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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은 특별하되 시선은 평범하게

우리에게는 모두의 날이 필요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4-19 13:50:23
구 전남도청지 자리에 건립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경. 지하철역과 직결된  위치는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충분히 보장해 주고 있었다. ⓒ이옥제 에이블포토로 보기 구 전남도청지 자리에 건립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경. 지하철역과 직결된 위치는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충분히 보장해 주고 있었다. ⓒ이옥제
며칠 전, 전라남도 광주로의 출강이 있던 날이었다. 보행이 자유롭지 못한 짝꿍강사와의 장거리 이동에는 필수적인 대중교통인 장애인콜택시. 미리 예매해 둔 기차 시간에 맞추어 아침 첫 시간대로의 배차요청을 하고도 기다리기를 한 시간여.

반복되는 지연 안내 문자에 예매해 둔 기차표를 다시 한 시간 뒤의 표로 교환하고 난 후에야 이루어진 출발은, 마치 여행 삼아 조금은 여유롭게 움직이려던 우리의 계획이 정신없이 분주하게 돌아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 같아 보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탑승한 KTX고속철도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광주송정역. 서울에서의 출발부터가 그러했듯 도착하면 그 유명한 송정 떡갈비로 점심을 먹어 보자던 야심 찬 계획을 김밥 두 줄로 대신한 뒤 바삐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이윽고 도착한 최종 목적지. 입구에서부터 강의가 진행되는 장소까지의 거리가 워낙 넓어 찾기가 어려우실 거라는 말과 함께 마중을 나온 당자의 안내를 받아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이자 체험관, 그리고 쉼터가 되어주고 있는 이곳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남도청지였다는 것.

그래서일까. 입구에서부터 내걸린 ‘5.18 최후 항쟁지’라는 현수막 문구에 괜시리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그 시절, 유언비어라고 떠도는 단어들을 따라 묻어버렸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을까? 의도치 않게 공동정범이 되어버렸던 지난날들이 고스란히 미안함으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모쪼록, 김밥 두 줄과 바꾼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곳에서 이루어진 한 시간 동안의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교욱.

강사의 주도보다 참여자들과의 소통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나와 짝꿍강사의 강의 신념이 무색할 만큼 절대적인 무반응으로 완성된 고요 속의 외침으로 모든 시간을 끝마치고 나니 의외로(?) 급하게 앞쪽으로 뛰어나온 직원 한 분이 장애 인권과 교육에 관한 다방면의 질문들을 폭풍처럼 쏟아놓는다.

그뿐 아니라 돌아가는 길, 로비에서 만난 또 다른 직원.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강의 잘 들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 집으로 귀가하던 중 받은 담당자의 이메일.

“선생님, 서울엔 잘 도착하셨는지요. 강의에 참여한 직원들이 진정성 있는 강의에 감사하다고 응답해 주셨습니다.”

‘아... 다들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구나. 부끄럽고 민망해서 대답을 안 한 것 뿐이구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 후기들에 안도를 내쉬던 순간이었다.

곳곳에 마련된 경사로 및 편의시설들로 이동은 물론 접근성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던 건물 내부의 모습. ⓒ이옥제 에이블포토로 보기 곳곳에 마련된 경사로 및 편의시설들로 이동은 물론 접근성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던 건물 내부의 모습. ⓒ이옥제
강의를 의뢰한 직후부터 진행되는 당일까지. 미리 공유된 강의안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들은 물론 기관이 조금 더 우리 사회 약자들에 대한 배려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은데 시간이 괜찮으시면 미리 와 모니터링 투어를 진행하시면서 기관 내 시설 미흡과 편의부족에 대한 사항들을 코멘트 해 주실 수 있겠느냐는 담당자의 열의.

하지만 막상 시작한 모니터링 투어에서는 대부분이 무장애 시설, 또는 베리어프리로 적절한 접근성을 준수하고 있었기에 거의 첨언을 할 사항들이 보이지 않았던 기관 내 구석구석까지.

그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짜를 담고자 했던 모두의 진심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먼 길 온 거 후회 안 한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

그러고 보니 도착지인 광주송정역에서부터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일정에 쌓일 대로 쌓인 피곤이 가득한 내 귀에 몇 번이고 읊어대던 짝꿍강사의 말과 도통 웃음기가 떠나지 않던 행복한 표정의 이유를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전라도 땅을 처음 밟은 우리 두 사람. 초행길에 두리번거리던 우리의 혼란을 잽싸게 알아채고 친절한 안내를 해주시던 지나가던 시민, 역사의 상인.

잘 이해하지 못하자 몇 번씩 재차 반복설명을 하던 그들의 눈에는 없었다.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과 시혜, 서울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듣던 말들.

“쯔쯧. 저 사람들 참 불쌍하다. 저 엄마는 어쩌다 저런 딸을 낳았을까…….”

순식간에 만들어진 가족관계에서부터 무분별한 동정의 단어들로 이어지는 친절을 빙자한 언어폭력들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저 사람을 대하며 꼭 필요한 배려와 친절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4월 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다. 그리고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점하여 온갖 행사와 기념식, 여러 특집들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파도처럼 일어나곤 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배려와 움직임이 아닌 단 한 번, 하루를 위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그토록 목청껏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회통합, 장애인식개선에 무슨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말이다.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집합체 속에서 그 누구도 짝꿍 강사의 흔들거리고 뒤뚱이는 걸음을,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광주 시민들처럼

더 이상은 장애인의 날이 아닌, 편의시설은 특별하되 시선은 평범하게 그 누구도 낙인되지 않는 모두의 날로만 이루어지는 사회가, 그런 세상이 되길 다시금 소망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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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옥제 (jlf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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