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다.

그 말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 중, 1. 죽은 자의 매장에 나오는 구절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우리나라, 한국 근대사에서 4월에 가장 많은 정치적 변수나 혁명, 변고 등이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4월은 즐거운 달, 축복받은 달이라고 하면 어떨까?

얼음장이 녹아 흐르고, 나뭇가지에서는 새잎이 돋고 각각의 이름을 달고 꽃들이 피어난다. 그야말로 4월은 변화무쌍한 자연계에서 추위와 햇볕을 견디고 인간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무엇보다 4월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특별한 달이지만 장애인도 없고 장애인 날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장애인과 그들을 기억하는 4월이다.

장애인이면서 장애인답지 않게 이웃을 위하고 사회에 빛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이 있다. 대전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에서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자형(1981)씨다.

이 사무국장은 대전광역시 전 지역의 성인장애인 중, 학습이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미 학습자를 발굴하여 그들에게 기초문해교육과 장애인유형별 특성을 고려하여 학력취득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력보완 및 다양한 인문교양과목을 개설 장애인이 여가·문화·직업적 영역까지 고려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일상적 체험교육을 통해 넓게는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자립심 함양을 도모하였다는 것을 인정받아 올해 열린 제39회 장애인의 날, 대전광역시로부터 ‘올바른 장애인상’을 수상했다. 중증장애인들에게 길동무가 되어주는 이자형 사무국장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이자형씨가 제39회 장애인 날 시상 후 기뻐하고 있다, ⓒ안승서

이자형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서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늘 누워서 지내야만 했는데 일곱 살 되던 어느 날 처음으로 스스로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었고 그때부터 부모님께서는 희망을 가지고 재활 운동과 치료를 하게 하여 이듬해인 여덟 살부터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부터 한글과 산수를 비롯해 천자문까지 배우게 하여 비장애인과 같은 교육수준을 맞추시려고 노력하였지만 그 당시, 장애인이 비장애인학교에 입학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라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집과 거리가 먼 특수학교에 입학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집과 학교는 버스를 두 번 타고 가야 했고 어려운 형편으로 부모님께서 모두 일을 하셔야 했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6년 동안 등하교를 도와주셔서 초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으나 그 나마도 특수학교가 멀리 이전을 하게 되어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자 근교에 위치한 일반학교에 몇 번의 거절과 설득으로 힘들게 입학 할 수 있었다.

장애 학생이 혼자뿐이기에 여러 가지 장애인 편의시설과 차별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 있었으나 부모님의 항상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배우는 것에 최선을 다 하라는 가르침에 힘을 얻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도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자라면서 장애인도 나보다 잘 난 사람, 나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줄 것이 없겠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2000년부터 장애인 활동가로서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주로 지체장애인과 신체적손상자를 위한 권익옹호 활동을 하면서 자립생활운동,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 이동권, 활동보조서비스 등 제도화와 법제정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 현장에 목소리에 가담하게 되었다.

그는 자립생활 운동을 하게 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다는 것을 알게 되어 컴퓨터공학에서 사회복지로 전공을 바꾸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정책과 제도를 제대로 공부하고 이를 바꾸어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복지관에 입사하게 되었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복지사로서 전문적인 일에서 배제시키는 등 차별로 스스로 이겨낼 수 없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2008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근무하게 되면서 중증장애인 당사자로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장애인들을 위하여 장애인권 신장과 옹호 그리고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이념을 확산시켜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 놓여 있는 격차를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게 되었다.

장애인들에게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이념을 심어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가족들의 이해부족도 있겠지만 문제는 자신들의 의지 부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장애인이란 이유로 가족들 앞에서 기가 죽는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겠다는 의사를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애인도 성인이 되면 부모님이나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뜻이 있으면 길은 반듯이 있게 마련이다. 그는 길을 찾는데 길동무가 되어주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2010년에는 대덕구청으로부터, 2014년에는 대전광역시로부터 장애인유공자 표창을 받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그는 2018년부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대전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대전지역 장애인 복지와 교육분야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싶어서였다. 위기계층의 여성장애인에게 또 학령기를 지난 성인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발굴해서 기초문해교육을 시키고 또한 학력 취득의 기회를 가지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사회적응 훈련이 되고 경험적인 학습 즉, 결정적 지능을 높일 수만 있다면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런 믿음으로 CMS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열악한 단체에 자신의 열정과 재원을 아낌없이 내 놓아 현재 40여명의 성인장애인의 기초분야 학력취득 및 검정고시 그 외에 다양한 인문 교양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현재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개선과 인권에 대해 많이 알릴 필요가 있고 장애인 스스로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어지는 서비스를 시혜적, 혹은 동정이 아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또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으로 인하여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자기의 권익옹호를 해야 하며 먼저 경험한 장애인이 많은 장애인들에게 정보제공을 하여 그들도 자기권리를 찾고 사회활동을 하여 비장애인과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그의 활동과 노력과 굳은 신념을 보면서 ‘올바른 장애인상’을 받을만 했구나, 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제2, 제3의 이자형이 나오길 기대해 주길 바라면서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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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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