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사고는 끊이지 않고,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과연 말이나 되는 일인가? 누군가 대중교통을 환승하다 사고가 나서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다면?

2017년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다 추락하여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단 이번뿐일까?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사망 사건을 비롯하여 주요 사건은 9건이나 발생해 왔다.

아직도 서울시 지하철 1~8호선의 277개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27곳이나 된다. 리프트 사고는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중간에 멈추거나, 추락하거나, 경사로가 내려오지 않는 등의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불가피하게 리프트를 타게 될 때면 위험을 감수하고 올라탄다. 안전해 보이지 않는 덜컹거리고 꽤나 오래돼 보이는 리프트에 몸을 싣는다. 계단이 긴 만큼, 밑에서 내려다본 모습 역시 무섭다.

손잡이를 꽉 잡으며 ‘혹여나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가끔 스친다. 그래서 리프트가 있는 곳은 최대한 피하기 위해 멀더라도 다른 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럼 리프트를 잘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안전한 리프트로 교체하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물론 지금의 부실하고 위험한 리프트보다 보다는 훨씬 안전한 리프트가 있을 것이다.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안전하지 않은 리프트는 교체해야 마땅하지만, 엘리베이터라는 최선책을 선택하지 않고, 리프트라는 차선책을 선택하는 건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한다. 리프트가 보다 안전해진다 하더라도 좋은 리프트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리프트를 이용하려면 먼저 지하철에서 역무원을 호출해야 하고, 발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역무원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리프트를 타고 가기까지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40분 이상이 소요된다. 한시가 바쁘게 움직이는 지하철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는 것이다.

또한, 코너를 꺾어서 가는 경우는 더욱이 위험하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올 때는 리프트와 충돌할 수 있는 상황도 더러 발생한다.

그뿐인가. 리프트는 고장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역에 내렸다가 ‘고장’이라는 글자를 보고 다른 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일어난다.

느리게 가는 리프트 위에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도 한몸에 받아야 한다. 이렇듯 리프트는 계단 위에 휠체어와 온몸을 실어야 하는, 불편함과 위험성을 가졌다.

대중교통이란 말 그대로 모든 시민이 빠르고 저렴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이유들로 휠체어 이용자는 호출해서 누군가가 와야만 탈 수 있고, 고장 이 나면 가지 못하고, 혹여나 추락하진 않을까 걱정해야 하며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평등하지 못한 수단이다.

이에 비해 엘리베이터는 그런 불편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목발 이용자, 어르신, 임산부, 그리고 일시적으로 몸이 다친 사람과 같이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나은 리프트는 있겠지만, 좋은 리프트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리프트가 좋아져도 리프트다. 아무리 리프트가 좋아져도 엘리베이터가 되진 못한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목소리는 결국 누구나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목소리다. 연이어 발생하는 리프트 사고가 단지 불미스러운 사고, 안타까운 사고가 아닌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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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칼럼리스트
전 장애인권운동 활동가이며, 지금은 장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매력적인 삶을 위해 기존에 틀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것들에 시도하려고 한다. 장애인이자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여행, 미디어, 일상을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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