹고 싶은 음식점을 찾지 못해 무작정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힘든 체험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땐 터치 키패드로 동작하는 도어록을 이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이런 어려움들은 시각장애인이라면 여러 차례 겪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 체험을 통해 남 기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도 벚꽃 느낄 수 있어

어린 시절 글쓴이는 비장애인과 만화영화를 보던 중 엄청난 상처를 받고 말았다. 기다리던 만화영화가 나오자 글쓴이와 그는 함께 TV 앞으로 향했는데 갑자기 그가 “화면도 안 보이면서 뭐가 그렇게도 좋아?”라는 물음을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영화의 화면은 오롯이 볼 수 없지만 성우의 목소리, 효과음 등으로 나름 재미있게 만화를 즐기고 있는 시각장애인에게는 꽤나 당황스럽고 마음에 상처를 받을만한 말이었다.

비단 만화영화뿐일까? 꽃축제, 해외여행, 야구장 나들이 등 시각장애인들은 시각 이외의 감각들로 그런 것들을 즐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남 기자는 그런 시각장애인들의 요구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직접 시각장애인이 돼 그 욕구를 실현했다.

큰 감동 선사한 남 기자의 에필로그

이 기사에서 글쓴이가 큰 감동을 받은 건 에필로그였다.
남 기자는 이 에필로그를 만들기 위해 눈을 뜨고 다시 윤중로로 향했다.
남 기자는 에필로그 머리글에 “그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맘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세밀하게, 생생하게, 그곳에서 본 것들을 기록했다. 그리고 녹음을 했다. 봄 벚꽃이 핀 풍경을 들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짐작할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 작은 선물은 글쓴이와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공감을 줬다.
남 기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벚꽃을 참 아름답게 설명해줬다.
꾸미지 않은 음성에선 진심이 들렸고, 단 한나절이었지만 눈을 감았던 그 기억을 소환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벚꽃에 대한 설명을 생동감 있게 전했다.

특히 “꽃잎은 앞구르기를 하듯 빙그르르 돌면서 떨어져요. 봄에 눈이 내리듯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7cm래요. 눈길에 닿을 때부터 땅에 내려올 때까지, ‘벚꽃’을 발음하면 시간이 얼추 비슷해요”라는 문구는 단 한 번도 세상을 보지 못한 글쓴이에게 벚꽃이 떨어지는 장면을 실감 나게 설명해주고도 남았다.

시각장애인에겐 종종 ‘대단’과 ‘존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옛말만 봐도 눈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세상살이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가 붙는 모양이다.

하지만 적어도 글쓴이는 그 수식어가 반갑지 않다. 남 기자의 글대로 시각장애는 뭔가를 잘못해서 그리된 것도, 운이 지독하게 나빠서 그리된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리됐을 뿐이다.

그리되다 보니 세상을 살기 위해 시각장애인들은 나름의 방법대로 세상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 버거운 세상살이를 남 기자는 한나절 동안 살았으며, 시각장애인도 초능력자가 아닌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감히 단언컨대 글쓴이는 이 기사 하나만 읽어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버거워하는 인생살이는 눈을 감든 뜨든 고되다. 그 고됨을 잠시 잊기 위해 사람들은 즐길 거리를 찾는다. 그 즐길 거리를 시각장애인의 입장에 서서 제대로 전해준 남형도 기자에게 시각장애인 중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 전한다.

더불어 내가 주문한 치킨 한 마리를 찾아오는 것도 엄청난 각오를 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을 자처한 남 기자의 기자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남 기자의 체헐리즘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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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순철 (kscwin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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