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영이의 봄!

봄을 일컬어 만물이 소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봄을 생명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얼음이 풀리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마다 새순이 돋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푸른 새싹이 돋아난다.

이렇듯이 봄은 만물을 소생하게도 하지만 인간에게도 희망을 준다.

이 봄, 새 삶의 싹을 피우기 위해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자립을 결심한 청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홍승영(가명) 스물일곱 살이다.

지적과 뇌병변 2급의 중복장애를 안고 태어났으며 대구대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했고 포토샵 일러스트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앞으로 사진관을 차리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승영이가 이런 꿈을 갖기까지 쉬웠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그곳에 하나하나 색칠을 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높은 산도 올라야 하고 벽도 넘어야 한다. 그 인생의 장벽을 장애인들이 넘기란 더욱더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승영이도 그렇게 어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 양친 부모님과 위로 누나가 있지만 언어장애가 심하다 보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기에 늘 혼자였다.

승영이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언어가 아닌 문자가 아니면 사진, 그리고 의상이나 모자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밝음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어두움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단다.

승영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어느 날 사무실 앞에서 필자의 앞을 그냥 스쳐 지나치는 장애인이 있었다.

키가 훌쩍 큰 청년의 모자와 의상이 잘 어울렸는데 마치 연예인 같았다.

자주 보던 친구가 아니기에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직원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며칠 전부터 활동가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다음부터 마주칠 때마다 인사는 했지만 말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언어만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언어장애가 있다 보니 쉽게 말하기도 또 누군가와 쉽게 어울리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많이 안쓰러웠다.

그랬었던 그 승영이가 봄이 되면서 달라졌다.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 자립을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 단기체험에 도전을 한 것이다.

승영이의 도전은, 승영이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27년 동안 부모님에게서 받아오던 모든 일상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

혼자 살아가는 연습을 하면서 승영이가 달라졌다.

자신을 마음을 표현하려 하고 있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고 격려해 주는 이가 있고,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되니 그야말로 세상이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승영이는 복지일자리를 하게 되었고 체험홈에서 단기체험을 끝내고 장기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봄은 세 가지의 덕을 지녔다고 한다.

생명, 희망, 환희!

이것이 이제부터 승영이가 받아야 할 삶의 복지인 것이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승영이의 본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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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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