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농인이라고 소개할 때, 청인들에 최대의 관심사는 얼마나 들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면접 시에도, 처음 만난 사람과 간단한 소개를 해 주고받을 때도 꼭 따라오곤 한다.

- 내가 말하면 들려요? 말소리는 다 알아들을 수 있나요?

- 지금 대화할 때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어떤 걸 못 듣는 거예요?

내가 어떤 소리는 듣고, 어떤 소리는 듣지 못한다고 그래프로 정리될 수 있다면 나 역시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나 자신조차 얼마나 듣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청력검사를 할 때 데시벨[decibel/dB]을 통하여 약간의 유추가 가능하겠지만 얼마나 듣냐는 질문에 내가 90㏈ 정도 듣습니다. 하면 이해가 될까?

청인들은 평균적으로 20㏈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저는 평균적으로 90㏈을 들을 수 있는데 당신은 얼마나 듣나요? 라고 대답하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청인들에게 있어서 소리를 얼마나 듣느냐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농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인 역시 소리를 얼마나 듣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주면 어떨까?

그 어려움으로 인하여 농인의 언어인 수어를 사용함과 동시에 수어 이외에 필담 등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지 싶다.

생각해보라.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관광객이 길을 물을 때 한국말 얼마나 해요? 한국말 얼마나 들어요? 라는 질문은 하지 않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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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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