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와 자막이 나오는 싱가포르항공사 터치스크린 ⓒ써나정

연휴를 맞이하여 여행을 갔다.

치안이 좋다는 싱가포르를 선택한 후 국내 항공사가 아닌 외항사 싱가포르 항공을 타게 되었다.

체크인 절차를 밟으면서 직원에게 요청한 내용은 내가 농인인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였다.

사실 외항사의 경우 국내 항공사와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체크인을 돕던 직원이 난색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 같이 가는 일행에게 부탁하면 안 되냐고 말을 하길래 나는 거듭 말했다. 친구의 도움이 아니라 항공사의 도움을 원한다고.

기내 방송이 나오면 듣기가 어려우니 필담 등의 다른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나는 정식으로 요청했다.

직원은 해당 항공사에 전달해보겠노라 라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비행기에 타고서야 비로소 나는 체크인을 담당한 직원이 어려워한 이유를 알아챘다. 싱가포르 항공사 기내 승무원들은 싱가포르인이었다.

나의 외국 여행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좌석마다 설치된 스크린에선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웬걸 낯익은 제스쳐가 나왔다. 그것은 바로 수어였다.

싱가포르 항공사에서는 수어로 안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것이다.

낯선 곳을 향하던 내가 기내 방송을 수어로 보고 있자니 싱가포르가 알게 모르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비록 한국수어가 아닐지언정 비행기에서 만난 수어 안내 영상은 내가 싱가포르 여행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농인을 향한 예우였다.

아쉽게도 국내 항공사에서는 수어를 통해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상이 된 요즘 시대에 국내 항공사에서도 재빠르게 수어 서비스를 도입하여 다음 여행기에는 국내 항공사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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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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